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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행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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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행복의 비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9.0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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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본격적인 독서를 하지 않은 지 꽤 됐지만 여전히 먼 길을 나설 때는 습관처럼 책을 챙기곤 한다. 특히 대중교통으로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외근이 연달아 있는 때가 소원해진 책과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지난 1월 변호사시험의 시험장 취재를 하면서 열었던 ‘사피엔스’의 책장을 지난달 있었던 5급 공채 행정직 2차시험 취재를 다니면서 간신히 덮을 수 있었다. 무려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끝난 것이다.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636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 속에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고 나아가 신의 영역에 이르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꽤나 설득력 있고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사피엔스’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행복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에 좌우되고 결국 행복감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는지조차도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행복감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 나눈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타고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최저 5에서 최대 10까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3부터 7까지 밖에 느끼지 못한다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억울한 마음이 울컥 솟았다. 행복이라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건 결국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능도, 외모도, 운동 능력도,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인 재능도 모두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성격도 그렇다. 온화하거나 예민하거나 열정적이거나 무던하거나 ‘나’라는 한 인간의 아이덴티티가 모두 유전에 의해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동의하리라 생각하는데, 심지어 ‘노력’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타고나는 재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노력마저 재능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정에 이를 수 없다면,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은 고작 7까지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은 아닐까. 당연히 답은 ‘NO’다.

법률저널의 독자들의 입장에서 수험생의 경우를 예시하면, 워낙 타고난 지적능력이 출중해 저 앞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있다. 너무 부럽고 때로는 의욕도 팍팍 꺾인다. 하지만 내 지적능력의 최대치가 좀 낮더라도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한다면 나는 적어도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갈 수 있다.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만약 내가 7까지 밖에 행복할 수 없다고 해도 3에서 멈추는 것보다 7까지 가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행복의 비결이 도출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이 떠도는 삶을 살았던 수렵·채집인들이 한 곳에 정착해 작물과 가축을 키워서 먹고 축적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구가한 농업혁명 이후의 사피엔스들보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즐기며 더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적 관점의 행복과는 사뭇 다른 해석으로도 보이지만 꽤 주목할 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요는 얼마나 많이 얻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쪼록 법률저널의 독자들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조금이라도 즐겁게 수험생활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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