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이스라엘의 강경정책과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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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이스라엘의 강경정책과 도덕성
  • 신희섭
  • 승인 2021.04.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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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4월 11일 이란 나탄즈의 우라늄농축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피해의 정도는 통신사마다 다르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복구에만 9개월 이상 걸리는 상당한 정도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란은 2018년 트럼프 정부가 탈퇴한 2015년의 핵합의(JCPOA)를 신임 바이든 정부에게 강요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비율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합의는 지연되거나, 다른 조건에서 합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는 익명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이란에 대한 공격이 모사드에 의해 감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4월 6일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에 대한 공격도 이스라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2020년 11월 30일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암살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암살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도 사용한다. 2004년 북한 용천 폭발사건에서도 이스라엘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당시 폭발로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시리아 과학자들이 사망한 것이 이스라엘의 첩보 기관 모사드가 벌였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은 수많은 이란과 시리아의 핵과학자들과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땅에서 몰아내자고 주장하는)하마스의 지도자들을 제거해왔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 아직 위협이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행하는 공격)’차원에서 ‘선제타격(first strike: 먼저 공격하기)’을 사용하기도 한다. 1981년 이라크의 오시리크 원전을 공습했다. 2007년 시리아 핵시설이 폭격되었다. 2010년에는 미국과 함께 이란 핵시설에 Stuxnet 바이러스로 공격을 가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몇 차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였다.

이스라엘의 이런 강도 높은 대응을 잘 설명하는 것이 ‘베긴독트린’이다. 베긴은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공격하던 당시 이스라엘 총리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에 대해 예방공격 혹은 선제타격을 선택한 그의 노선을 베긴독트린이라 부른다.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을 불편하게 만든다. 미국 입장에서 이스라엘 손을 잡고 중동질서에 다시 개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반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는 중동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석유 시장과 해상 운송로를 상대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 판을 방해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동맹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문제처리방식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상주의적 평화론이나 자유주의 보편가치론의 렌즈를 들어서 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은 비난받을 국가다. 자국에 대한 확실하지 않은 장기적인 위협에 대항해 암살과 예방공격을 수행하는 것이 대단히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암살과 예방공격은 보복을 불러올 것이고, 종국은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사례는 국제정치에서 도덕 이전에 ‘무정부상태(anarchy)’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강력하게 보여준다. 만약 국가들 위에도 상위권위체가 있어 국가 간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치 미국 연방정부가 미국의 각 주 정부들의 분쟁을 해결해주는 것처럼. 게다가 미국 연방정부처럼 상위권위체가 폭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은 개별 단위들의 행동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즉 다른 단위체의 폭력에 의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정치는 다르다. 상위권위체의 부재 즉 무정부상태(anarchy)에는 이러한 가능성이 없다.

모든 국가가 무정부상태에 있지만, 그 무정부성의 잔혹함을 느끼는 정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을 옆에 두고 있는 캐나다가 느끼는 무정부성은 이슬람 국가들로 포위된 이스라엘이 느끼는 무정부성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새로운 도덕적 질문이 생긴다. 과연 국가의 ‘생존’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인간의 생명권을 무시하면서 개인을 암살하고, 위협이 되는 국가에 자결권을 무시한 채 예방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게다가 그 생존이라는 가치가 확실히 위협받고 있는지에 대해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규범론적 도덕적인 질문에 실존적인 도덕으로 맞서고 있다. 생존이 없으면 어떠한 도덕도 논의될 수 없다.

한편 이스라엘 사례는 대한민국에도 유사한 질문을 던진다. 지정학 경쟁, 핵과 군사력 증강,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조건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국가와 달리 한국은 실존적인 도덕 문제를 보편적인 도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니 암살과 예방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간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패권 국가에 대한 도전 국가의 등장 혹은 규정은 앞선 고민을 현실화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이 그저 멀리 있는 국가로만 보이지 않는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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