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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기생충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획과 무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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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기생충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획과 무계획
  • 오시영
  • 승인 2020.02.14 1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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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말 그대로 위기여서 모든 것을 잡아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절호의 반전의 기회가 되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위기에 직면한 자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에게 대처능력이 향상되면서, 우리의 의식구조마저 변화시킨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

홍콩 및 중국에서 700여 명의 사망자를 내었던 사스는 2003년 3월 16일, 참여정부 출범 20여일 만에 발생하였다가 같은 해 7월 7일 종료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광둥 성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는 노무현 참여정부의 시작과 동시에 발생하여 노무현 참여정부를 정치,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지만, 지혜로운 사스 대처를 통해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쾌거를 달성하였고, 국제보건기구(WHO)도 우리나라를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2015년 박근혜 정권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발병하여 감염자 186명, 사망자 36명, 치사율 19.3%의 결과를 가져왔고, 사망자가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발생하였다. 메르스 발병 당시 정부의 대응이 지체되는 바람에 위와 같은 최악의 전염병 치사율을 보이게 되었던 것으로, 사스 때와 비교하면 구멍 뚫린 방역예방체계에 대한 비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로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 병원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금 우리나라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다행히 문재인 정부의 방역체계의 신속한 가동으로 28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였지만, 현재까지 7명의 환자가 완치되어 퇴원절차를 밟았다. 입원 치료 중인 확진 환자들의 상태도 폐렴 증상이 심한 환자가 없어서 모두 치유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료진의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민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꺼려 졸업식이나 결혼예식의 참석, 시장 방문이나 여행 자제 등으로 인해 소비경제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여, 문재인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민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발병지역으로 알려진 중국 우한 지역 거주 교민들 약 800여 명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 후송하여 음성, 진천, 이천 등에 분산 수용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발병한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하여 교민의 집단 후송조치는 건국 이래 최초의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성장하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것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신변 보호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여 자국민을 보호하려고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한꺼번에 800여 명의 교민을 집단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체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시설에 교민들을 집단 격리 수용할 경우 인근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없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첫째로는 그리 많은 교민을 집단으로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둘째로는 인근 주민들이 그들의 수용을 포용할 수 있는 이타심을 발휘하였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새삼스레 놀랍다. 물론 초기에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겸손한 자세에 의해 반전이 일어나, 모두 수용에 찬성하였다는 점이 종래의 님비현상에 비해 놀랍다. 다행히 그들의 수용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다각도로 예산 및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현실적으로도 확진자들이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 질병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아 다행스럽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 앞에서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방역 및 치료, 예방에 솔선수범하여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총체적 대처에 나서는 현명한 예방책에 협조적이라는 점이 선진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불과 5년 전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발병을 처음에 숨겼다가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전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사태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하기 약 1년 전부터 중국에서 그런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체적으로 예방 훈련과 확진 방법 등을 연구 개발하는 등 사전예방조치를 취했다고 하니, 그로 인해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중국 우한의 교민들조차 집단 후송하여 국민들이 스스로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 것은 참으로 “국가의 존재 의의”를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네 개의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박근혜 정권은 봉준호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지원을 배제하는 감독으로 정치적 제재를 가하였고, 봉준호 감독 작품 제작자인 이미경 CJ 부회장을 회사에서 강제로 손 떼게 한 후 미국으로 떠나도록 강요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들이 촛불혁명을 통해 바뀐 문재인 정권에서 다시 뭉쳐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를 통해 오스카상 네 개 부분을 수상하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상으로 알려진 작품상을 수상하였음은 어떠한 칭찬으로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음악, 미술, 춤, 사진, 움직임, 컴퓨터 기술, 정치, 철학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여 있음직한, 있는, 있을 수 있는, 있을,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종합적 결정체가 바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현대사회에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강력한 군사력, 할리우드 영화를 앞세운 문화적 우월성, 월가의 자본을 앞세운 금융의 힘, 위와 같은 힘들을 종합한 외교적 힘 등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들이 그리도 우월하다며 자신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오스카상에서 비영어권, 자막으로 영화를 보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어권 영화가 아닌 우리나라의 기생충을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여하였다는 것은 봉준호 감독의 예리한 조크처럼 “여태까지 로컬(지역) 영화제에 불과했던 아카데미상이 비로소 국제영화제로 승격”하는 파격을 보였다.

