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1)-문재인의 작법자폐(作法自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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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1)-문재인의 작법자폐(作法自斃)
  • 강신업
  • 승인 2020.1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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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역사상으로 정치적 부메랑을 맞은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프랑스혁명 당시의 급진파 지도자 로베스피에르와 전국시대 진(秦)나라 때의 재상 상앙(商鞅)을 들 수 있다.

로베스피에르(1758-1794)는 계몽사상가 루소를 숭배한 사람으로 일생 청빈하게 살며 민생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인기영합정책과 공포정치를 병행하다 파멸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는 개혁이라는 명분에 빠져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 내고 서민경제를 망가뜨렸다. 혁명 직후 그는 주요 식료품의 가격을 현행가격의 절반 이하로 내리거나 동결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반값 우유 정책’이다.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고통 받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우윳값을 내리지 않으면 단두대로 보내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나 도입 당시에는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최고가격제는 점차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축산 농가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소를 도축해 고기로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젖소가 줄어들자 우윳값이 폭등한 것이다. 당황한 로베스피에르는 우윳값을 잡기 위해 건초값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 수지가 맞지 않자 농부들이 건초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바람에 건초값이 폭등한 것이다. 건초와 우유 공급이 줄어들자 우유가 예전 가격의 10배까지 치솟았다. 국민 불만이 들끓으면서 로베스피에르의 인기는 추락했고 그는 결국 정적들에게 이끌려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상앙(商鞅~BC338)은 변법(變法)으로 일컬어지는 일대 개혁정치를 단행하여 훗날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초를 다졌다. 그는 20년간 진나라의 재상으로 있으면서 엄격한 법치주의 정치를 펼쳐 나라를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그는 죄를 지은 범법자를 숨겨주는 경우 그 죄인이 범한 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하는 등 너무 가혹한 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원망을 샀다. 그는 결국 말년에 도망자 신세가 돼 진나라를 탈출하다가 국경에서 잡혀 자신이 만든 거열형에 처해졌다. 처벌이 두려워 아무도 그를 숨겨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제야 “작법자폐(作法自斃)로구나! 내가 만든 법에 내가 죽는구나!”라고 절규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선 개혁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의 충실한 조력자를 자처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의 위력으로 공수처장추천비토권을 폐기해 버렸다. 불과 얼마 전 공수처법 통과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조항을 법을 개정해 간단히 없애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판사, 검사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권력기관의 책임자를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사실상 헌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괴물 기관의 수장을 대통령 맘대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이 나라를 유신시대로 돌리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다. 이런 식이라면 공수처는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찰기관이 될 게 뻔하다. 시민단체의 고발장 하나만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보를 다 뒤져볼 수도 있고 수사라는 이름으로 신상 정보며 출입국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공수처법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사기관을 대통령의 하명수행기관으로 전락시킨 것일 뿐 아니라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입이 닳도록 말해온 기소권 수사권 분리원칙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반개혁적이고 반동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장을 자기편으로 앉히고 이념 지향적인 코드 변호사들을 검사로 임명해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겠다고 나서도 사실상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예언하건대 훗날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일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나 상앙은 혁명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포정치를 폈지만 결국은 거열형에 처해지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떻게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권력기관에 내 사람을 앉힌다고 해서 죄과를 피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정권에 대한 최종 심판자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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