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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폭력 가해 사장을 신고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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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폭력 가해 사장을 신고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 박영아
  • 승인 2020.07.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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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장이 성폭력 가해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취업할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게 말이 되는가 싶지만 고용허가제의 재입국고용특례제도로 인해 위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노동자가 있습니다.

사장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은 입사 직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면서 손을 대는 정도여서 한국에서 윗사람이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뒤에서 허리를 감싸며 몸을 밀착시키거나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이마에 입맞춤하거나 무언가를 가리키는 척하며 팔로 가슴을 스치는 등의 행동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본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후 3년 만에 어렵게 얻은 일자리였고, 고향에 남아 있는 어린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어 어렵게 결심한 한국행이었던 데다 갚아야 하는 빚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없게 될까봐 쉽사리 문제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사장은 A씨에게 4년 10개월의 취업활동기간이 끝난 후 재입국고용특례제도에 따라 재고용해주겠다고 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재입국고용특례제도란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전문·비숙련 부문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를 공급하기 위한 고용허가제와 관련 정부가 내세워 온 원칙은 정주화방지와 단기순환입니다. 고용허가제 하에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단기로 고용한 후 다시 돌려보냄으로써 정주화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어 최초 활동기간 3년 만료 후 1년 10개월 연장가능하고, 1년 10개월 만료 후 잠시 출국했다가 3개월 지나면 재입국하여 다시 총 4년 10개월 간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재입국고용특례”)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할 때마다 종전 사용자가 재고용하는 경우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재입국고용특례의 경우 4년 10개월 동안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았을 것(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사업장변경의 경우에도 재입국고용허가를 신청하는 사용자와의 취업활동기간 만료일까지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일 것), 그리고 종전 사용자와 체결하는 재입국 후 근로계약기간 역시 1년 이상일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한 마디로 종전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계속 일할 수 있고, 또 심지어 요건을 충족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사용자를 바꾸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재고용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웬만한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를 참고 견디게 됩니다.

A씨의 경우도 바로 그러합니다. 그런데 취업활동기간 4년 10개월 만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A씨가 일하던 사업장은 화장실 남녀 구분이 없는 공용화장실이었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여성이었고 남성은 사장이 유일했습니다. 그날 A씨는 화장실에서 앞 사람이 물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물을 내리며 무심코 변기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검은색 물체가 보였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본 A씨는 경악하였습니다. 화변기(좌석이 없는 구식 변기) 안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A씨는 조언을 받고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당황한 사장은 경찰이 출동하기도 전에 자신이 범인임을 시인하였습니다. 올해 3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A씨와 사장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사장에 대한 경찰수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구속되지 않아 그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업체도 종전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A씨는 사건 이후 출근하지 못하였고, 3월 말로 퇴사처리되었으며 현재 아무런 소득이 없어 생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고용센터에 구직신청을 했지만, 총 4년 10개월의 취업활동기간 만료 2개월을 앞두고 퇴사하였기 때문에 2개월간 고용해줄 업체가 나올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A씨는 원래 취업활동기간이 만료되면 재고용하겠다는 사장의 약속을 믿고 지난 5년 가까이 참고 견뎌내었고, 3개월간 출국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일할 계획이었으나, 그마저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사장과의 분리 자체가 A씨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가해자인 사장과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사용자에게는 이주노동자를 계속 고용할 것인지 선택권을 주면서, 노동자에게는 오로지 한 사용자와의 근로계약만을 허용하는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성이 만들어낸 웃지 못 할 상황입니다.

2020. 5. 28. A씨와 이주인권단체들은 피해자로 하여금 성폭력과 불법촬영 가해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만 한국에서 계속해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피해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근로의 권리와 강제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에 대한 침해에 해당함을 지적하며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상태에서 한국에서 체류하며 취업할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구함과 아울러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예속성을 극대화하는 재고용하가와 재입국고용특례제도에 대한 제도개선을 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A씨의 대리인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주화방지”며 누구를 위한 “단기순환”인지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0년 6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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