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태아의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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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태아의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5.0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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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대해 요양급여 수급권 인정”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로 인해 태어난 아이가 선천성 질환 등을 갖게 된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는 출산한 아이의 질병에 대해서도 요양급여 수급권을 갖는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A 등은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로 모두 2009년에 임신해 2010년 출산했는데 그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A 등을 포함해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고 A 등 원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나머지 5명은 유산했다.

A 등은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의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 질병, 장해, 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했고 A 등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등의 손을 들어줬으나 원심은 “각 출산아의 선천적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으며, 출산아와는 별도의 인격체인 원고들을 각 출산안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헙급여 수급권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달 29일 대법원은 “모(母)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모(母)가 출산한 이후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며 그 근거로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취지, 성격 및 내용, 여성 근로자 보호(헌법 제32조 제4항), 모성 보호(헌법 제36조 제2항)의 취지 등을 제시했다.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산재보험의 발전 과정,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증명의 어려움, 사업주의 무자력 등을 고려하면 산재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이 근로자 및 사용주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해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됐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로, 출산아의 질환을 업무상 재해에 포섭하고 요양급여 수급권을 인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한층 두텁게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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