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훈 변호사의 형사 로스쿨수업 4-명예훼손죄와 위법성조각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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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훈 변호사의 형사 로스쿨수업 4-명예훼손죄와 위법성조각사유
  • 류동훈
  • 승인 2020.07.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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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류동훈</strong> 변호사, 법학박사
류동훈 변호사, 법학박사

학생: 교수님! 명예훼손죄에서 말이죠...

교수: 어떤 명예훼손죄를 말하는가요?

학생: 방금 스터디 끝나고 오는 길인데요... 사안은 이러해요. 회사 현임 노동조합장이 전임 노동조합장의 재임 중 업무처리내용을 향후 조합장 선거에서 전임 조합장을 경쟁대상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대자보에 써서 회사 내에 붙였는데.

교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이군요. 제307조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학생: 그래서 그 대자보를 붙인 행위가 현임 조합장에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인지 따져 보았는데.

교수: 우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군요.

학생: 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사실을 적시한다는. 대법원은 그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의 ‘전파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전파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교수: 이른바 ‘전파성 이론’이지요. 회사 내 대자보를 붙인 행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겠지요.

학생: 네, 공연성 요건은 충족됩니다. 그리고 그 적시되는 ‘사실’이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교수: 원칙적으로는 그렇지요. 다만 ‘장래’의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그것이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을 기초로 하거나 그에 대한 주장을 포함한다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따라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학생: 맞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전임 조합장의 과거 행위에 대해 대자보를 써서 붙인 것이니 제307조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적시’란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사실을 지적하거나 표시하는 것이니, 대자보에 써 붙인 이 사건에서는 이 요건 역시 크게 문제없어 보입니다.

교수: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지요. 추상적이거나 가치판단을 표시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모욕죄입니다.

학생: 네, 전임자의 재임 중 업무처리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근거자료가 불명확한 부분을 써 붙였다는 것이니 그 내용이 추상적이라거나 가치판단에 관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 그러네요, ‘적시’ 요건도 문제없어 보이는군요.

그럼 끝으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 ‘명예’란 개인의 진가와 관계없이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해 타인에 의해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합니다.

교수: ‘외적’ 명예라는 거지요.

학생: 그리고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명예가 현실로 침해되었을 것을 요하지 않고 명예를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가 있으면 바로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고요.

교수: 즉 공연성이 인정되면 바로 기수가 된다.

학생: 네, 결국 현임 조합장은 전임 조합장의 과거 업무처리 내용에 대해 대자보를 써 붙임으로써 그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훼손할 우려가 있게 한 것 아니냐, 다시 말해 현임 조합장은 전임 조합장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유죄가 아니냐...

교수: 그런데요?

학생: 결론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고 합니다...

교수: 형법 제310조,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학생: 하지만 현임 조합장은 전임 조합장을 조합장 선거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대자보를 붙인 거잖아요. 이것이 과연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교수: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은 국가, 사회 일반의 이익에 관한 것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고, 공익성 여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되 주요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있었더라도 제310조가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학생: 현임 조합장에게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요목적은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

교수: 조합이나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본 것이지요.

학생: ... 그런데 문제는 그 대자보에 써 붙인 내용이 ‘진실한 사실’도 아니란 거예요.

교수: 제310조의 ‘진실한 사실’의 의미는 적시된 사실의 ‘중요부분’이 진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적시된 사실의 주요내용이 진실하다면 일부 자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제310조는 적용된답니다.

학생: 하지만 이 사안은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착오한 경우로 처음부터 제310조의 ‘진실성’ 요건을 충족하는 사안이 아닌데요?

교수: 그럼 현임 조합장, 즉 피고인이 그 허위사실을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군요.

학생: ‘상당한 이유’요?

교수: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규정이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헌법 제21조에 의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두 법익간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학생: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없어 무죄라...

휴~ 간단치가 않네요.

교수: 판례의 판시내용을 잘 익혀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판례의 태도를 잘 정리해 두시지요~

학생: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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