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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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8.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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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사법부의 치욕과 새로운 탄생

 

전효숙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되던 날,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사상 최초의 대국민사과발언을 하였다.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재판과 관련된 금품수수사실이 드러나 구속됨으로써 국민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하자, 대법관 전원과 각급 법원장들의 연석회의석상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다. 헌정 58년의 역사 속에서 여성이 사법부의 한 축인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된 것은 획기적인 일로써,  보이지 않는 남녀차별이 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다.


언론은 전효숙 헌법재판장 내정자에 대하여, 학창 시절 학생 운동 등에는 전혀 무관심하였고 오직 사법고시 공부에만 전념했다고 보도한다. 사법고시 17회 동기생 59명 중 유일하게 홍일점이었던 전효숙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시절 사법고시 1회 선배인 이태운 현의정부지방법원장과 결혼했고, 순탄하게 판사로서의 생활을 하며 온화한 성품으로 인상에 남는 일화가 없을 정도로 특이한 면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생이라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코드 인사니 신데렐라 판사라는 말로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지만, 필자는 그의 온화함과 순탄함, 그리고 인상에 남을 만한 일화가 없는 그의 평범성이 오히려 돋보이기에 그의 내정에 축하를 보낸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강한 이미지, 무언가 뉴스의 중심이 될 만한 사건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자기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는 자의 큰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왔고, 상대방의 의견을 묵사발이 될 때까지 밀어붙여야만 제대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한 시끄러운 사람들이 조직의 리더가 되는 세상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필자는 그전에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하루 속히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이들을 두엇 낳아 젖을 물려보고, 교육을 시켜보고, 자식을 군대 보내보고, 남자들 속에서 차별을 겪어 본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날, 우리나라가 진정한 평화국가가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며칠 전 8.15 광복절 기념식을 둘러싸고, 한미 FTA협상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보혁이 서로 시위를 하며 대립했던 기억이 새롭다. 뜨거운 대지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사람들의 열기로 대한민국은 섭씨 43.5 정도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진 용광로였다. 보수라고 자칭하는 자들도 뜨거웠고, 진보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뜨거웠다. 어느 누구도 회색지대를 존중하지 않지만, 침묵 속의 다수는 모두 회색지대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사람들을 향해, 어쩌면 저 바보들이라고 이상한 엘리스의 나라를 바라보듯 하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진정한 보수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중심을 가진 가치를 의미한다고 본다. 진정한 진보 역시 앞으로나 뒤로 흔들리지 아니하는 중심을 가진 진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극단으로 치닫는 진보나 보수는 모두 사이비일 뿐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처럼 조금은 평상의 일상을 살아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타당성과 중도의 가치, 이 사회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희망하는 평안함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중요한 리더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 사회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였고,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재판관 가운데  부적법각하 판결을 내렸다. 필자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에 대한 부당성 및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불문헌법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은 사실에 대한 정치인인 대통령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정치행위의 일부임과 불문헌법을 끌어들여 성문법을 배제하는 부당함을 법리적으로 밝힌 적이 있고, 그러한 법률이론을 주장하며 보편타당한 헌법가치관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그의 헌법정신에 경의를 이미 표한 바도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보안법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을 함으로써 국가의 안위를 위한 국민의 헌법정신을 또 한 번 확인한 바도 있다. 그의 몇 건의 헌법재판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사법부에 속한 이들이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렸다는 소신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올바른 법률지식과 양심에 따른 합리적 해석을 통해 소신을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더불어 사법부의 쌍두마차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그 동안 쌓아 온 판례의 축적은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법률 중에 위헌적 요소가 많았고, 통치행위 및 행정행위 속에 부당한 일이 관행처럼 상존하고 있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의 반면교사이겠지만, 대통령 탄핵문제를 비롯한 헌법재판소의 축적된 판례는 법률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오히려 배워가는 실정이다. 5공정권 말기 국민의 6.29항쟁으로 얻어낸 현행 헌법의 가장 큰 소득 중의 하나가 당시 대법원의 권한으로 유명무실화되어 있던 위헌심사권을 독립된 헌법재판소로 옮겨온 것이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수많은 헌법관련 판례들이 축적되기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는 소수의 약자를 보호하고, 남녀의 차별을 철폐하고, 억눌린 경제적 어려운 이들을 돌보고, 사법권(검찰권)으로부터 배제된 수많은 억울한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수많은 사안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앞으로 우리 사법부에 다시는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고, 새로운 여성 수장을 중심으로 한 헌법재판소가 제 몫을 다하여 이 나라에 헌법정신이 살아 숨쉬는, 그리하여 국기가 바로 서고, 약자가 보호받으며, 불평등과 부조화가 사라지고, 상호 존중과 상생의 철학이 모든 국민에게 살아 숨 쉬는 복지국가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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