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인구 절벽을 넘어선 한국의 자연 인구감소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인구 절벽을 넘어선 한국의 자연 인구감소
  • 신희섭
  • 승인 2021.02.25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안 좋은 소식은 원래 한꺼번에 온다. 매일 스스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부동산, 폐업자 수, 점포 공실률, 매일 들려오는 인플레이션 우려.

이런 악재들이 만나 마침내 인구의 ‘자연 감소’를 만들어냈다. 통계청 기준 2020년 출생아 수(27만2400명)가 사망자 수(30만5100명)보다 적어진 것이다. 인구 통계상 출생아 수가 3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지만 자연인구감소도 처음이다.

한국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이 통계가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맥락을 보면 심각한 수준을 넘는다. 첫째, ‘속도’다. 2016년 발표된 인구 장례 추계는 인구감소의 원년을 ‘2032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5년 주기인 2021년보다 3년 당겨 발표한 2019년 발표에서는 원년이 ‘2029년’으로 3년 빨라졌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사태가 강력한 터보팬을 단 것이다. 2년 만에 ‘9년’을 당겼다.

둘째, ‘출산율’이 심각하다. 초저출산은 ‘인구감소’를 현실화했다. 출산율 하락을 넘어 국가 전체 인구수가 주는 것이다. 합계 출산율 0.84명. 2018년 기준 0.99명과 비교해도 2년 동안 0.15명이나 줄어들었다. 2018년 기준으로 합계 출산율 하위 국가들의 통계-푸에르토리코(1.22명), 홍콩(1.19명), 대만(1.13명), 마카오(0.95명), 싱가포르(0.83명)-를 보아도 한국의 출산율 문제는 심란하다.

다른 통계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2020년 유엔국제개발기구 자료로는 대만(203위), 마카오(204위), 푸에르토리코(205위), 싱가포르(206위)가 1.2명인데 비해 0.9명의 한국은 208개 조사국 중 208위였다. 한국의 출산율이 미래기대를 반영한다면 한국의 장래가 가장 어둡다는 것이다.

셋째, ‘출산 연령별’로 보면 미래 반영 정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의 평균 출산 나이는 33.1세다. 이중 가장 출산율이 높은 30대 초반 출산율은 전년 대비 7.3명(86.3명에서 79.0명)이나 줄었다. 이들보다 좀 더 일찍 출산하는 20대 후반 출산율은 5.1명(35.7명에서 30.6명)이 줄었다. 30대 후반 출산율은 2.7명(45명에서 42.3명)이 줄었다. 반면 40대 초반의 출산율만 유일하게 0.1명(7.2명에서 7.1명)이 늘었다. 즉 아이를 낳지 않거나 늦게 낳는 것이다. 그 원인은 높은 교육비용과 부동산 가격. 에휴.

물론 이 추세를 너무 과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첫째,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출생자 수가 줄어도 전체적으로 인구수의 큰 변동이 적을 것이라는 논리다. 둘째,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재반론. 첫째, 생산가능인구의 추세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인구 비율인 생산연령인구의 추세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 기준의 중위 시나리오(중간값)에서 2017년 3,757만 명(총인구 73.2%)이었던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에는 3,395만 명(65.4%)이었다가 2067년에는 1,784만 명(45.4%)까지 감소한다고 예측하다. 이보다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1,484만 명까지 더 떨어진다. 물론 이 통계 역시 출산율, 기대수명 정도, 국제이동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일 수 있다.

초저출산으로 출생자가 줄어들고, 초고령화로 초고령층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 같은 재앙으로 노동 이주나 이민이 제한되면 생산가능인구 한 사람당 감당해야 하는 인구수는 통계보다 과하게 늘어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한 부부(조부모)가 한 명의 자녀를 낳고 이런 자녀 두 명(부모)이 결혼해 한 명의 자녀를 낳게 되면, (나이가 들어) 일하는 자녀 한 사람은 은퇴한 부모와 양가 조부모 총 6명을 돌봐야 한다. 여기에 논란이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마저 고려하면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둘째, 코로나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점도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젊은 세대가 더 많이 결혼하고 더 많이 출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는 직업의 수를 줄이거나 소득 수준을 낮춘 직업을 주로 늘린다. 코로나 이후에는 안전하게 근무하고 소득 수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구분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풀린 통화량의 혜택을 보는 계급보다 그렇지 못한 계급이 선명하게 구분될 것이다. 즉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영끌’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이번 돈 잔치에서 배제되면 이번 생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극단적으로 보는 이런 상황에서는 결혼이나 출산 모두 선택지에 넣기 어렵다.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합리적 관점에서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한국이 살기 어려운 나라니 희망을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또 출산율 저하로 현 정부를 공격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는 것도 아니다. 주택문제도 잡지 못하는 정부에 결혼과 출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어찌 기대하겠는가! 다만 사태가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인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 방안을 위해 다양한 지혜를 모으자’는 다음 문제다. 게다가 이런 구조 아래서 결혼 안 하는 세대와 출산 안 하는 이들을 나무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나!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