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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 초년생, 핸드폰 판매 노동자를 위한 법적 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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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 초년생, 핸드폰 판매 노동자를 위한 법적 조력
  • 윤지영
  • 승인 2020.09.1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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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윤지영</strong> <br>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자영업자라고요? 주 6일, 하루 14시간씩 당신을 위해서 일해요. 당신 밑에서요. 그게 무슨 자영업이에요. 회사가 사람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예요?”

거장 켄로치 감독이 만든 영화 <미안해요, 리키>에서 택배기사인 주인공이 한 말입니다. 이 장면에서 의뢰인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영화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지만, 정확하게 같은 처지에 놓인 핸드폰 판매 노동자입니다.

의뢰인이 핸드폰 판매 일을 시작한 것은 2017년 2월입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때였습니다. 그가 다닌 회사는 KT로부터 위탁을 받아 핸드폰 및 통신서비스 판매 업무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연 매출액이 수백억 원, 대리점만 수십 군데를 가지고 있는 큰 회사입니다. 친구 소개로 간 그곳에서, 의뢰인은 기본급 120만 원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만 듣고 계약서도 쓰지 않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의뢰인은 주 6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을 하였고 개통 건수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수수료가 결정되는 것인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뢰인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회사가 수시로 목표치와 수수료를 변경하였기 때문입니다. 기기별/단말요금별/프로모션별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단가표를 보고 있노라면, 이해를 단념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 수 없는 용어들,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들, 너무나 많은 숫자들, 거기에 더해서 매달 조금씩 바뀌는 기준들을 보고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작정하고 회사가 수수료를 마음대로 주겠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은 똑같은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급여는 계속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6일 하루 11시간 일을 해도 급여는 0원인 것입니다. 심지어 실적에 미달하면 회사에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 결과 의뢰인은 2017년 7월부터 다섯 달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의뢰인은 회사로부터 가불을 하였고, 회사는 가불금 및 목표 미달성에 따른 벌금 등에 더하여, 고객 항의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까지 1900여만 원 지급에 관한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였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이백만 원까지 매달 가불금 변제 명목으로 급여를 공제 당했습니다. 그리고는 1900여만 원을 다 갚은 작년 8월 말 퇴사했습니다. 그러나 퇴사 이후에도 고통은 지속되었습니다. 회사는 더 갚을 게 남았다며 의뢰인을 압박했습니다. 고객 민원을 회사가 대신 처리하였다며 그 처리 비용을 의뢰인에게 청구한 것입니다. 회사가 근거로 드는 것은 계약서입니다. 계약서에는 이런 문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제8조 고객 불만 처리

1. “을”(의뢰인)이 체결한 계약건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고객 민원은 “을”에게 책임이 있다.

2. “을”은 통신사 및 소비자보호원 등에 고객민원 접수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지며, (이하 생략)

제10조 지급방법 및 반환

1. “갑”은 “을”에게 지급하여야 할 수수료 및 장려금 등의 채무에 대하여 “갑”이 “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모든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

제27조 물품의 취급 관리 등

8. “을”은 “갑”이 별도로 정한 매뉴얼 등에 의거하여 고객 만족을 위하여 물품 등의 애프터서비스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이를 해태하여 고객 및 “갑”에게 손해가 발생시 “을”은 “갑”과 고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작년 11월, 회사는 의뢰인에게 4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서울보증보험증권에 1,000만 원의 보험금까지 청구했습니다. 피보험자를 회사, 보험계약자를 의뢰인으로 하여 사실상 회사가 가입한 계약이행보증보험입니다. 여기에는 통신사를 바꾸겠다는 고객에게 회사가 통신사 변경을 막기 위해 돈을 준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가 알아서 처리한 비용까지 의뢰인에게 청구한 셈입니다. 만약 서울보증보험증권이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이후 보험회사는 의뢰인한테 구상권을 청구할 것입니다.

만약 의뢰인이 법상 근로자라면 회사는 이런 식으로 의뢰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에게 퇴직금도 지급해야 하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 초과근무수당, 주휴수당까지 모두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동법상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회사는 의뢰인을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포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가 나중에 위탁판매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하였습니다. 의뢰인이 개인사업자라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핸드폰 판매 및 개통 일을 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서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의뢰인은 완전히 회사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회사는 의뢰인에 대한 아주 많은 권한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의뢰인에게는 의무와 책임만 있습니다. 의뢰인은 회사가 짠 시간표에 맞춰 일을 했고, 회사는 CCTV와 전산 시스템을 통해 의뢰인을 감시하였습니다. 핸드폰 판매 및 개통 업무 외에도 관련 없는 고객 응대까지도 의뢰인에게 맡겼습니다. 회사는 법률가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계약서들을 들이밀었고, 이제 막 이십 대에 들어선 의뢰인은 그러한 계약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싸인을 했습니다. 비단 의뢰인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핸드폰 판매 일을 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의뢰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의뢰인은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심한 우울증으로 단기 기억 상실증까지 앓았습니다. 혼자서 회사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감에서는 이러한 의뢰인을 도와 보험회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이 약자의 편이길 바라봅니다.

<공감 뉴스레터 2020년 9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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