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빅테크 기업 통제 : 공산당과 시장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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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빅테크 기업 통제 : 공산당과 시장의 투쟁
  • 신희섭
  • 승인 2021.07.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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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미·중 대립의 불똥이 미국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 사태가 대표적이다. 사건은 이렇다. 2021년 6월 30일 디디추싱은 홍콩과 상하이 대신 미국에 상장했다. 7월 2일 디디추싱에 대해 중국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신규이용자 모집을 금지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45일의 조사 기간을 무시하고 7월 4일 전격적으로 디디추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명분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공공이익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디디추싱이라는 한 회사 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에 중국 정부 내 4개 기관인 중국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관리·감독 총국, 국가인터넷판공실, 세무총국이 텐센트, 알리바바를 비롯한 34개 기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미국상장 대신 홍콩상장을 권했다. 중국 정부 내 실질적인 권력 기관들이 모여 미국 대신 홍콩증시를 살릴 것을 ‘권했다’라는 것의 의미는 중국이 공산당 독재국가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디디추싱으로 상징화된 된 중국 정부의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는 구조적인 차원과 미시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이번에 디디추싱과 원만만(트럭 공유시스템) 등 3개 기업을 규제하였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한 개인정보와 도로정보 등이 미국에 제공되는데, 이것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논리다.

세부적인 논리는 이렇다. 차량공유나 트럭 공유 사업의 특성상 이들 기업은 어떤 사람이 어떤 경로를 이용했는지 뿐 아니라 중국 내부의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미국 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에 기업 공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중국 내 지도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중국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걱정은 이들 회사에 외국계 기업들이 직접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디디추싱의 3위 투자자는 10%의 지분을 가진 우버다. 원만만의 경우는 2위 투자자가 일본의 소프트뱅크다. 원래 중국 기업은 외국인이나 외국 회사가 직접 지분을 소유할 수 없으나, 이 기업들은 꽌시라는 중국식 특혜 덕분에 직접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기업이 가진 정보가 외국 기업들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 이유로는 중국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에서 거대 기업은 대체로 국영기업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최근 ‘외국 회사 책임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미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회사의 회계감사를 반드시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서 하도록 한 것이다. 국제표준이라는 명목으로 외국계 회사들의 회계 부정을 막으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 역시 최근 외국에 상장한 회사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였다. 중국 기업이 중국 내 정보를 중국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미국에 상장한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회계를 통해 미국 시장에 투명하게 시장 공개를 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정보를 가지고 미국으로 갈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는 중국 내 기업의 운영상 문제점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일 수 있다. 몇몇 기업의 기업 공개가 중국 기업 전체 부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둑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보조금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국 내 기업들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해외투자를 받는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신규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상하이와 홍콩에 들어와 있는 투자금도 회수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276%의 부채로 시달리고 6%대의 GDP 성장률로 타격을 받는 중국 정부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국가와 시장이 구조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따르는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서는 ‘투명성’이 필요하다. 반면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지금까지 어찌 운영되었는지는 당의 중앙관리들만이 알아야 하는 ‘불투명성’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교과서 이론상 ‘국가 vs. 시장’ 대결의 실사판!

미시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3월에 정부로부터 강력한 권고를 들은 디디추싱은 4월에 미국 시장에 상장하였다. 이 높은 자신감의 비밀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먼저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들 수 있다. 또한, 류칭 디디추싱 사장이 류촨즈 레노보(Lenovo) 사장의 딸로 아버지나 자신 모두 공산당원이고 굉장히 강력한 꽌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버드 유학파인 류칭을 비롯한 젊은 창업자들이 자유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해외 투자자라는 외부 지원병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장을 고려한 홍콩증시가 가진 폐쇄성도 한몫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창업자나 소비자인 신세대가 공산당원의 특혜와 꽌시문화라는 구시대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과 국가 간의 거대한 투쟁 내부에는 시장주의를 지지하는 개인들과 국가주의로 버티는 개인들 간의 투쟁이 공존하고 있다. 디디추싱 사태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마녀사냥식 인민재판도 구시대적이다. 중국 공산당의 만능열쇠인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활용!

중국 정부의 이러한 규제는 국가 전체 차원에는 해가 된다. 애틀랜틱카운슬러의 프레드릭 캠프 회장은 “2030년까지 중국이 이런 추세로 빅테크 기업을 통제하게 되면 45조 달러를 손해 볼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예상 액수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국의 시장 통제는 시장과 국가 운영 자체에 점차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차근차근 중국 공산당의 구태들을 제거해갈 시장을 방관할 수도 없다.

바로 이 지점에 정치가 있다. 중국의 ‘국가 리스크’는 정확히는 ‘공산당 리스크’다. 공산당은 2021년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거쳤다. 1949년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에 역사적으로 선행한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공산당이 국가의 상위존재다. 따라서 현재 중국 공산당에게는 국가이익보다 공산당 이익이 중요하다. “왜 공산당이 유지되어야 하는가?” 이전에 공산당의 존재 자체가 존재 이유다. 게다가 시진핑 시대 중국은 다원적 조직인 국가를 개혁하는 것보다 당을 개혁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었다.

국가가 아니라 공산당이 시장과 투쟁하고 있다. 이 싸움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관건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것인지에 있다. 애꿎은 중국 ‘인민’들만 이래저래 고달프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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