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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6)-우리 기업은 왜 미국에서 소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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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6)-우리 기업은 왜 미국에서 소송하는가
  • 박준연
  • 승인 2020.12.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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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최근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법절차와 비즈니스 상 이유로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 의견 제기도 많은데, 실제로 적극적으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우리나라 기업 클라이언트를 대리하기도 하는 미국 자격 변호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써보고 싶었다.

한국 기업끼리 왜 미국에서 싸우느냐는 비판에 대하여

한국 기업이 다른 한국 기업을 미국에서 제소하는 경우, 종종 제기되는 비판은 왜 한국 기업간 분쟁을 미국까지 가지고 가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는 감정적인 배경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미국 사법부, 관련된 로펌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간과한 비판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나라 사법부도 그렇지만 관할권이 성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가 전세계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 기업 간 분쟁이라 하여 반드시 미국과는 무관한 우리나라 국내 문제라고 할 수 없고, 역으로 한국 기업이 미국 사법부에 요청을 한다고 해서 미국 사업부가 반드시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로펌에 대한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기업 간의 분쟁을 왜 미국 로펌에서 수임해서 담당하는지 하는 논지의 비판도 종종 보게 되는데 미국 로펌에 근무하는 한국인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논지이다. 변호사는 직업 윤리의 범위 내에서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대리하므로 미국 로펌이라고 해서 클라이언트 대리 업무 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리 기업의 민감한 기술 정보를 포함한 사항에 대해 미국에서 심리가 이루어지면 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대부분의 미국 소송에서 보호 명령(protective order)을 통해 소송의 증거로 제출된 문서를 볼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주장이다. 외부 변호사 중에서도 관련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로, 소송 당사자 기업의 임직원 중에서도 법무 담당 등 관련 소송에 관여하는 임직원 일부로 증거 열람은 제한된다. 보호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소송 당사자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변호사가 관여한 경우 변호사 개인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진다.

미국 소송 절차의 이점과 추가 비용

미국 소송은 소송 당사자들이 증거를 서로 제출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다는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판절차 개시 전에 증거 제출을 마치도록 함으로써 사실 관계를 확인할 뿐 아니라 재판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소송의 관건이 되는 경우, 미국식 증거 개시 절차(디스커버리)의 활용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 미국 소송에서 허용되는 증거 개시 요구 방식으로는 서면 질의 (interrogatories), 인정 요청 (requests for admissions), 문서 제출 및 조사 요청 (requests for production, entry or inspection) 등이 있으며, 선서를 마친 증인의 진술을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데포지션 (deposition) 역시 증거 개시 절차의 일환이다. 소송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증거 제출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에 미비 사항이 있을 경우, 훼손이나 삭제의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의 개입을 요청할 수 있고, 관련 쟁점에 대해 증거를 제출받지 못한 당사자에게 유리한 추론이나 판결, 변호사 비용 등 관련 비용의 배상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고의로 증거를 폐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더 무거운 제재가 부과된다.

또한, 위반이 인정되었을 때 손해 배상 금액도 미국 소송에서 더 큰 금액이 부과되므로 위반행위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미국 소송을 더 매력적인 절차로 생각하게 된다. 손해배상 금액을 단순 비교했을 때 미국 소송의 판결로 부과되는 평균 손해배상액이 우리나라 소송의 결과 부과되는 평균 손해배상액의 100배를 훌쩍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고의적, 반복적인 위반에 대해 실제 손해 금액 이상의 징벌적 손해 배상(punitive damages)이 미국법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데에 기인한다.

미국 소송 절차를 이용하는 데에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이라도 한국 기업간의 소송이라면 대부분의 증거, 문서가 우리말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료를 외부 변호사들이 분석하고 또 소송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서 번역 뿐 아니라 관련 진술의 통역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뿐 아니라 번역과 통역을 거친 문서 진술에 대한 법적 분석이 완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우리말뿐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면서 법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번역과 통역 관련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오가는 증거의 규모가 큰 기업간 소송에서는 디스커버리 비용만으로도 소송 비용이 커지게 된다. 아무리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는 소송이라도 그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면에서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상대방과 소송 외의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이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소송을 고려할 때 유의할 점과 준비 사항

미국 소송에 따른 증거 보존과 개시 의무는 소송 당사자 모두에게 적용됨을 유념해야 한다. 소송 제기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문서 보존 절차(litigation hold)를 실행하여 증거 삭제나 훼손의 혐의가 제기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증거 개시 절차가 시작되면 우리측의 관련 증거도 전부 제출해야 한다. 제출 대상이 되는 문서의 내용을 미리 샅샅이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외부, 내부 변호사 팀이 관련 임직원과 면담하여 주요 자료를 제공받고 검토하여, 증거 개시 절차에서 예기치 않은 불리한 사실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지, 불리한 사실이라면 어떤 식으로 (법리면에서나, 또 사실 관계 면에서나) 설명할 수 있는지를 미리 고민해 둘 필요가 있다. 요컨대, 디스커버리 절차 시작 이전에 모든 사실 관계를 파악할 필요는 없으나 소송을 제기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no surprises)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법무팀, 외부 변호사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피소되어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경우와는 달리 선제적으로 소송 전략을 마련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 소송의 전체적인 흐름과 시계열 예상 등 큰 그림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쟁점에 어떤 증거 개시 요구 방법을 선택하여 접근할지, 그 요청 타이밍은 어떻게 정할지, 쟁점 분석 및 증언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쓴다면 누구에게 부탁할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과의 화해 협의를 시작할지 등을 내부 법무팀과 경영진, 그리고 외부 변호사팀이 제소라는 액션을 취하기 전에 협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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