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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9) / 시험은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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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9) / 시험은 마라톤이다
  • 정명재
  • 승인 2020.05.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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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멋모르고 시작한 일을 하다보면 도중에 어려움을 만나고 좌충우돌 실수연발의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겁조차 없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세상에 뛰어드는 일이다. 수험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들 장수생이 되고 싶어서 시작을 했겠는가? 처음에는 호기롭게 큰소리를 치며 1년이면 충분하다고 아니, 2~3년이면 합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직도 공부를 계속하며 합격을 염원하는 이들이 많다.
 

그대가 특별히 못나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고려시대 대문장가인 이규보 역시 시험 콤플렉스가 매우 심했다. 고려시대에는 ‘예부시’가 본시험으로 ‘국자감시’를 통과하여야만 본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동(神童)이라 불린 이규보는 자신의 머리만 믿고 번번이 시험에 떨어졌던 것이다. 네 번째 도전에서 그는 시험에 떨어질 것을 염려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날 기이한 꿈을 꾸게 된다. 이름을 바꾸면 합격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규보의 이름은 ‘규보’가 아니고 ‘인저(仁氐)’였다. 부모는 이름을 바꾸어서라도 합격이 되길 원하였고 이후 이규보로 개명하여 시험을 치렀으며 합격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가 한국사 공부에서 늘 암기하는 바로 그 인물이다. 역사의 유명인도 합격 때문에 이름을 바꿀 정도이니 시험 스트레스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수험생은 늘 하소연을 한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잘 못 잔다고, 불안감에 손에 땀이 많이 난다고, 머리가 늘 아프다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이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은 의외로 많다. 시험 스트레스를 지켜보는 일이 많다보니 그 심각성을 알고 있다. 세상은 쉽게 말하곤 한다. 언젠가는 네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긴 한숨을 쉬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말을 툭 던지고 간다. 아픔은 고스란히 남겨져 나만의 슬픔으로만 기억될 이 순간을 세상은 대수롭지 않게 건넨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 아픔이 없고, 두려움이 없고, 고통과 고난이 없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고통이란 상대적이어서 절대적인 수량과 수학적인 수치로 그 양을 표시하기는 어렵다.

부모도 알지 못하는 수험생의 고통, 친구도 모두 헤아리기 힘든 수험생들의 고통을 애써 전한다고 해도 전부를 이해하고 보듬기는 어렵다. 수험생인 우리가 겪어야 할 일정 부분의 공감(共感)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또 같은 일상을 맞이하며 신나고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대의 지친 하루를 이해하고, 그대의 한숨을 느낄 수 있는 건 이 글을 읽는 수험생 동료들뿐이다. 오직 세상에서 그대에게만 주어진 형벌이나 십자가는 아니다. 그러니 힘을 내어 보자. 가슴을 쭉 펴고 지금의 공부를 묵묵히 그리고 정신을 바로 차리고 그동안 배운 것을 연마하도록 하자. 아이러니(irony)한 것이 시험이 다가오면 그렇게 빠르게 지나던 시간이 오히려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시험도 마라톤과 같아서 처음에는 빠르고 날쌘 그대의 발걸음이 조금은 지치고 무거워진 이유라 생각한다. 마라톤에서는 에너지를 분배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뛰다 보면 뒤에 가서는 지친 상태에 못 이겨 그 자리에서 멈추는 일도 다반사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강약과 완급을 활용해야 한다. 시험이 다가온다고 무턱대고 빨리 가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중간 중간 체크하면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6년 전,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촉박한 시간을 남기고 이것저것 정리할 분량을 모으니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다. 처음 준비하는 시험이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몇 시간 못자고 시험장에 갔다. 시험장에서는 피곤한 몸을 억지로 다독이며 시험을 치렀다. 손에는 땀이 흥건하였고 긴장한 탓에 실수도 많았다. 멋모르고 시작한 일을 하다보면 도중에 어려움을 만나고 좌충우돌 실수연발의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겁조차 없었다. 그렇게 하나 둘 깨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은 시험 전에 절대로 밤을 새우거나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한 번 실수한 경험이 컸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지난날 그대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시험을 처음 보는 수험생이 아니라면 말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꼭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보면 깊은 잠을 청하기 어렵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지식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두려운 대상, 피하고 싶은 대상을 만나는 게 인생이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山)은 굽이굽이 앞에 펼쳐져 있는 게 인생이다. 시험은 인생에서 마주할 여러 고개와 산(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시험을 준비하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긴장하고 있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산책을 하거나 잠시 공부에서 멀어지는 연습도 좋다. 도를 깨치는 일은 하루에도 할 수 있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기억하자.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도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젊음이 멋진 것이 아닐까? 늘 소심하고 웃음을 잃어버린 수험생들의 얼굴에 밝은 햇살처럼 웃음 띤 미소가 퍼지기를 바란다. 5월이 가기 전 그대가 해야 할 공부분량을 정하고 평정심으로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기 바란다. 너무 빨리, 너무 느린 것도 아닌,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면 된다. 수험생활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소의 성실함과 끈기가 수험생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지치는 것도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만일 늘 실패만 하고 실수투성이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되면 이번에 바꿀 기회가 한 번 주어진 것이다.

나의 시간을 돌아보니 나 역시 실수투성이 인생이었다. 아는 게 없으니 늘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울한 날도 가끔씩 찾아오고 서글픈 상념도 품고 산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간 날은 없었다. 수험생이 되고 그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살아가는 일이 바쁘고 힘들다. 어깨는 부서질 만큼 아프고 눈은 시리다. 잠을 못자서 늘 토끼눈이 될 때도 많고 허리가 아픈 날도 많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생각을 들여다 본 적은 없다. 혼자서 오도카니 앉아 책을 쓰고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책을 들여다보는 일. 지식의 바다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정리하는 일을 하다 보면 하루일과가 끝난다. 새벽 6시가 나의 귀가시간인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힘들다고 해서 푸념할 대상도 없다. 내가 선택했고 내가 시작한 무모한 도전을 내가 하고 있으니 나의 길(my way)을 그저 걷는 것일 뿐,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으려 한다. 시험은 마라톤이고 그 끝은 있으리라. 나의 일도 마라톤처럼 그 끝이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finish line)을 향해 그 꿈을 포기하지 말고 완주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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