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4) / 꿈꾸는 일에 늦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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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4) / 꿈꾸는 일에 늦음은 없나니
  • 정명재
  • 승인 2021.01.26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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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오래 전 일이다. 학교 근처에 야학을 하는 곳이 있었다. 야학(夜學)은 배움의 기회를 잃은 이들에게는 정규학교 그 자체였다. 선생님과 학우들이 있는 곳이니 그들에게는 학교였고 추억이었으며 꿈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나는 그 당시 야학 교사로 일할 결심을 하고 일을 시작하였다. 맡은 과목은 수학이었다. 인수분해부터 방정식, 부등식 그리고 미분, 적분을 강의하였다. 하루 종일 직장(공장)에서 일을 하고 오던 분들이 다수였기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강의실을 찾곤 하였다. 당시만 해도 연탄을 때며 겨울을 보내던 시절이었는데 교실 중앙에는 연탄난로가 자리하고 있었고 군고구마를 가끔씩 올려 허기진 배를 채우곤 하던 기억이 난다. 그들에게는 어린 내가 선생님이었고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교실이 학창시절의 추억의 장소였으리라. 그때와 꼭 같은 이 겨울에 문득 그들과 함께 했던 그날의 시간이 생각난다.
 

수험생들과 함께 꿈을 이루며 노량진에서 그리고 지금은 신림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 한 순간 소중하지 않던 시간은 없었다. 매 순간 시간은 부족한 인생을 재촉하듯 빨리 지났지만 돌아보면 한 순간 점처럼 마음속에 고즈넉이 박혀 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을 탓할 만도 했지만 그들은 불평이나 불만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 꿈을 간직한 이들은 소망 하나를 재산처럼 마음에 품고 사는 이들이다. 난 그들과 여정을 함께 한 추억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살면서 여러 부류의 인간들을 만났다. 좋았던 추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았고, 즐거운 기억보다는 쓰린 추억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을 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모든 이들이 그 대상이어야 한다. 힘들었을 때의 추억은 우리를 더 강인하게 만드는 동인(動因)이 되었을 것이고, 고맙고 감사할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빚으로 남아 우리를 움직이게 했을 것이니 이 모든 것이 감사와 축복의 순간이다.

공무원 준비생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자격증(산업안전지도사 등) 수험생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이들이었는데 한결같이 밝은 표정의 수험생들이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든 것일 텐데도 그들은 기쁨과 소망을 품고 사는 것이 분명해 보일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아마도 오래 전, 만났던 야학교실의 학생들을 떠올리는 것도 그때, 그들의 표정을 다시 만나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더 편하고, 더 안락한 삶을 꿈꾸는 것 같지만 안락과 편안함에서 누리는 행복의 한계는 불분명하기에 소망은 이어지곤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위치에서 만족하는 이들이라면 도전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현상유지(status quo)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현재에 만족하고 사는 법을 깨친 이들이라면 도전은 의미가 없겠지만 우리네 인생은 늘 부족하고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에 바쁘다. 그래서 무언가에 늘 목말라하며 내일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으로 살아갈 때 나 역시 늘 무언가에 도전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금의 직장이 끝난 후의 삶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현실의 무미건조한 시간이 싫었다. 무언가를 도전한다고 생각했지만 명확한 것은 없었다. 다만, 지금보다는 나은 의사결정을 하고 싶었고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누구인지부터 생각해야 했고 내 안의 잠재력을 살펴봐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내게 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보이는 것이 전부였고, 내 안의 나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뿐이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어느 날 갑자기 그리고 최악의 순간에 찾아오곤 했다. 아무 것도 손에 쥔 것이 없던 어느 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바닥부터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나의 경험이 특별한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대와 내가 보는 세상이 다르지 않고 만나는 환경이 다르지 않기에 공감의 분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돈과 명예 그리고 건강이 화두(話頭)인 시대에서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다. 가난의 시대가 끝나고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빈곤의 늪은 깊어져 간다. 평생직장이 이슈가 되니 공무원 시험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전문자격증 하나를 취득하기 위해 몇 년의 수험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현실의 고단함을 감수하며 현재를 보내고 있다. 학원을 찾아, 좋은 인터넷 강의와 강사를 찾아 수험유목민이 되어 가는 현실이다. 거창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은 필요 없다. 나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이 얼마나 위대한 결정의 산물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늘 수험생을 응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하나 있다. 지금의 선택이 스스로 한 결정이라면 꼭 결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계획이란 중간에 수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기 마련이다. 완벽한 계획이란 애초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다 보면 실패와 좌절이 함께 따라오게 된다. 힘에 부치는 공부에 몇 번이고 낙방하고 낙심했다면 조금 낮은 시험도 살펴보아야 하고, 쉽게 얻은 합격이라면 조금 더 힘을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를 향해 가볼 것을 제안한다. 최근에 강의 촬영을 하고 있는 산업안전지도사의 경우 법령, 산업안전일반, 경영학 등의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강의를 듣고 몇 분의 수험생들이 찾아오셨다. 인터넷으로 강의 수강을 하니 굳이 강사를 찾아오는 수험생들은 많지 않았기에 조금은 생소했지만 멀리서 나를 만나기 위해 오신 그 분들이 고마웠다. 재수로 2년에 걸쳐 공부하고 계신 수험생이었는데 다행히 나의 수업이 본인과 잘 맞아 고마움을 표하러 오신 것이라 했다. 크게 이름을 알린 강사도 아닌 나에게는 과분한 방문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수험생들을 기적처럼 합격의 반열로 올렸지만 이후 나를 찾은 합격생은 없었다. 더군다나 강의를 듣고 찾아와 강의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산업안전(보건)지도사 자격증은 일부 수험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안전분야에서는 유망한 최고의 자격증임에 분명하다. 이를 소개하고 길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그동안 평가절하 된 것으로 개인적으로 판단하여 거의 6개월의 시간을 밤을 꼬박 새우며 교재를 연구하고 시험을 분석하였는데 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계시니 강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했던 시간이었다. 오래 전 야학의 교실에서 느꼈던 감정 하나, 꿈을 꾸기에 늦음은 없는 나와 그들이 만났으니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부족한 나의 강의를 들어 준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합격에 이르는 여정에 함께 할 기회를 준 것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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