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7)-아모르 파티(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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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7)-아모르 파티(amor fati)
  • 강신업
  • 승인 2020.04.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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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과연 운명은 존재하는가. 소위 운(運)이 있으면 노력 없이도 결과를 얻고 운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가. 운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인간의 노력이란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가.

필자는 사실 운이라는 것을 그렇게 믿지 않는 편이다.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어떤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든,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어떤 비밀스러운 힘으로 인해 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결과와 그가 투입한 노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가수 김연자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아모르 파티’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여기서 아모르 파티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사용한 이 말은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용어다.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니체는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 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어려움 등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것과 같은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파티’ 즉 ‘운명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는 적극적 방식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아모르 파티’는 니체 철학 전반과 연관을 가진 개념으로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최고 형식으로 불린다.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삶은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을 이루는데 이때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삶을 긍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모르파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즉, 아모르 파티는 특정한 시간이나 사건에 대한 순간적인 만족이나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와 세상에 대한 긍정을 통해 허무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시운(時運)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뭔 액운이 꼈는지 일이 도통 가로막히는 때가 있다. 이런 때 운명 탓을 하며 쉽게 자포자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자포자기에서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유위(有爲)에서 무(無)가 나올 수는 있으나 무위(無爲)에서 유(有)가 나올 수는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가사 결과가 가혹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고 꿋꿋이 앞으로 나가야 뭔가 달라질 수 있다. 주어진 결과에 자포자기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비관하고 다음을 포기해 버리는 삶과 그것을 발판으로 다시 딛고 일어서는 삶은 그 종점이 같을 수 없다.

사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의 오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내 삶의 선택을 남에게 맡긴다 해도 그 맡기는 것조차 선택이다. 즉, 우리는 선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선택을 포기할 수도 없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가 선택된다. 삶에서 능동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어느새 삶의 주체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선택 뒤에 그 어떤 가혹한 운명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 운명조차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매사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운명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가혹한 사태를 겪고 있다. 경제적 타격은 깊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폭발 직전이다. 듣도 보도 못한 가혹한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는 차라리 너무도 깊어 들리지도 않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상한 취급받는,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오늘 우리 삶의 모습은 분명 낯설고 기괴하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 니체는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라고 말한다. 하긴 언제인들 삶이 가혹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러니 일어나 선택하라! 그리고 아모르 파티!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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