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초기부터 피의자 지원 ‘형사공공변호인’ 예고안, 어떤 내용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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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초기부터 피의자 지원 ‘형사공공변호인’ 예고안, 어떤 내용 담았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7.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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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담은 형소법‧법률구조법 입법예고
“약촌오거리 사건 같은 수사과오 근절, 피해자 인권보호 강화”
지난 수년간 보완 거듭한 입법예고안...성료 여부 법조계 관심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영장 없이 불법구금을 해 폭행하고 증거까지 끼워 맞춰 15세 미성년자를 살인자로 몰아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잠도 재우지 않고 폭행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통해, 담장조차 넘지 못하는 소아마미 장애인을 살인범으로 조작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폭행과 자백강요, 자술서 조작 등으로 지적장애인들을 살인사건 주범으로 만든 삼례나라슈퍼사건 ▲시각장애 초등학교 5학년에게 불법 임의동행, 폭행,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 유도해 살인범으로 내 몬 낙동강변 살인사건 ▲지정장애 가출 미성년자들을 자백 유도 등 강압과 회유로 허위 자백케 해 살인범으로 누명을 씌운 수원노숙소녀 살인사건.

이들 사건들은 수사기관이 무고한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 취약자들을 살인범으로 몰아 수십년간 옥중생활을 하게 한, 하지만 재심을 통해 무죄로 확인된, 형사사법 흑역사적 대표적 사례들이다.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이들을 국가기관이 온갖 가혹행위로 실체적 진실을 작위적으로 거슬러 참혹한 삶을 살도록 한 반국가적, 반인류적,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피해자들에게는 사후적 형사피해보상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통해 억울한 피해를 보상받는 데에 그쳤지만 흘러간 시간을 치유받기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불가능하다.
 

다방 커피를 배달하던 15세 미성년자가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됐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도 없이 구금 폭행하고 살인 증거들까지 끼워 맞춘 후 자백을 강요 유도해 살인범으로 기소, 10여년간 실형을 살게 한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의 한 장면 / 출처: 영화 재심
다방 커피를 배달하던 15세 미성년자가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됐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도 없이 구금 폭행하고 살인 증거들까지 끼워 맞춘 후 자백을 강요 유도해 살인범으로 기소, 10여년간 실형을 살게 한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의 한 장면 / 출처: 영화 재심

■ 미성년자 등 단기 3년이상 법정형 피의자에 필히 선임

다시는 이같은 적폐가 재현되지 않고 또 피의자의 인권이 한층 보호되도록 법무부가 제도적으로 팔을 걷고 나서 주목된다. 일명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것.

법무부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국민’ 중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운영, 이를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13일 입법예고했다.

주요내용으로 먼저,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도입취지에 따라 대상자 요건을 이원화했다.

미성년자, 70세 이상인 자, 농아자,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는 경우,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의자의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했다.

필요적 국선은 수사기관이 대상자에 대하여 출석을 요구할 때에 형사공공변호공단에 이를 통지하고 공단이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신청에 의한 국선은 피의자가 형사변호공단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신청하면 공단이 경제적 요건 등 심사 후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선정 국선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종결시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피의자를 돕는다.

■ 운영 독립성 갖는 법무부 산하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

한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운영주체는 외부 개업변호사를 위촉해 피의자국선변호인 명부를 작성해 두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선정이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을 때에 신속히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직접 변호를 담당하는 기관이 아닌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를 수행하는 행정적 지원기관의 성격을 가지면서 전국적 조직망을 갖춰야 한다.

특히 제도 운영에는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므로 운영 주체를 정함에 있어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피의자국선변호인의 독립적인 변호 활동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기관 운영에 있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관부처에 의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에 법무부는 피해자국선변호 사업수행, 법률구조법인 관리·감독 등의 영역에서 그 동안 전문성을 쌓아 왔으므로 형사변호공단의 관리·감독 기관으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유관기관들 의견을 반영해 제도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변호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운영주체를 구상한 결과, 법률구조법인의 한 유형으로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에 있어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한 결과, 이사회의 구성에 법무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단 이사회는 법원·법무부·대한변협이 각 3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 1인씩 추천하는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법원·법무부·대한변협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이사 1명씩을 각 포함해 추천, 법조 직역 외의 민간영역도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민 편익 제고 관점에서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는 형사변호공단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되 그 중 피의자국선변호인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해 형사변호공단의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 비율은 약 1%로 추산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와 같은 사법 피해자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따라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기관에 의한 폭행, 협박, 허위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무고한 사법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 배경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고 감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됨에 따라 경찰 수사절차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적법절차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

법무부는 “수사기관 출석 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변소하지 못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줌으로써,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수사단계에서의 변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는 향후 유관기관과 계속해 의견을 조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 개정법률안을 국회 발의하여 제도가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지: 법무부

■ 도입 추진 수년간 법안 완성 실패...법무부, 이번에 성료할까

다만, 법무부의 바람대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2019년 4월 유사한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변호사업계의 반발 등으로 법안을 성료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시 형사피고 국선변호인제도의 관리주체를 법원으로부터 대한변협으로 이관해야 하는 마당에 국가주도로 공공변호인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추세 역행이라며 반대해 왔다.

특히 이로 인해 변호인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인권보장의 위해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한다지만 인권보장은 수사기관 스스로 인권침해 행위 근절 노력을 하는 것이 원칙일 뿐더러 또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 침해를 방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번 입법예고에 대한 사전 예고안이 발표된 지난 4월 서울지방변호사는 구조 대상의 너무 넓어 돈 있는 중범죄자에 대한 세금 낭비, 지원이 더 절실한 형사피해자들의 반사적 피해 확대, 제도 운영 주체의 법무부 기속성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변호사단체의 반대 주장은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이유를 달았지만 결국엔 법률시장의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사적 영역 법률시장의 밥그릇이 줄어든다는 점을 우려한 셈이다.

다만 이후 수개월간 법무부가 변호사단체 등 유관기관들과 조율을 이뤄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법안성료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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