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3) / 도전 뒤에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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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3) / 도전 뒤에 남는 것
  • 정명재
  • 승인 2021.04.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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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무한도전과 무모한 도전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험생에게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 양자 간에 차이를 어떻게 지각(知覺)하느냐에 달려 있다. 합격을 확신하고 될 때까지 도전하는 것은 무한도전이다. 합격을 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도 아쉬운 마음 없이 돌아설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도전을 하고 그에 대한 성적표를 부여 받는다. 숱한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만나는 작은 성공은 이를 계기로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지만 대개는 도전으로만 끝나는 삶이 많다. 일에 대한 확신, 일을 바라보는 자세, 일에서 길을 찾으려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다는 성공의 길을 우리는 기다리고 또 열망한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일을 한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된 지도 7년이 넘는다. 나의 생활이 주말과 평일의 경계선이 없는 일이다 보니 모두가 기다리는 주말이란 개념이 없다. 가끔 주말이 기다려지는 생활이 그립다. 수험생과 함께 하는 일은 그들이 쉬는 날에 바빠야 했고, 수업과 수업준비에 분주하기만 했다. 며칠 전, 많은 성공을 이루신 70대의 어른을 만났다. 그는 지금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꿈을 실천해 나아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남들은 그를 성공한 사람으로만, 평탄한 인생으로만 바라보지만 그는 말 못할 숱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의 굴곡이란 때론 너무 좋았고, 때론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한강을 서성이며 인생의 마지막 인사를 생각한 적도, 고민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들도 많았지만 이제 그는 칠십의 삶의 여정을 담담히 그리고 멋지게 받아들이고 계셨다.

나에게 말한다. 삶은 항상 비어있는 공간과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찰나의 순간이라고,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조각이고 그 조각을 살펴보면 아무 것도 없는 공(空)이라고 전한다. 복잡한 인연의 끈으로 사방으로 엮인 줄을 따라 삶은 흘러가는 것이며, 인연을 따라 삶은 이어지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곳에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날, 문득 사라질 것이고 또 다른 존재가 이 땅에 살아가듯이.

불안한 수험생에게는 오직 하나의 성공만 필요하다. 하지만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설에서 주장하듯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안전, 사회적, 존중, 자아실현의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수험생들의 합격 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합격을 하여 공무원이 되고, 직장인이 되었지만 어느 새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쌓이게 된다. 최종 목적지라 생각한 장소에 도착하였지만 이내 작은 소망 하나 정도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쉼 없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그 다음에도 안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도 꽤 괜찮은 시간이고 다음에 이르러서도 지금보다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나의 책장에는 수많은 수험서가 놓여 있다.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행정법, 행정학, 경영학, 도시계획, 조경, 기계, 건설 등 30여 종의 서적들이다. 7년의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오며 어느 순간 몰입하며 공부하고 책을 써 내려갔다. 나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험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과정으로 이 모든 순간을 이어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 기술지도사, 기업재난관리사, 행정사 등의 자격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역의 한계와 지식의 구분을 내려놓고 인문학과 기술학의 분야를 넘나드는 중이다. 예전에는 나이 어린 공무원 수험생들을 많이 대했다면, 최근에는 나이가 지긋한 수험생들을 종종 만난다. 어느 순간이고 가르치는 일은 즐겁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누군가에게 공부방법과 합격의 기술을 전하는 일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주말도 없이,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나를 우둔하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에 나의 입장이 되어, 나의 생각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고, 그러기에 고통스러운 순간을 힘든지 모르고 살았다.

세무사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오랫동안 아니, 1년이 훨씬 넘어서 주고받는 인사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언제 저녁을 함께 하자는 끝맺음으로 인사를 주고받는 편한 친구다. 아직도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내게 묻는다. 올해가 아니면 내년에는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공부하는 일은 내게 가장 편한 일이었던 거 같다. 공부는 나와의 싸움이고, 오롯이 나의 내면과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사실, 세상에 나가 부딪히는 일은 변화무쌍하다. 역동적인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은 공부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 공부하는 지금을 숨고르기 하는 시간으로, 미래를 차분히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지내보자. 수험생들은 이 순간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수험 기간을 힘들고 고통스럽다 말한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이들 가운데 그들의 말처럼 고통으로 점철되고, 자신의 극점(極點)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때론 나태하며, 게으른 마음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이들이 더 많았다. 게임과 오락, 늦잠과 시간낭비를 수없이 하면서도 수험생임을 자처하며 힘들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7년의 시간 동안, TV를 본 적이 없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샘 작업을 하며 지냈다.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거르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가 썼던 수험서와 내가 강의한 동영상을 보며 그저 특이한 강사로 치부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존재했고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것뿐이다. 9번의 합격으로 매번 다른 공무원 시험 직류를 응시하여 합격한 것도, 거의 80여 종의 수험서를 집필한 것도 공부가 재미있고 흥미를 느껴 이룬 것이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 주인공인 나는 무한도전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먼저 가졌다. 그리고 단지,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모든 분야에는 그 일을 즐기고, 자신의 일에서 희열(喜悅)과 만족을 찾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모든 일에는 때와 시기가 있듯이, 참고 인내하며 견디는 일에 부끄러움을 가지지는 않는다. 지금 힘들다고 항상 힘든 것은 아니라는 신념,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자. 시험을 대할 때면 스스로에게 항상 말한다. ‘나는 합격을 한다.’ 이것이 무한도전이며 무한신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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