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9)-공천참사, 통합당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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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9)-공천참사, 통합당 참패
  • 강신업
  • 승인 2020.04.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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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선거 전략의 실패인가, 정치 지형 자체의 변화인가. 이번 미래통합당의 선거참패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수 정권 10년과 문재인 정부 이후 야당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이 유권자 의식을 바꿔 20~40대 마음이 떠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50대의 진보화가 원인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미래통합당의 리더십 부재에서 이유를 찾는 견해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인물, 구도, 바람이라는 선거의 3요소에서 실패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즉, 공천과 구도 및 이슈 선점에 모두 실패한 것이 통합당의 패인이라는 것이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보수의 참패 원인이 다른 무엇보다 통합당의 공천실패와 전략부재에 있다고 본다. 물론 이는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황교안이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고, 종로 출마 여부로 40여 일간 좌고우면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은 선거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계파 밀실 공천’과 ‘지역구 상황 무시’로 집약되는 통합당의 공천파동은 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특히 공천관리위원장을 김형오에게 맡긴 것은 최악이었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선거를 치르는 까닭에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 적재적소에 맞는 인물을 골라 공천을 하고 인물 바람을 일으켜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김형오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과 카리스마가 없었다. 그 때문에 정치 신인이나 전문가들을 공천하기보다는 계파 간 ‘나눠 먹기식’ 공천을 했다. 유승민 의원의 ‘오른팔’ 김세연 의원을 앞세운 유승민계 23명 내외, 안철수계 11명 내외, 김형오계 6명 내외, 황교안계 6명, 도합 46명 내외가 나눠 먹기 식 계파공천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1년 이상 준비해온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은 경선 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배제되거나 선거 한 달 전에 생면부지의 지역구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통합당 중진들이 자진해서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계파밀실 공천, 파행공천이 일어나면서 통합당은 공천을 통해 당이 지향하는 방향, 공정사회건설, 정치개혁 등 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도대체 통합당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정권심판을 하겠다는 데 무엇을 왜 심판하겠다는 것인지 부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지역구 정황을 무시하고 결과만 보고 패배 원인을 중도 외연 확장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비례에서 미래한국당 득표가 많았던 것은 계파 공천 파동만 없었다면 통합당이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이번 통합당의 실패는 진보와 보수의 구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통합당의 리더십 부재와 공천실패에서 비롯됐다고 해야 맞다.

물론 통합당 패배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부의 ‘천문학적인 코로나 현금 살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통합당이 코로나 나비효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통합당의 전략 부재에 기인한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가 통합당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이지만 코로나 사태에 능동적·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통합당의 능력부족이다.

어쨌거나 선거는 끝났다. 보수 야당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그러나 정치란 생물과 같은 것이다. 지금은 승리한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나 얼마 가지 않아 그 안에서 다시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이다. 여당에서는 ‘열린우리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분열을 경계하고 나섰으나 그것이 조심한다고 될 일인가?

하긴 승리한 민주당 지도부가 승리해 취해 분열과 쇠락의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성공도 하기 전에 정적제거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가 처참하게 패해 자신은 정계에서 사실상 축출당하고 당을 멸망의 지경에 이르게 한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민주당 지도부가 거나하게 축배를 든다 한들 통합당이 나무랄 일도 아닐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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