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국 대통령선거 : 투표용지로 치루는 다른 형태의 전쟁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미국 대통령선거 : 투표용지로 치루는 다른 형태의 전쟁
  • 신희섭
  • 승인 2020.11.06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0년 11월 3일(미국 시각)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이번 선거가 ‘트럼프 vs. 반트럼프’일 정도로 미국은 극명하게 분열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지난 4년이 미국의 ‘사회균열(social cleavage: 사회가 갈등하고 결집하는 이슈)’에 더욱 깊은 생채기를 낸 것이다.

2020년 11월 5일 오전 8시(한국 시각)까지 나온 선거결과는 기대보다 더 역동적이다.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다시 바이든으로 당선 예측이 달라지고 있다. 우편 도착 시각이 주마다 다르므로 최종 결과발표를 아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또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예고한 상태라 대선 결과가 최종 결정되기까지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들은 내전에 가까운 투쟁을 펼칠 수도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는 흥미로움 이상이다. 언론에 나오는 ‘유권자 등록’제도와 ‘선거인단’제도 같은 현대적이지 않은 선거제도들과 2016년처럼 결과 예측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 미국 선거가 눈에 띄는 것은 선거의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선거는 ‘내전(civil war)’을 대신한다. 제도주의자들(institutionalist)은 우아하게 선전하지만, 선거는 결국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 전쟁과 달리 무력 대신 ‘종이 돌(paper stone)’을 사용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 간 정치적 목적을 다투는 ‘전쟁(war)’과 달리 국내적인 투쟁을 제도 안에 담은 것이다. 1861년 남북전쟁과 달리 현재 미국인들은 투표용지를 통해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렇다. 민주주의에서 선거(election)는 내전을 대체한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정치적 이견을 조정하고, 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규정하고, 더 우월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사회적 결정방식이다. 전쟁이 승리를 위해 열정적인 인민을 동원하고, 일선에서 뛰는 군인들을 훈련하고, 전략을 세우는 참모본부를 마련하는 것처럼, 선거도 똑같다. 지지세력결집, 상대세력분열, 선거전문가영입, 선거캠프와 선거 전략 구성.

이번 미국 대선은 ‘선거= 갈등’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겉으로는 폭력적이지 않고 고상한 듯하지만, 선거 과정과 전략과 전술은 전쟁에 버금간다. 오히려 전쟁보다 더 격렬하다. 여기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 대선이 국제전처럼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의 차이가 엄청나므로 국가마다 그리고 국가 내부의 이해집단마다 계산기를 달리 두드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vs. 반트럼프’의 공화당과 민주당 간 대립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끝을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당 간 이념적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당들은 대체로 중도 성향이 강했었지만, 현재는 진보와 보수로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정당의 이민정책에 대한 인식변화를 사례로 들 수 있다. 1994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64%)과 민주당(62%)은 이민자 문제에 대해 대체로 비슷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49%는 여전히 이민자들을 부정적으로 본 데 비해, 민주당은 11%만이 이민자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둘째, 전통적 사회적 균열이 강화하고 있다. 정당이 이념적 거리를 벌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아직도 인종 문제가 뇌관이 되어 미국 사회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은 제조업에서 IT와 금융업 중심으로의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계급 갈등도 고착화되어 있다. 여기에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자의 증대에 따른 갈등구조도 겹쳐있다. 미국의 전통적 사회균열은 다음 선거에서도 사활을 걸고 대통령을 선발할 것이다.

셋째, 새로운 갈등도 등장하고 있다. 바로 교육수준이다. 교육수준은 일반적으로 계층이나 계급 갈등의 한 부분이다. 소득이 교육수준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좀 다르다. 미국에서 교육수준은 이민자그룹마다 다르다. 2017년 기준 미국본토 출생자의 대학 졸업 이상 비율은 32%다. 그런데 교육열이 강한 아시아계는 53%에 달하고 이민자가 가장 많은 멕시코계(미국 거주 이민자의 25% 차지)는 7%밖에 안 된다. 즉 이민자출신지와 교육수준 간에 차이가 크게 난다. 게다가 이민자 인구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2001년 기준 히스패닉 이민자가 53%이고 아시아계 이민자가 22%였던 데 비해 2018년에는 히스패닉이 31%이고 아시아계가 37%로 역전되어 있다. 현재 미국 이민자 수로 1위가 인도고 2위가 멕시코이고 3위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저임금의 제조업 노동자도 필요하고 IT 분야의 뇌섹남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민자출신지는 교육수준과 함께 계층 수준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결론은? 미국의 인구구성이 점차 변화하면서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갈등은 강화될 것이다. 선거이론에서 ‘자원 동원이론(정치적 자원을 많이 가진 이가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에 따르면 더 많이 배우고 소득이 높은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 이는 반대 진영을 더 불안하게 만들며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경쟁은 더욱 극단화될 것이다.

이런 조건들에 더해 정치적 갈등을 격화시키는 부차적인 요인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민중주의와 극단주의가 먹힌다는 점을 학습한 경험이 첫 번째다. 제2 트럼프, 제3 트럼프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리고 ‘선거인단’제도와 ‘유권자 등록’제도 같은 구시대적인 제도들이 두 번째다. 이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선거라는 이름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인지를 두고 정당마다 주판알들을 튕길 것이다.

투표(voting)는 끝이 났다. 선거(election)라는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 것인지는 안개 속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선거로 인한 후유증이 미래를 구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 간 전쟁은 평화협정이라도 체결하지만, 도대체 분열된 미국 정치는 무엇으로 갈등을 봉합할 것인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