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4)-왼 바람 거센 시대 오른 날개 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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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4)-왼 바람 거센 시대 오른 날개 펴기
  • 강신업
  • 승인 2020.05.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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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요즘은 마치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견해가 유행이다. 21대 총선에서 보수가 참패한 뒤로는 보수의 이념이 잘못되었으니 훨씬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보수의 가치를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인식(誤認識)이다.

보수의 최대 가치는 무엇인가? ‘자유’와 ‘공동체’다.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면서 공동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보수의 제일 가치다.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가치가 ‘자유민주주의’이고, 기업의 자유를 지키는 가치가 ‘시장경제주의’다. 외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켜야 하기에 ‘국방과 안보’가 지대한 관심사가 된다.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들을 막아야 하기에 ‘법치주의’를 신봉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시장경제주의를 중시하다 보면 사회와 경제의 발전에서 뒤처지는 개인과 집단이 발생한다. 여기서 자유민주주의에 내재한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 평등의 이념이 대두한다. 평등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 유지라는 가치와 공동체의 항상성 유지라는 가치 아래에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조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천적 가치가 ‘복지’다. 결국 ‘평등’과 ‘복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보완하는 가치다.

정치이론가이자 사회비평가였던 러셀 커크(1918∼1994)는 자신의 저서 <보수의 정신>에서 ‘보수란 무엇인가’를 압축적으로 잘 설명했다.

보수는 초월적 질서 또는 자연법 체계가 사회와 인간의 양심을 지배한다는 믿음이다. 불변의 도덕적 질서가 있다는 신념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강한 의식으로, 정의와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개인적 확신으로 인간이 지배되는 사회는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을 채택한다 해도 매우 훌륭한 사회라고 믿는다.

보수는 획일적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애정을 품는다. 인간 사회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보존하려면 질서와 계급, 물질적 조건의 차이, 다양한 종류의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수는 자유와 재산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믿는다. 위대한 문명은 사유재산권을 토대로 수립되며, 사유재산제도는 인류에게 책임감을 가르치고 성실해야 할 동기를 제공하며 생각할 여가와 행동할 자유를 제공해준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대신 재산보유자에게는 의무가 따르며 보유자는 도덕적·법적 의무를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보수는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궤변론자’를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는다. 보수주의자는 현대인이 거인의 어깨 위에 있는 난쟁이이며 그들의 조상보다 멀리 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앞서 살았던 인물들의 위대한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는 전례, 격언, 심지어 선입견을 따르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변화가 유익한 개혁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한다. 갑작스럽고 맹렬한 개혁은 느닷없이 깊이 째는 수술만큼이나 위험하며 신중한 변화야말로 사회를 보존하는 수단이라고 여긴다.

이상 커크의 견해에서 보듯이 보수주의 정치철학은 인간의 정신적 본성의 고양을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여긴다. 개별적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며, 이 견해에 기초하여 사회질서 유지라는 목표와 조화되는 한 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성취하는 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삼는다.

사실 보수의 가치는 인간 본성에 가깝다. 그러므로 그 어떤 사회도 보수를 저버리고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보수가 사는 길은 오히려 보수가 보수의 가치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를 신념으로 충전하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에 결연히 맞서는 것이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신뢰가 쇠락하고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부가 득세하면서 보수의 이념이 마치 낡은 유물로 취급되는 오늘날 보수는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추동시키는 오른쪽 날개를 활짝 펴야 한다.

다만,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시대정신이라는 바람을 탈 줄도 알아야 한다. 보수가 개인 자유의 확대와 공동체의 유지라는 가치를 고수하는 한, 그 실현 방법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 고양과 인간 행복의 증진을 유연한 사고와 행동은 진보의 바람이 거센 이 시대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제일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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