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면서생 A씨가 부동산으로 인해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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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면서생 A씨가 부동산으로 인해 겪은 일
  • 송기춘
  • 승인 2020.10.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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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씨는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살아온 백면서생(白面書生)이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분야가 법과는 관련도 없고 사람이 바른지라 평생 법 없이도 살 줄 알았다. 그러나 근래 산골에 있는 땅 때문에 애꿎은 일을 겪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1. A씨는 종중(宗中)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가운데 몇 필지에 다른 종중원 둘과 소유권자로 등기(공유)되어 있다. 그 중 한 필지 토지(임야)의 다른 공유자 B는 종중 일에는 관심도 없으나 소유권자로 이름을 올려 달라고 하도 떼를 써서 종중에서 두 손 들고 어쩔 수 없이 등기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게 40여 년 전이다. 세월이 흘러 B는 사망하였고, 이 임야 위로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바람에 보상금을 종중이 수령하게 되었다. 그러나 B의 자손들 15명은 이것이 자기들 소유임을 주장하여 보상금을 수령하였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상 종중과 종중원 사이의 명의신탁계약이 유효하다고 해도 신탁을 이유로 제3자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게 판례이기도 하다. 종중은 부랴부랴 B의 자손들을 상대로 보상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했나 본데,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하였다. B의 자손들이 보상금을 수령하기 전에 이를 알고 다른 방법을 썼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다. 종중이 보상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포기하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2. B의 자손의 한 명인 C는 종중 보유의 다른 토지의 명의 이전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종중원 명의로 등기된 종중소유 토지는 명의자가 사망하면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명의를 이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종중도 이 방식으로 젊은 세대로 명의를 바꾼 것이다. 이 법률은 “이 법 시행 당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등기부의 기재가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동산을 용이한 절차에 따라 등기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등기되어 있는 부동산을 사실상 양수한 사람이나 상속을 받은 사람은 시·구·읍·면장이 위촉하는 5명 이상의 보증인의 보증서를 첨부하여 (토지)대장소관청으로부터 확인서를 발급받아 등기를 신청한다. 허위로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인이나 발급받은 사람은 1년 이상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C는 종중의 대표와 공유자 그리고 보증인들을 이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다. 종중의 대표와 보증인들은 벌금 300만원씩을 선고받았고 종중은 벌금을 대납할 수밖에 없었다. 종중은 B의 자손들과의 소송을 취하하고 B의 자손들은 더 이상 B의 명의로 된 토지에 대해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종중이 받은 토지보상금의 반은 소송비용과 벌금으로 나갔다. A도 하마터면 전과자가 될 뻔 했다.

3. A가 보유한 토지의 다른 공유자 D는 사업을 하는데, 꽤 오래 전 금융기관에서 융자 받은 돈을 갚지 않고 있었다. 이 금융기관에서 D소유 토지에 강제경매신청을 하게 되었다. D는 강제경매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종중에게도 공유자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공유토지가 경매에 들어갈 경우 다른 공유자는 경매 대상 지분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법원은 공유자에게 경매에 들어간 사실을 통지한다. 그러나 법원은 등기부에 기록된 공유자의 이름과 주소로 통지를 하는지 A는 이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 여러 차례 주소를 이전하였기 때문이다. 요즘 행정기관에서는 모든 국민의 주소지 변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법원은 등기부상 주소로 통지하고 만다. 주소 변경등기를 안 하면 이 정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고일까. 변경등기를 강제하여 얻는 이익이 이로 인한 공유자의 권리 상실보다 큰 거라 생각하는 건가. D의 소유권 지분은 경락을 받은 E에게 이전 등기되었다. E가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소장이 다른 토지 공유자에게 흘러 흘러 전달된 뒤 A는 등기부를 열람하고 그 동안에 진행된 사태를 알게 되었다. 종중은 이제서야 바쁘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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