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력기관 개혁3법, 과연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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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력기관 개혁3법, 과연 개혁인가
  • 최진녕
  • 승인 2020.12.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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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이번 정기 국회에서 권력기간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고,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했다. 여당은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무력화 시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자치경찰제 도입 및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청법 개정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내정보 활동을 차단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 입법의 완성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안을 의결한 뒤 바로 재가하면서 공수처법은 공포 즉시 시행되고, 국정원법과 경찰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여당은 개혁입법을 완수했다고 자평했고, 야당은 입법독주를 완성했다고 비판했다. 개혁 3법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개혁 입법일까.

공수처법은 검찰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를 신설하는 법률이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헌법상 근거가 전혀 없다. 헌법상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 위헌요소의 핵심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비난하면서, 정작 대통령 직속 사정기구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는 공수처를 만든다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지난 10일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공수처법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야당의 비토권을 박탈하는 원포인트 개정법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반하는 개정으로 위헌요소만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대로라면 새해 벽두에 공수처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헌법재판소다. 지난 2월 제기된 공수처법의 위헌법률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1년이 되도록 아무런 판단이 없다. 최근 헌법소원 청구인은 공수처법 처리 과정의 입법권 남용과 본질적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그 법률의 효력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공수처 출범 이전에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책무다.

국정원법 개정안도 논란이 크다. 국정원의 북한 간첩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국정원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여당은 개정안이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칭송하지만, 야당은 개정안이 이미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 국정원법이 정의하는 국정원의 직무 중 ‘국내 보안정보’, ‘대공’, ‘대정부전복’ 등을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이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리킨다. ‘방첩’ 업무에 산업경제정보 유출, 경제질서 교란, 방위산업침해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다.

가장 큰 논란은 대공수사권 이관과 이로 인한 경찰 권한의 확대다. 야당은 국내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경찰에게 대공수사권까지 주면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치안본부’ 같은 독재 기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정원의 수사권은 분단 현실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도모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이다. 북한이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국정원의 핵심 기능인 대공수사권 폐지를 줄곧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국정원 수사권 폐지는 북한의 숙원을 실현해주는 자해행위에 가깝다. 반면 국정원에게 ‘경제질서교란’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한 것은 국민과 기업에 대한 “경제사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성 논란을 일으킨다. 헌법이 대통령과 국가기관에게 부여한 국가 수호자로서의 임무에 부합하는 개정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자치경찰제 도입 및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청법도 개정되었다. 내년 1월1일부터 경찰조직이 국가경찰‧자치경찰‧수사경찰 등 분권체제가 도입된다. 이른바 ‘한지붕 세가족 체제’다. 이에 따라 경찰 조직은 경찰청장 지시를 받는 국가경찰,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관리를 받는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지휘·감독을 받는 수사경찰로 나뉘게 된다.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내년 1월부터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생긴다.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이 넘겨받는다. 공룡경찰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경찰의 역할과 권한이 커지면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는 경찰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업무 혼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조직의 지휘 체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도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비판이 많다. 애초 자치경찰의 경우 조직 자체를 구분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됐으나 최종적으로 조직 내 사무를 구분하는 수준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입법 독무대’로 기억된다. 수적 열세에 놓인 야당은 무력하다.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쟁점입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무제한 반대토론인 필리버스터까지 한방에 제압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이다. 2021년에는 실종된 협치를 되찾아 와야 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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