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7) /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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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7) / 고마운 사람들
  • 정명재
  • 승인 2020.12.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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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수험생을 지도하면서 노량진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공무원 시험 상담을 통해 만난 수험생들의 수를 헤아려 보니 3천여 명이 넘었다. 많은 사연들의 젊음이 지나간다. 보통의 수험생들은 3년에서 5년의 기간을 수험생으로 살아왔다고 전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해결책을 건네야 할지를 늘 고민해 왔다. 한국사를 잘 못해서, 영어 점수가 너무 저조해서, 행정학이 어려워서 등 각자의 사연은 다양했다. 수험생을 지도했던 초반에는 그들 곁에서 책을 쓰고, 강의를 하던 때였다. 마땅한 공간이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작고 후미진 공간에 터를 잡고 그들에게 길을 제시할 방법을 연구하였다. 어느 날은 밤샘 강의로 이틀 내지는 사흘 만에 한 과목을 정리하곤 했다. 나의 공부법이란 것이 한 과목을 일주일 정도에 끝내는 것이 목표였기에, 숨 가쁘게 정리하다 보면 늘 새벽을 가리키곤 하였다.
 

밤늦은 시간, 노량진에 불이 모두 꺼진 그 시간에 나의 서재는 늘 불이 켜져 있었다. 시험 시즌이 되면 시험문제를 분석하고 핵심을 정리한 교재를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언제나 새벽 무렵이 되어서야 흡족한 만족까지는 아니어도 일을 마감할 수 있었다. 시험공부란 것이 기출문제의 반복이고, 출제자들의 의도를 파악하여 공부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전부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연습으로 숱한 시간을 보내며 공무원 시험에 직접 응시하였고 9번의 합격을 하였으니 나의 방법론이란 것이 경험칙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항상 합격만 있었던 건 아니다. 책을 연구하고 강의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마무리 정리 시간이 없어 그냥 평소의 공부량으로 시험장으로 간 적이 훨씬 많았다. 6년 동안 9번의 매번 다른 직렬 합격을 한 것은 그나마 운이 좋아서 일게다. 그렇지만 이러한 나의 이력(履歷) 뒤에는 언제나 숨은 조력자가 많았다.

새벽이 되면 그리고 밤늦은 시각까지 책을 보다 보면, 늘 허기가 찾아온다. 남아서 공부했던 수험생들과 둘러 앉아 빵을 먹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채웠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했다.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서로가 필요로 하는 존재로 남아 온기를 불어 넣었던 공간에서 야식(夜食)은 행복의 절정이었다. 사실, 선생이란 학생이 있어야 존재하는 이름이다. 수강생이 없는 강사는 선생님이라 불러줄 이가 없다. 지금도 내 곁에는 몇 명의 수강생이 있다. 예전의 그들처럼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힘겨움과 고독을 달래며 미래를 위해 달려간다. 누가 심어준 꿈이었는지, 언제부터 시작된 도전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서로에게 힘이 되고, 최선을 다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 사람이 없는 곳에 강아지 한 마리 아니, 두 마리가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세리’라는 녀석이 먼저 가고, 남은 강아지는 ‘몽실’이었다. 몽실이는 17년 정도를 나와 함께 지냈다. 밤을 새우며 책을 쓰고 강의를 끝낸 허전함을 몽실이와 산책을 하며 적적함과 외로움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세상의 기준을 돈과 명예 그리고 건강이라는 진부한 표어로 삼을 때, 나는 그리 합당한 인물은 아니다. 우연히 시작한 공무원 시험 강사로 입문하여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잊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많은 것을 얻었다.

지식이란 학문의 얕은 영역이다. 단순하게 암기할 것을 숙지하고, 시험에서 요구하는 정답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다소(多少)를 따지는 것이다. 시험이란 제도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따지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하였다 하여 지식의 깊이를 논하는 경우가 있어선 안 된다. 시험 노이로제(neurosis)에 걸릴 정도로 많은 시험을 통과했을 유년기를 거친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자발적인 선택과 자신의 의지가 절실히 중요한 것이다. 타인에게 잘 보일 목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재미없는 공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깨지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목적으로 야심찬 도전으로 시작한다면 이러한 수험생들은 대체로 합격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아주 많은 합격자들을 배출하면서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이러한 결론에 이른다. 합격의 빠르고 늦음은 과거의 무지(無知)와 정보의 부재(不在)일 뿐이다.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어떤 시험이건 자발적인 학습을 통해 가급적 빨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어쩌다 서로를 만나는 인연(因緣)이 된다. 만나는 순간부터 기적인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 역시 아주 우연한 인연이다. 어느 덧, 12월이 지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맞이할 시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을 택하여 조금은 확실하고 안정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이다.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있도록 만든 것은 시간이었다. 과거의 그 시간에서 살았던 인연들은 때론 나를 힘들게, 때론 눈물 나도록 고맙게 대하여 준 이들이었다. 세상의 바람은 변화무쌍하다. 마음 한 자락에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었던 기억들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누군가의 연인이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인연으로 만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간의 끝과 처음을 이어가는 이정표로 새해 달력을 넘겨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일이 직업이 되고, 일상이 된다고 해도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 이는 본인 자신이어야 한다. 자발적 실업이란 자발적 도전을 의미해야 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할 만큼의 위력으로 그대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야 한다. 나는 그동안 불가능의 수험생들을 가능성의 상징처럼 합격생으로 인도했던 여러 번의 경험이 있다.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겸허히 수용하며 바로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개선점을 찾고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하여야 한다. 경영학의 BPR(리엔지니어링)은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기업의 체질 및 구조와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영혁신기법이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내일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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