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박범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직권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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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박범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직권남용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21.03.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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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증인에 위증을 강요하는 바람에 한명숙 전 총리가 유죄를 받게 됐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재심의를 요구하며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다시 나왔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이 허위 증언 때문이라는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팀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하자, 박 법무부 장관은 검찰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들과 고검장들이 확대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회의엔 현 정부 들어 발탁된 검찰 고위간부가 대거 참석했는데도 14명 중 두 명만 기소 의견을 냈다. 한 전 총리 대신 검찰에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현 정권의 무리수가 좌초된 것이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대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하며 다시 반격에 나섰다. 박 장관은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절차적 정의가 문제 됐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 민원접수 시부터 대검의 무혐의 취지 결정, 대검 부장 회의 내용 언론 유출 등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점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 감찰을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과거 한명숙 사건 수사팀의 수사 과정부터 이번 회의 과정 전반에 걸친 고강도 합동 감찰을 예고하면서 “용두사미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대립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의 이번 조치는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골만 깊어지게 했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기·횡령죄로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람과 손잡고 수사지휘권까지 동원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래도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오자 후임 박 장관이 또 지휘권을 행사했다. 박 장관 역시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할 의사가 없음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하여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휘・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리킨다. 하지만 검찰청법 8조가 장관의 지휘와 관련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하려는 취지다.

역대 법무부 장관들은 이러한 법 취지를 고려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를 극도로 자제해 왔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첫 수사지휘권 발동은 2005년 10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검찰의 국가보안법 수사와 관련해 있었고,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나 발동했다. 이어 박 장관이 다시 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종결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역사상 처음이다. 헌정사상 장관의 수사지휘권 네 번 중 세 번이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가 법치사회에서 다시 정권을 위한 권력사회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종결된 사건에 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법권의 절차적 공정성마저 짓밟는 법치 파괴이자 권한 남용이다. 정권의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흑백을 뒤집으려는 시도다. 애초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법리적 다툼이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해석됐다. 이번 지휘권 행사는 박 장관과 같은 정당에서 활동한 한 전 총리의 재심 청구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 전 총리 본인도 가만히 있는데 법무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장관이 특정 개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이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직권남용이고 검찰 장악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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