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5)-세종의 독서와 천하위공(天下爲公)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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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5)-세종의 독서와 천하위공(天下爲公)의 리더십
  • 강신업
  • 승인 2020.10.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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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세종은 세자 시절이 2개월 밖에 안 될 정도여서 사실상 제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만 세자가 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책을 섭렵하던 세종은 왕이 된 이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책을 통해 통치 이념과 통치술을 배웠다. 세종이 특히 애독한 책은 춘추(春秋),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역사서로 일컬어지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이었다.

자치통감은 중국 춘추시대 이후부터 송 건국 이전까지 1,362년의 역사를 294권, 300만 자에 담은 대 역사서이자 제왕학 교과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약 55만 자인 것을 생각하면 300만 자의 자치통감은 엄청난 분량인데 - 이런 대역사서 편찬이 가능했던 것은 자치통감 편찬이 사마광의 단독 작업이 아니라 북송의 황제 신종의 명에 따른 국가적 사업이었고 사마광 외에도 여러 사람이 저술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 세종은 자치통감의 세세한 구절을 암기할 수 있을 만큼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세종은 평생 독서를 통해 정사(政事)의 지혜와 동력을 얻었다. 세종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먼저 독서를 통해 구상을 하고, 구상한 것을 경연을 통해 신하들과 토론하고, 그 후에는 반드시 옛 자료를 찾고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고, 백성의 삶에서 실제 활용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인쇄해서 반포했다. 조선의 음악, 천문관측서, 농서, 의학서 들이 모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세종은 32년간 재위하면서 오직 백성을 정치의 중심에 두었는데, 이는 독서를 통해 얻은 성현의 가르침과 역사의 교훈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세종은 자치통감에 나오는 천하위공(天下爲公), 즉 ‘천하는 모두의 것’이라는 말을 교훈삼아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이인위본(以人爲本)’의 정치를 했다. 재위 기간 내내 ‘이민위천(以民爲天)’, 즉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는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편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벼운 존재이다”라는 맹자의 민귀군경(民貴軍輕)의 사상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세종은 재위기간 내내 지극한 백성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그가 한글을 만든 것도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불편을 겪는 백성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백성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알 수 있다. 세종은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그것이 백성들에게 가져올 폐해가 없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세종은 어떤 정책을 시행하거나 그 결과를 보고받을 때면 ‘이것이 백성에게 유용한가’를 먼저 물었다. 백성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하여 ‘지킬 수 없는 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하며 실용적 법제정과 실행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세종은 생각을 일깨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세종은 스스로도 만년에 ‘내가 경서와 사기는 보지 않은 것이 없고 또 지금은 늙어서 능히 기억하지 못하나 지금에도 오히려 글 읽는 것을 치우지 않는 것은 다만 글을 보는 동안에 생각이 일깨워져서 여러 가지로 정사에 시행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써 본다면 글 읽는 것이 어찌 유익하지 않으랴’라고 하여 자신이 글을 읽는 이유가 글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정사에 반영하기 위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과세 정책 등 아무런 준비 없이 이런 저런 설익은 정책을 시행하다 국민을 실험 대상인 마루타로 만들고 있다. 특히 문제는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을 사유물로 여기는 파렴치하고 오만한 행태다.

천하는 모두의 것이다. 임금보다도 사직보다도 민(民)이 귀한 것이다. 세종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한 위대한 정치인이었다. 필자가 오늘 특별히 세종의 리더십을 논하는 것은 대통령을 위시한 위정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어리석은 꿈일 수 있겠지만 대통령 문재인이 세종의 애민정신과 천하위공의 자세를 그 십분의 일이라도 닮기를 바랄 뿐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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