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8)-로스쿨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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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8)-로스쿨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 박준연
  • 승인 2021.02.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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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은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대학원들과는 다르게 전문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주된 교육 목적으로 한다. 그럼에도 로펌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 일상 업무는 로스쿨 공부와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시니어 변호사들이 이런 건 로스쿨에서 안 가르쳐주지만 신입 변호사들이 유념하면 좋겠다고 한 강연이나 기고문을 찾아보고, 내 경험과 생각을 보태어 보았다. 첨언하자면 내가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글을 쓰면서 반성하게 된 부분도 많다.

1. 자신을 알리고 마케팅하기

로펌의 규모와 입사 시점 (신입 변호사인지 아니면 경력직으로 입사한 것인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처음 새 조직에 입사했을 때 자기 자신을 알리는 것은 꼭 로펌 조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큰 로펌에 처음 들어가서 아직 업무 분야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로펌에 따라서는 신입 변호사 입사 첫 해 또는 두 해까지를 미배정(unassigned) 시기로 설정하여 여러 업무를 경험하게 한다), 특히 본인을 알리고 좋은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쉽고 간단한 것은 인사를 잘 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을 소개하고 언제 들어왔다는 설명을 하며 가볍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전세계에 오피스가 있는 큰 펌이라면 업무상 관련이 있는 동료로 커뮤니케이션이 국한되는 경향이 있지만 로펌 행정, 관리 활동이나 친목 모임 등 같은 오피스 밖의 동료와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로스쿨 졸업 후 입사 오리엔테이션때 들은 인상적인 조언 중 하나는, 주니어 변호사로서 같은 회사 변호사이든 클라이언트이든 상대방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존중하라는 얘기였다. 꼭 젊은 세대가 아니라도, 잘 모르는 상대방과 전화를 하려면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상대방이 전화를 원하면 전화를 하라는 이야기이다. 특히 시차가 있는 다른 오피스의 팀과 자주 일하면서 점점 전화통화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친한 동료가 전화 한 통이면 이메일 네 번은 오가야 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내용에 따라서는 정말 그렇다. 외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데에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등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커버할 내용이 많은 통화는 얘기할 내용을 미리 정리하고 통화를 시작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3. IT, 리걸테크의 습득

여러 전문직 중에서도 특히 변호사는 IT 문외한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지만, 미국변호사협회(ABA)는 클라이언트 대리 업무를 위해 최신 기술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변호사의 윤리적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1년차 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하면, 팀에서 IT쪽 문제가 생기면 팀의 가장 주니어 변호사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로펌에서는 IT분야의 전문가가 있어서 본인이 문제를 전부 해결할 필요는 없다. 글로벌 로펌에서는 전세계에서 24시간 IT문제를 다루어 줄 전문가들이 있지만, 연거푸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 본인이 습득하고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업무 분야와 관련된 리걸 테크(legal tech)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므로, 당장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면 새로운 안건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다. 회사 내의 전문가를 통해서도, 외부 회사의 리걸 테크 상품 안내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4. 조직에서 가장 막내라는 자각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로펌에 입사하는 것은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첫 입사한 신입 직원에게 자기 이름 명패가 걸린 오피스가 배정되고, 서포트해줄 스태프가 존재하는 경우는 다른 직종에서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업무 지원은 본인이 잘나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클라이언트를 효과적으로 대리하기 위해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입 변호사로 입사하면 주변의 모든 동료들이 자신이 도움을 구해야 할 선배들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5. 시간 관리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비단 로펌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학생과 사회인의 차이점 중 하나는 사회인이 되면 자신이 원하는 일만을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급한 일 여러 건이 몰리면 중요도와 처리시기를 판단해서 해결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어깨너머로 보며 배우는 부분도 많았다. 성격이 다른 안건을 담당할 때 마음가짐을 바꾸는 방식이나, 작은 과제 여러 개가 있을 때 리스트화 해서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 방식 등이다.

6. 일하면서 배우려는 마음가짐, 좋은 선배를 따라 하기

OJT는 어떤 직업에서도 중요한 직무 트레이닝 방식 중에 하나이지만, 특히 변호사 업무에서는 선배 변호사의 직무 수행을 보면서 배우는 측면이 크다. 특히 신입 변호사 시절에는 여러 선배 변호사들과의 다양한 업무 수행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많은 로펌에서는 클라이언트 업무 뿐 아니라 공익 변호(pro bono) 활동이나 회사내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신입 변호사 트레이닝에 힘을 쏟는다. 신입 변호사들은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유념할 것은, 일단 업무를 시작하면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모두 중요한 업무라는 사실이다.

1, 2년차 시절에 기억나는 선배들은 까다로웠지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자세한 설명을 해주던 선배들이었다. 여러 수신자가 있는 이메일에는 수신자 순서까지 지적해주던 선배들이 있었다. 새벽까지 배달 음식을 먹으며 소송 제출 자료를 준비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그런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지만, 내 연차가 쌓이고 그런 좋은 선배 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어떤 직업이든 OJT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지만 좋은 변호사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선배를 만나고 (여기에는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좋은 선배를 따라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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