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7)-인류세(人類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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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7)-인류세(人類世)
  • 강신업
  • 승인 2020.08.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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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다시, 가혹한 시대다. 한동안 지구를 주름잡으며 개체를 늘려온 또 하나의 종족이 사라진다. 코로나 19는 그 서막의 단초다. 인간이 멸종한다면 6번째 대멸종이다. 많은 분류군의 생물이 동시에 절멸하는 현상을 일컫는 ‘대멸종’은 그간 오르도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총 5번 있었다. 이제 6번째 대멸종은 플라스틱이 화석으로 발견되는 멸종으로 ‘인류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혹자는 인간의 과학문명이 인간을 멸종의 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멸종에 관한 한 인간은 다만 동물이며, 결코 신이 아니며, 과거 멸종했던 다른 종족들과 다른 길을 갈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비교적 엄청난 과학문명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시공간에 의해 한계 지어진 유한한 존재라는 것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따라서 결국 인간은 대멸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공룡이 지구 상에 수억 년을 지배하면서 적수가 없었지만 결국 멸종을 맞았듯이 인간 역시 언젠가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인류가 개체 수를 수십억까지 늘리며, 과거 지구를 지배했던 그 어느 종족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육지와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 호령하는 삶을 살았다는 그 엄청난 얘기는 인간 종족의 멸망과 함께 우주 깊숙이 파묻힐 것이다.

인간이 대멸종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분명 인간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대멸종이 아니다. 대멸종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인간이 그런 운명을 겪게 된다 한들 그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류가 대멸종을 당하기 전에 인간들의 욕심과 부주의로 인하여 탄생한 제 문제로 고통스럽게 겪어야 할 갖가지 질병과 재난이다. 대멸종의 전조로 나타나게 될 지구 상의 갖가지 질병과 재난은 그동안 인간이 겪지 않았던 전대미문의 상황 속으로 인간을 밀어 넣을 것이다. 가령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로 인간들은 상호교류와 접촉을 차단당한 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기후변화에 기인한 홍수나 가뭄, 추위와 폭염 등은 지금까지 인간이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안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수천 년간의 투쟁과 노력을 통해 얻어낸 개인의 자유를 너무도 손쉽게 빼앗길 것이라는 점이다. 호시탐탐 권력의 확대를 노리는 국가는 이 틈을 타고 질병과 재난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거나 억압하려 들 것이다.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자유가 전염병 예방을 이유로, 천재지변에 대응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시로 제한되고 때로는 그런 종류의 자유들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 일이 생길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을 감시하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며, ‘개인의 자유’는 ‘전체의 안전’에 자리를 빼앗기고 ‘현재의 행복’은 ‘미래의 불안’에 저당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개인의 이익은 전체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철저하게 유린당할 것이다. 사유재산이 부정되고 시장경제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물론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민주주의’도 사멸하고 말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분명 대멸종의 운명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간 대멸종이 아니라 그 전에 지구 상에 나타날 각종 전염병과 재난 등이 가져올 인간 자유의 박탈이다. 인간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박탈당한 채 마치 새장 안의 새처럼 사육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때 인간은 이미 멸종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간’이라 부르는 종족은 우리에 갇혀 그저 던져 주는 먹이나 먹고 사는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존재한다 한들 이미 자유를 잃었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했다면 이미 우리가 아는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신이여, 제발 인간을 욕되게 하지 마소서! 멸족은 받아들일망정 자유가 박탈된 삶, 존엄성이 상실된 삶은 결코 인정할 수 없나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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