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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93-보상지구의 ‘이전·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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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93-보상지구의 ‘이전·철거’
  • 이용훈
  • 승인 2020.12.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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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이용훈 감정평가사

청춘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사랑만 하며 살았던 부부의 마침표는 가급적 ‘협의, 합의’여야 한다. 수 십 년의 상처가 미움으로 화하고 혐오와 증오로 불타올랐어도 담담히 말을 맞춰 끝낼 수 있으면 여운이라도 간직한다. 이혼의 책임과 위자료를 놓고 격렬하게 충돌하면, 결혼생활의 미련과 아쉬움, 좋았던 때의 추억은 진흙탕 법적다툼 기간에 산화한다.

보상지구에서도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의 양 갈래 길이 있다. ‘어차피 나가야 할 거’와 ‘뭔데 네가 날 쫓아내’의 시각차에 따라 올라타는 길이 달라진다. 3기 신도시 보상절차를 착수했는데, 일부지역은 소유자가 현장 조사를 막았다는 기사를 봤다. 그래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 힘겨루기와 눈에 힘주기, 깔보지 않도록 세 과시하려는 목적의 행동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속내는 비슷할 것이다. 섭섭지 않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2016년쯤 중앙선 복선화 공사 중 사업시행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과수농가에 사과나무의 ‘이전비’를 지급해 놓고 아직 소유자가 이전해 가기 전 무단으로 나무를 벤 문제로 농민들의 항의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양측은 사과나무 보상금이 ‘이전비’냐 ‘사과가격’이냐를 놓고 다퉜다. 소유권과 철거권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교회 건물의 명도문제도 종종 기사화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약칭 : 토지보상법) 제 43조는 토지 또는 물건의 인도와 관련된 규정이다. ‘수용하거나 사용할 토지나 그 토지에 있는 물건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는 수용 또는 사용의 개시일까지 그 토지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은 수용재결로 확정된 보상금을 공탁하고 명도집행에 나선 것이다. 교회 측에서 공탁보상금에 불만을 품고 인도와 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토지는 등기만 확인해도 소유자의 변동을 알 수 있다. 적법한 건물도 그렇다. 소유자는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있으므로, 임의로 철거와 이전, 멸실을 집행할 수 있다. 그런데 보상지구에서 그 밖의 물건은 소유권에 대한 다툼이 있고 철거과정에서의 손해 문제로 종종 확전된다. 기본적으로 ‘이전비 보상’ 원칙 때문이다. 옮기는 비용을 준 이상 소유권은 여전히 기존 소유자에게 있다.

토지보상법 75조는 건축물등의 보상기준에 관한 내용이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으로 보상하고 예외적인 3가지 경우에만 물건의 가격을 주도록 했다. 그 중 ‘사업시행자가 공익사업에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CASE3)는 당연히 취득 당시 물건의 가격으로 사 왔으므로 취득과 동시에 소유권이 넘어왔지만 다른 2가지 케이스는 좀 다르다. ‘건축물등을 이전하기 어렵거나 그 이전으로 인하여 건축물등을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CASE1)와 ‘건축물등의 이전비가 그 물건의 가격을 넘는 경우’(CASE2)다. 둘 다 보상금의 책정은 물건의 가격으로 했지만 실질은 이전비를 지급한 것이며 소유권을 넘겨받으면서 지급한 매매대금의 성격이 아니다.

주택 등은 이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CASE 1에 해당한다. 수목 중에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도 역시 CASE 1이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33조와 37조는 각각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한 건축물과 이식이 불가능한 수익수 및 관상수의 철거, 벌채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했다. 철거, 벌채에 대한 고지를 소유자에게 충분히 한 뒤 철거와 이전 작업을 벌여도 무방하다. 소유권은 취득하지 못했지만 작업을 할 권한은 부여받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에 관하여 토지보상법 제 75조 제 1항 단서 제1호(CASE1)에 따라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한 경우, 사업시행자가 당해 물건을 취득하는 제3호(CASE3)와는 달리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한 취득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사업시행자가 그 보상만으로 당해 물건의 소유권까지 취득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다른 한편으로 사업시행자는 수목의 소유자가 사업시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당한 기간 내에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37조 제5항 단서에 따라 수목을 처분할 목적으로 벌채하기로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의 비용으로 이를 벌채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수목의 소유자로서도 사업시행자의 수목 벌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건의 가치 상실을 수인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했다. 재개발과 관련된 판례에서도 ‘공익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지장물의 가격보상을 받음으로써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의 철거, 제거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며 지장물에 대한 가격보상 완료 후 이를 인도받아 철거할 권리는 사업시행자에게 귀속된다.’고 했다.

이런 입장은 CASE2에도 무차별하다. 또 다른 사례에서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 제2호(CASE2)에 따라 골재의 가격으로 보상금을 공탁한 후 사업시행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골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골재가 산일되어 회복될 수 없는 사안에서, 사업시행자가 물건의 철거, 제거권한을 가지는 이상 사업시행자에게 골재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울 수 없다.'고 봤다.

이전비가 물건의 가격을 초과하여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한 ‘케이스 2’가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보상지구에서 건물을 제외하면 그 밖의 물건 이전비가 해당 물건의 가격을 상회한다. 처마 끝 차양을 해체해서 옮기는 비용보다는 낡은 차양 가격이 더 저렴하다. 차양은 이전 대상이지만 지급은 가격으로 한다. 수목도 비슷하다. 몇 그루 안 되는 수목을 굴취, 운반하는 비용보다 수목가격을 지급하는 것이 상례다.

이 모든 것을 깔끔히 하는 방법은, 물건에 대한 보상평가서에 각 물건의 보상금이 ‘이전비’로 산정된 것인지, ‘물건의 가격’인지 구분 기재하는 것뿐이다. 이전비로 지급했으면 이전의무는 물건 소유자에게 있다. 이들을 협의 취득하는 경우, 매매계약서를 보면 ‘언제까지 철거, 이전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여 발생하는 민, 형사상 또는 재산상의 피해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으며, 기한 내 철거(이전) 하지 않을 경우 갑은 임의로 집행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은 을에게 있다.’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그래서 이전이 완료된 걸 보고 보상금 지급을 하는 계약이 일반적이다. 무능한 공무원은 이전 완료된 걸 확인하지도 않고 보상금을 집행하는데 최소한 쓰레기차 한두 대 비용을 낭비한 셈이다.

소유자에게 가장 행복한 경우는,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는 CASE1, CASE2에서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금을 받고, 이를 옮겨 중고가격으로 매각할 때다. 사업시행자도 철거, 이전과정에서 그 물건의 재활용에 신경 쓰지도 않으며 철거와 이전부담을 덜 수 있어 불만 없다. 이전비만 달랑 줘 놓고 자기가 옮기기 전 훼손해서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민원과 소송은 달갑지 않다. 가장 밉상 캐릭터는 관련규정에 ‘건축물의 소유자가 당해 건축물의 구성부분을 사용 또는 처분할 목적으로 철거하는 경우에는 건축물의 소유자가 부담한다.’고 했는데, 이것저것 값나가는 건물 자재를 뽑아가면서 철거 자기가 했으니 철거비 내놓으라는 강심장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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