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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5)-정치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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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5)-정치 좀비
  • 강신업
  • 승인 2020.04.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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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요즘 우리 사회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던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번지자 국민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는 지금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 바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정치가 조용했던 적이야 언제 있었던가 싶지만 2020년 4·15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대한민국 정치는 그야말로 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없다. 아무리 정치가 ‘배신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요즘 여의도 정치판은 특히 음모와 배신이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듯하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과 원칙을 어기고 의리를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요즘 비례대표를 놓고 위성 정당, 가짜 정당을 만들고, 다시 그 위성 정당에 지도부가 원하는 사람을 밀어 넣고 빼고 하는 과정은 가히 정치적 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나 더불어시민당, 열린 민주당의 위법과 불법은 여기서 굳이 지면을 축내가며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나 비례정당도 아닌 민생당에서 최근 벌어진 기이한 일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바른미래당 전 대표인 손학규가 비례번호 앞자리를 차지했다가 그가 믿고 당을 맡겼던 김정화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례대표 2번에서 14번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나, 김정화는 또 자신이 비례대표 1번을 차지하기 위해 소위 구데타에 가담했다가 실익도 챙기지 못하고 손학규의 공적이 됐다는 얘기는 삼국지의 음모와 배신을 차라리 초라하게 만든다.

김정화에게 농락당한 손학규는 미리 수락했던 민생당 선대위원장직을 마지못해 떠맡으면서 자신의 비례대표 2번 배정은 ‘노욕’이 아니라 ‘야심’이었다고 했다.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 보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야릇한 말을 들으면서 노욕과 야심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노욕이 아니라 야심이라고 하면 체면이 덜 손상되기라고 하는 것인가. 1~2%에 그치고 있는 민생당의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생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렵고 14위로 밀린 손학규 전 대표가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도 제로다. 그럼에도 손학규 전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국회의원이 되려고 수많은 수모와 모욕을 당하며 버틴 지난 몇 년간을 생각할 때 그 마음은 하루에도 지옥을 몇 번씩 오갈 것이다. 아마도 그 모욕감과 배신감에 며칠 낮과 밤을 뜬 눈으로 새웠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 모두 자업자득이다.

권모술수와 배신이 판을 치는 여의도 정치, 수많은 모욕을 당하면서도 한 발짝도 정치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정치인들을 보면서 솔직히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새 정치에 깊숙이 중독되어 마치 사체를 찾아 초원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여의도를 어슬렁거리는 정치중독자들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백수로 아무 일 하지 않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어떻게 로또 복권 당첨되듯 의원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하는 자들은 또 얼마나 비루한가.
 

필자가 여의도에서 경험한 바 정치중독은 바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처음엔 청운의 뜻을 갖고 정치를 시작했던 사람도 자칫 점점 썩은 내 풍기는 좀비가 되어 국회와 여의도를 어슬렁거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누군들 처음부터 좀비가 되고 싶었겠는가. 그들도 따지고 보면 도박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는 정치에 중독된 피해자일 뿐이다. 그들도 사실 정치의 마수에 결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냄새 풀풀 풍기며 정치를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치를 떠나지도 못하는 정치 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직업으로 할 만한 것도 아니고 가사 얼마간 직업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법도 없는 이상 애초부터 정치에 함몰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당 대변인 등으로서 활동한 여의도 정치를 얼마 전 접었다. 의정활동은 아니었을지라도 중앙정치를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배움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적어도 나는 정치에 중독되지 말아야겠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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