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호주와 중국의 대립 : 상호의존과 민주주의의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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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호주와 중국의 대립 : 상호의존과 민주주의의 연계
  • 신희섭
  • 승인 2021.02.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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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0년 미·중 대결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호주와 중국의 대립이다.

그렇다. 호주와 중국 간 무역전쟁이 2021년 2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4월 22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우한 코로나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하자고 요구하면서 1라운드 땡! 그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판하고 나서자, 다른 나라와 달리 호주가 즉각적으로 따른 것이다. 5월 11일 화가 난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 등에 대해 관세부과로 카운터 펀치.

11월 30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합성 사진을 하나 올리면서 2라운드 땡! 합성 사진에는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웃고 있다. 이것은 몇 년 전 호주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민간인 39명 살해라는 전쟁범죄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었다. 호주는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한 사안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롱을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2라운드에서 중국은 호주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로 했다. 우선 중국은 호주산 와인을 수입금지로 첫 번째 펀치를 날렸다. 호주 전체 와인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중국이 관세를 200%나 부과한 것이다. 12월 호주산 석탄의 공식적 수입금지로 두 번째 펀치를 날렸다. 중국 발전소와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석탄의 50% 이상이 호주산이라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 연료 탄(발전용)의 57%와 원료 탄(제철용)의 40%가 호주에서 수입된다. 중국 정부는 호주 내 260만 명의 유학생과 13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2019년 기준)의 발을 묶으면서 피니쉬 블로어를 날렸다.

쉴새 없이 날아드는 중국의 펀치는 호주에 어마어마한 충격이다. 중국은 호주 전체 수출의 38%(GDP 7%에 해당)를 차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국의 총교역을 비교해 보면 호주가 받았을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총교역량 통계로 중국은 2,277억 호주 달러(한화 190조 원)로 1위고, 2위인 일본의 교역액은 780억 호주 달러(약 66조 원)고, 3위인 미국이 507억 달러(약 42조 원)이며 4위인 한국은 373억 달러(약 36조 원)에 불과하다. 수치는 중국 의존도와 치명성을 모두 말해준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제재는 성공했는가?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은 역풍을 맞고 있다. 첫째, 중국의 경제제재는 ‘누가 호주의 친구인지’와 ‘누가 중국의 친구가 아닌지’를 명확히 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와인 제재에 대해 미국, 영국, EU 국가들은 호주산 와인 구매 운동을 벌였다. 또한, 일본과 인도가 손을 내밀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영국은 중국과 언론 전쟁 마저 불사하고 있다.

둘째, 중국 스스로 받는 고통이다. 중국은 수입 금지한 석탄 부족으로 인해 전력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부족으로 난방이 안 되고 단전이 잦아 중국인들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뿐 아니다. 석탄과 철광석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국기업들의 피해는 더 극심하다. 중국 내 철광석 수요가 늘었지만, 세계 철광석 생산 2위인 브라질의 공급 차질이 맞물려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다. 실제 2020년 7월 2일 세계철광석 1톤당 가격은 미화 84.29달러였지만 같은 해 12월 21일 기준으로 174.32달러까지 2배 이상 상승했다. 호주는 중국 철광석 수입량의 60%를 넘게 공급하기에, 중국 정부도 무역제재에서 철광석만큼은 의도적으로 뺐다. 하지만 중국도 세계시장가격은 어쩌지 못한 것이다.

호주와 중국의 대결은 크게 두 가지에 주목하게 한다. 첫째. ‘평판(reputation)’ 문제다. 중국은 강대국을 넘어 초강대국 혹은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 이 지위에 가려면 힘뿐 아니라 국제적 평판도 중요하다. 물리적인 힘만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과 평판을 다져가는 중국에 패권국 미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강대국이 아닌 호주마저 미국을 믿고 중국에 딴지를 거는 것이다. 2050년 ‘중국몽’을 이루려면,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호주 같은 국가에 ‘중국에 대한 도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치욕의 100년’ 따위는 날리고 강대국의 평판을 지키려면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드러내야만 한다.

하지만 중국외교는 지금보다 더 큰 역풍(blow back)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시시때때로 경제 조치를 통해서 자신보다 약자를 괴롭혀 왔다. 필리핀에 대한 바나나 수입금지, 일본에 희토류 판매금지. 한국에 단체관광 금지와 같은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반복된 중국의 무역제재는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무역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빈번하게 무역보복을 하는 중국과 어떤 국가가 편히 무역하겠는가! 그럼 평판도, 실리도, 모두 잃는다!

둘째, ‘상호의존(interdependence)’과 ‘민주주의’의 연계다.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의존은 이해는 쉽지만, 계산은 어렵다. 2007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손 봐주겠다고 가스관을 잠갔다가 항복했던 것을 보라. 현재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호주의 아킬레스건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상대방을 베려면 내 팔 하나는 내주어야 하는데, 중국의 예상 피해 범위가 너무 작았다. 혹한에 중국 인민들은 난방이 안 되고, 기업으로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정도에서 (피해가) 그치지 않는다. 중국 소비자들은 호주산 상품들을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열악한 품질의 제품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자원이 많고 인구가 적은 호주와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많은 중국의 무역 대결에 따른 장기적 고통까지 감안하면 중국은 호주에 쉽게 이길 수 없다. 설상가상 호주는 친구도 많다.

중국의 행태는 국가들을 중국에 대항하도록 똘똘 뭉치게 한다.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들인 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뿐 아니라, 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결집하여 호주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민주주의국가다. 덩치로 밀어붙이는 ‘권위주의’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연합하고 있다.

이 현상은 민주평화이론가 마이클 도일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민주주의국가들이 ‘방어적 차원’에서 자신들끼리 똘똘 뭉칠 것”을 제안했다. ‘공세적 차원’에서 비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이전에, 민주주의는 비민주주의 체제의 확장에 맞서기 위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는 호주와 중국의 대결 불똥이 ‘누가 친구인지’로 향하고 있다. 거대해진 중국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 간의 연계된 상호의존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도 우리는 보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국은 어찌해야 할지 혹은 한국에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출-수입 모두에서 1위인 중국과의 높은 상호의존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하지만 갈등할 수 있다. 그때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답은 단순해진다. 민주주의를 어렵게 이룩한 한국에 ‘민주주의 친구’들이 중요한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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