거기에 봉준호 감독은 덧붙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기생충”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반지하는, 옥탑방과 더불어 가난을 의미하는 상징어로 우리에게 기능한다. 그러나 반지하에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럴 정도로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은 편재적이다. 기생충은 반지하와 지상의 집을 시각적으로 대비하면서, 숙주와 기생충을 대비한다. 주인공들도 아버지의 이름은 기택이다. 기생충과 택시의 글자를 하나씩 따서 지었다. 어머니 이름은 충숙이다. 기우나 기정이라는 남매의 이름도 기생충과 친구이고 우정을 나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주인공 기우와 기택의 대립은 “계획과 무계획의 대립”이다.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젊은 세대와 계획을 아무리 세워봤자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무계획이 오히려 즉물대응이 가능하여 더 합리적이라는 늙은 세대의 갈등을 기생충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기생충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를 보여주고, 계획과 무계획의 대립을 보여준다. 기생충과 숙주는 공생하면서 서로를 잡아먹는다. 숙주는 제 몸속에 기생충을 키우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기생충은 기생충대로 숙주 안에 기생하며 바깥세상을 알지 못하는 이중적 감옥생활을 한다. 숙주가 죽어야 기생충이 숙주의 살을 파먹으며 세상구경을 하게 되지만, 기생충이 세상구경을 하는 그 날이 바로 기생충 역시 죽는 날이다. 숙주를 떠난 기생충이 홀로 살 수 없으며, 기생충 없는 숙주 역시 자가 면역력을 상실하게 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우리네 삶은 이렇게 기생충 아니면 숙주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계획을 세운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사망자 제로의 성과를 거두어 내었고, 내고 있다. 무계획이고 우왕좌왕한 박근혜 정권은 메르스 사태로 수십 명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기생충의 커다란 시야에서 보면 모두 도긴개긴일 뿐이다. 송강호의 독백처럼 모두 계획을 세워 잘살아 보려 하지만, 영화 속 물난리처럼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여 모두들 수재민이 되어 집단수용시설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우리의 삶 속에는 너무나 많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가장 우리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되어 세계인을 공감시킨 것이다. 이는 아주 개인적 견해인 것 같지만, 개인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는 “보편적 문화에 대한 이해”라는 선해력이 필요하다. 그 선해력을 갖춘다는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인 것이고, 그 문화의 힘을 우리 대한민국이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화의 힘을 갖고 있음을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폐쇄적이고 인종차별적이고 언어 차별적이던, 그래서 로컬영화제라고 비난받던 오스카상, 아카데미상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것이 이번 기생충에 대한 작품상 시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진천, 음성, 이천 주민들이 종래 관행처럼 자행되던 님비현상에서 벗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지역에 거주하던 우리 교민들의 집단 후송 수용을 별 저항 없이 허용한 것은 높은 시민의식의 발로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고비를 넘는 과정이다. 송강호는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는 억지를 벗어나는 길이다.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미리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집단지성의 지혜가 발휘되는 것이 그렇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백배 낫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는 그런 단계로 진입할 정도로 성숙한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적이어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조국독립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문화국가가 된다고 대답했던 그 “문화의 정신”을 우리가 이제 실현해가는 과정에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류의 힘이 기생충을 이겨낼 것이다. 반지하의, 옥탑방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물론 새롭게 생겨나는 기생충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순환논리 속에서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는 무한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이 언제나 기생충으로 머물고, 숙주는 언제나 숙주여야 하는 고정된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누구나 기생충도 될 수 있고, 누구나 숙주도 될 수 있는 그런 열린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졸업식 행사가 취소되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꽃 수요의 증진을 위해, 아무 이유 없이 꽃 한 다발을 사서 서재 책상 위에 올려놓고 꽃향기를 맡는 것이다. 이천의 명품이랄 수 있는 이천 쌀을 사서 맛있는 흰 쌀밥을 한 그릇 먹어주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음성 특산물인 인삼이나 장류 등을 구매하는 것도 함께 가는 길일 것이다. 생거 진천이라는 풍수 좋은 진천 특산물인 진천의 토마토를 구매해 밥상에 올려 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겠는가? 무언가 선을 베풀면 다른 이들이 그 선에 대해 함께 은혜를 베푼다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번에 다시 한 번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생충이 최고의 문화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너무 겁먹지 말았으면 한다. 바이러스일 뿐이지 않은가? 그까짓 것 우리가 못 이겨내겠는가?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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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섬지기 2020-02-17 09:21:52
맞습니다 맞고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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