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무야,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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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무야, 나무야
  • 송기춘
  • 승인 2021.05.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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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삶의 공간에 심고 기르는 나무나 풀의 종류를 선택하거나 기르는 방식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제한된 넓이와 높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움이나 이로움 또는 뜻을 담아 심고 기른다. 정원이나 집 안에서 무엇을 심고 어떻게 기르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 짐작되기도 한다.

주변에는 둥글게 모양을 낸 가이즈카 향나무가 많이 있다. 이 나무는 학교뿐 아니라 국립묘지 등 곳곳에 심어져 있다. 이 나무가 일제의 잔재의 하나라고 하여 나무를 잘라내는 일도 잦다. 그러나 이게 일본인들이 들여와 심어서 일제의 잔재가 된다기보다는 이 나무를 관리하는 방식이나 그 안에 담긴 생각이 더 무섭고 청산해야 할 잔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나무는 본래 그렇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가지마다 둥글둥글 다듬어도 금세 줄기는 하늘로 치솟듯 자란다. 줄기와 잎이 위로 치솟으면서 자라는 모습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배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나무에서는 반역의 기운마저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나무가 본래 모습대로 자라는 걸 쉽게 보지 못한다. 학교 안에 있는 나무는 둥글게 전지된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단정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만 보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그게 자연스럽고 의당 갖춰야 하는 모습으로 인식될지 모른다. 그러나 학교에 있는 이 향나무가 그렇게 관리되는 것은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개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교육철학과 나란히 갈 수는 없는 나무 관리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는 나무를 보고 그것이 단정하다고 하고 단정한 생활을 강조하면서 사람마다 가지는 개성이 존중되는 학교생활은 사실 모순될 수밖에 없다.

요즘 플라타너스도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플라타너스는 도로나 주변 건물들 때문에 항상 전지를 하게 된다. 생명력이 아주 강한 나무라서 그런지 그렇게 잘려도 다시 가지를 내고 짙은 그늘을 드리워준다. 고마운 나무다. 이 나무는 아주 높이 자라고 썩거나 마른 가지를 제외하고는 태풍에도 가지가 잘 부러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무의 몸통을 싹둑 잘라내는 경우마저 있다. 심지어 산 나무를 장승으로 만들어 버린 곳도 있다. 개잎갈나무는 거의 몸통만 남긴 채 잘리는 게 흔하다.

요즘 들어 가로수를 무자비하게 잘라내는 일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그렇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이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것임에도 강행되기 때문이다. 나무의 이로움을 모르는 소치다. 목소리 큰 일부 사람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감이 떨어져서, 은행 냄새가 악취(?)라 하여 나무를 베라 한다. 생명과 생태가 시대적 가치로 등장한 이 시기에 그것은 국립공원에서나 필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가로수 관리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조례에서는 수목의 식재, 바꿔심기, 메워심기나 가지치기 등까지 일일이 규제하고 있다. 서울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는 “가로수는 자연형으로 육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11조)고 하고 “수형에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로수의 건강한 생육, 아름다운 수형, 도로표지 및 신호등 등과 같은 도로안전시설에 대한 시계 확보, 통행공간의 확보, 전송·통신시설물의 안전 등을 위하여 가지치기를 할 경우에는 규칙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가지치기를 실시한다.”(같은 조 단서)고 원칙을 정하고 있다. 가지치기는 관리청 관계공무원의 감독하에 실시하며, 가로수 관리에는 주민이 참여하며, 노선별로 가로수 관리대장을 작성하여야 한다. 가로수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가로수 조성관리계획 및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과 가로수 바꿔심기와 신규 식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조례는 심을 나무의 종류와 위치나 시기에 대해서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조례를 제정하여 가로수를 관리하는 것은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로수 관리가 인간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고 나무 또한 생명체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나무가 자라는 삶의 공간에서 사람들도 평안해진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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