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0)-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0)-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 강신업
  • 승인 2020.04.29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사무사(思無邪)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생각에 잘못됨이나 간사함이 없다’는 뜻이다. 공자가 『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서 “시 삼백편은 한마디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고 한데서 유래한다.

공자는 제자를 가르치는 데 있어 역사적으로 전래되는 시(詩)를 우선했다. 시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나는 것이므로 정서를 순화하고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는 데는 그만한 전범(典範)이 없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이런 생각 하에 그 때까지 전해 내려오는 시 3천수를 추려 3백여편으로 엮어 시경(詩經)을 편찬하고, 그 내용을 압축하여 사무사(思無邪)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무불경(毋不敬)은 예기에 나오는 말로 ‘매사에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몸을 수양함에는 언제나 공경치 않음이 없어야 하고, 용모는 늘 도의를 생각하는 것같이 엄숙해야 하며, 말은 부드럽고 명확해야 하니, 이렇게 하면 덕이 절로 쌓아져서, 백성을 다스려 편안하게 할 수 있으리라.”(曲禮曰 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라는 말에서 나왔다.

율곡 이이(李珥 1536~1584)는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두 구절을 일생동안 마음에 두고 실천하라, 마땅히 이것을 벽 위에 써 붙여서 잠시이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격몽요결 지신장(持身章)에 썼다. ‘사무사 무불경’은 ‘생각에 간사함을 갖지 말고, 매사에 공경 한다’는 의미다.

‘사무사 무불경’의 자세는 공적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막아준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는 ‘이해상충(COI: Conflict of Interests)’ 상황에 관해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에 의해 산출될 보다 큰 이득의 분배 방식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적은 몫보다는 큰 몫을 원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런 롤스의 견해에 의할 때 위정자의 경우 그 일의 성격상 나라의 공익과 개인의 사익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이 때 위정자가 자신의 목적을 우선하게 되면 공익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정자는 항상 ‘사무사 무불경’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우리는 위정자들이 ‘사무사 무불경’을 빙자해 꼼수를 부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간교한 위정자들은 정치적으로 불리하거나 손해를 볼까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내세우되 마치 아닌 듯 위장을 한다. 또 사악한 위정자들일수록 입으로는 정(正)을 부르짖으면서 손으로는 부정(不正)을 저지르고, 겉으로는 사회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사리와 사욕을 챙기고, 형식적으로는 위민과 애국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당파와 분파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21대 국회가 곧 문을 연다. 그런데 벌써 여기저기서 자격 없는 당선자들의 얘기가 들린다. 21대 국회는 유난히 사익과 공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정치의 도리와 근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대거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들이 어떤 꼼수를 부려 어떤 사익을 취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는 자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분골쇄신하는 노력 봉사에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사람과, 다른 하나는 소의 무사주의 안일주의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봉사정신의 투철함과 동시에 자기 역량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지만, 후자는 일신상의 안일만을 꾀하며 전진하려는 기백이 없는 자이다.”

21대 국회에서 분골쇄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가능한 많이 봤으면 한다. 늦게까지 의원 회관에 불을 밝히고 현실 진단과 대안 제시를 위해 분투하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봤으면 한다. 아니 그렇진 못하더라도 제발 사리와 당리를 위해 꼼수부리는 국회의원만은 많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필자는 21대 국회의원 모두가 율곡이 말한 대로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두 구절을 사무실 벽에 써 붙일 것을 권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