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4) / 관심을 주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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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4) / 관심을 주는 만큼
  • 정명재
  • 승인 2021.04.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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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어머니는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초에 물을 주며 아침 인사를 잊지 않는다. 봄이 되니 죽은 듯 말라있던 가지에 꽃이 피고 그들 역시 싱그러운 생명의 인사를 건넨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꽃이나 식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가 보다. 나 역시 사무실 옥상에 살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과 꽃들에 관심이 가고 있다. 세상일이란 것이 애정을 갖고 몰입하며 생각을 두는 것만큼 그들도 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알았다. 애써 영양가 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그 덕분에 나의 몸도 건강해지고, 시간을 내어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다 보면 나의 몸이 반응하여 상쾌하고 건강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공부에도 이러한 원리가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고 하기 싫던 공부분야도 자주 대하고, 읽어 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일쑤다. 최근 나는 기계안전과 건설안전 분야의 서적을 읽고 있다. 이 분야에 평소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 시험과목이니 당연히 보아야 하고 알아야 지식들이 즐비하게 펼쳐진 책이지만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안전에 관한 짧은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구의역 김군 사건,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 사건을 아는가? 그들은 외부 하청의 직원으로 비정규직으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은 비정규직, 도급 즉 원청과 하청의 뿌리 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법규들에서는 근로자들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규정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법령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법의 사각지대는 아직도 너무나 많다. 법령과 제도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시스템의 문제로, 운영의 문제로 치부하며 각자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기 바쁘다. 언급한 두 사건의 공통점은 우선 컵라면이 떠오른다.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는 젊음은 늘 허기지고 배고팠다. 당시 하청업체의 작업 상황을 보면, 2인 1조의 작업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는 경쟁 입찰을 통해 단가를 깎는다. 실적을 위주로 평가되는 성과체계에서 원청업체들은 자신들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원가절감을 명분으로 하청업체의 인건비를 깎고, 일감을 받은 영세한 하청업체들은 적은 단가로 일을 해야 하니 안전교육이나 보호구조차 힘들다. 특히 유해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2인 1조 규정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미 목숨을 잃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된 두 분의 젊음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의 외주화에 몰려 컵라면을 사들고 위험한 작업현장으로 가는 가여운 젊음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안전은 관심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는 비단 산업현장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무관심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웃의 무관심이 누군가의 비극으로 끝나는 일은 우리는 매일 목도(目睹)하고 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남의 일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경우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어느 공무원의 자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자살 비율이 OECD 1위인 나라이고, 산업재해 사망률이 21년간 부동(不動)의 1위를 가진 불명예 국가이다. 작업현장에서는 3시간에 한 명씩 사망자가 나오는 나라인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얻은 지식은 한낱 법령이고, 각종 이론에 불과했지만 이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훨씬 넓고 깊었다. 안전에 관한 서적과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간 것이고, 법령과 제도의 탄생배경을 살펴보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무에서 또는 현장에서 직접 그들을 만날 일은 많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소외되고, 불우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무원 시험을 보려는 것도, 자격증 시험을 합격해 전문가가 되려는 것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 보자. 지금 달려가는 그 꿈의 성취가 그저 명예와 돈이 아닌,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간절한 누군가의 소망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행복을, 특정 분야의 자격증 소지자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소중하듯이 컵라면을 들고 작업현장으로 달려간 그 젊음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친구이고, 동료였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무한한 경쟁으로만 점철(點綴)된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량진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대체로 공무원 수험생이었다. 그들은 간절했지만 이기적이었고, 절박함으로 누군가의 어려움을 살필 겨를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고통의 끝자락에서 해방된 합격자들이 옛 동료들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이기적인 모습으로 약고 발 빠르게 살아가는 것이 미덕(美德)으로 바뀌는 사이, 대한민국은 자살률과 산업재해사망률 1위를 늘 지키고 있었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인생은 멋지다. 내가 가르치는 어쭙잖은 지식을 듣기 위해 서너 시간을 내어 공부하러 오시는 두 분의 수험생이 있다. 산업안전지도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만큼, 공부 역시 치열하게 하시는 분들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에 불과하지만, 잠시라도 이 지면을 통해 대한민국 안전의 실상을 들려주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그리고 어떻게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죽음의 비극(悲劇)이 완전히 없어질 순 없지만 앞으로는 덜 발생하게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그리고 작은 결론을 찾아낸다. 그것은 관심이고, 서로에 대한 양보이며, 서로에 대한 사랑이다. 관심과 애정은 상대방을 웃게 하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다.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부르짖으며 위험의 외주화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게 한 이들에게 내린 대한민국의 처벌은 벌금 4백만 원에 불과했다. 산업재해발생에 대한 책임자 평균 처벌금액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삶이 되고픈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준다면, 이 역시 우리에게 돌아와 우리를 돌보고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어 보자. 서로를 향한 관심만이 우리 삶의 울타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작은 결론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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