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3)-위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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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3)-위선의 함정
  • 강신업
  • 승인 2020.05.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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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하나의 유령, 위선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온통 나라가 위선으로 가득 차 있고 여기저기 위선자들이 판을 친다. 모든 사회의 역사가 ‘선과 위선의 투쟁’의 역사라지만 오늘 대한민국에서의 위선은 그 정도가 가히 견디기 어렵다.

조 모는 서울대 교수 시절 수많은 트윗을 하며 정의와 공정의 사도 노릇을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서울대 교수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자녀의 입시에 도움이 되는 각종 특혜를 얻고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불법 주식 투자로 사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도덕적으로 잘못이 있을지언정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무죄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가 가사 법적 처벌을 피한다 하더라도 이미 잃은 권위와 신뢰를 되찾긴 어려울 것이다.

방송국에서 앵커 노릇을 하던 손 모 역시 정의와 공정의 담론을 주도하며 10년이 넘도록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순실 태블릿 PC를 처음으로 입수해 관련 자료를 폭로하며 박근혜 탄핵에 불을 지핀 것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피해자를 방송에 전격 출연시켜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그였다. 그러나 그는 모 프리랜서 기자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은 데다 그 폭행의 이유를 두고 불륜설이 제기되는 등 여러 구설에 오르며 언론인으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상실했다.

윤 모는 누구도 쉽게 이의를 달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상징인 위안부라는 방어막 뒤에 숨어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워낙 견고한 방어막을 쳤기 때문에 각종 반칙을 저지르는 동안 아무도 그를 제지할 수 없었는데, 그는 이런 면책특권을 만끽하며 아무런 죄책감이나 거리낌 없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와 그를 옹호하는 자들은 단순한 회계 착오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이런저런 명목으로 걷어 들인 돈을 착복해 집을 사고 딸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그는 이미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조 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컸던 것은 그의 말과 그의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공직에 임명되거나 나서는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누구보다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고위직에 지명되면서 밝혀진 것은 과거에 본인이 비판한 인사들의 그것을 훨씬 능가했다. 국민이 윤 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오랫동안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부 노릇을 하며 선한 투사로서의 명성과 특권을 누렸다. 그런 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지원과 진상 규명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후원금을 모금해 이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가족 비즈니스까지 나아갔다는 사실에서 국민은 윤 모가 그렇게 부르짖었던 인권과 정의의 슬로건이 자신의 치부수단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위선자들은 보통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역할이나 업적에 비할 때 사소한 문제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들은 자신들은 큰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정의와 공정을 위해 전면에 나서 투쟁하는 사람들인데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자기최면을 거는 동안 그는 부지불식간에 ‘위선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위선의 옷을 입으면 마치 방탄조끼를 입고 알몸의 총잡이와 결투를 하는 것처럼 손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선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폐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인간은 완벽하게 선할 수도 없고 완벽하게 정의로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선을 독점하거나 참칭하게 되면 국민으로 하여금 나중에 속았다는 감정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진다. 가령 공익단체나 시민단체에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내던 사람들이 위선자에 질려 후원을 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니 우리는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 선을 참칭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되고, 그런 자들에게 속지도 말아야 한다. 위선의 시대, 위선이 판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일은 이래저래 쉽지 않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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