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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정규직 노동자,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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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정규직 노동자,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다
  • 윤지영
  • 승인 2020.05.2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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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직장갑질119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처음 들어온 것은 2월 3일입니다. 1월 20일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습니다. 연차 신청을 했는데 비상상황이니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제보였습니다. 이후 코로나19 관련 제보와 상담 신청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연차 사용을 강요받았다는 제보가 많았으나, 어느 순간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을 당했다는 제보가 많아졌고, 나중에는 권고사직을 강요받거나 해고를 당했다는 제보가 많아졌습니다. 감염의 염려 때문에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어느 택시 기사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어 쉬고 싶지만, 매일 내야 하는 사납금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후에는 연차를 쓰고 싶다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토로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보다 먹고 살 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절대 다수가 노동조합이 없는 일터의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평소의 방식으로 대응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이메일 검토 회의를 하는데, 이 회의에 참석하는 스태프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3. 8. 직장갑질119에 코로나19 대책반을 꾸렸습니다. 대책반원들은 코로나19 관련 이메일을 전담하여 신속하게 대응했는데 저도 그 일원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 예컨대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 휴업에 들어가는 경우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 각종 정부 지원금 등을 정리해서 자보를 만들고 SNS로 알렸습니다. 상담 통계와 제보를 바탕으로 매주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배포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렸습니다. 직장인의 휴가 실태 조사, 콜센터 상담사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도 했습니다. 4. 27.에는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라는 주제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태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비정규직 등 경제위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노동 시장 변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는 국내 첫 실시간 설문 조사였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19의 여파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게,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보다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에게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사 결과, 코로나 19로 소득이 줄었다는 비정규직은 66%에 이르렀는데 이 수치는 정규직의 두 배입니다. 150만원 미만의 노동자 중 70%가 소득이 줄었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셈입니다. 권고사직이나 해고의 위험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두 배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정신적인 건강으로도 이어져서 비정규직일수록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각한 상태를 보였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이 겪는 고통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간에도 비정규직은 차별과 착취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비정규직의 고통에 기폭제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정부 정책은 없습니다. 우리보다 뒤늦게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먼저 고용, 노동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해고 금지나 고용 유지 의무처럼 대부분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실업 후의 상황을 대비한 정책이 대부분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절대 다수가 일시적 미봉책입니다. 그마저도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사회안전망이 절실한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정부마저도 대규모 고용 대란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시적 미봉책은 해법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고용이 아니라 노동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과 다르기를 소망해 봅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0년 5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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