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7)-‘비례자유한국당’과 ‘안철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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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7)-‘비례자유한국당’과 ‘안철수신당’
  • 신종범
  • 승인 2020.02.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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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극한 반대에도 연동형제를 도입한 공직선거법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만을 위한 정당을 설립하겠다고 하면서 그 명칭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비례자유한국당’을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정당법 41조에서 정당의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비례○○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정당법에 위반된다”며 불허결정을 하면서 “유권자들이 정당의 동일성을 오인·혼동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례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로 보기 어렵고,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비례○○당’이 생겨날 경우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즉 ‘비례자유한국당’은 이미 등록되어 있는 ‘자유한국당’과 유사한 명칭으로 정당법 제41조에 따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낙선 후 해외에 머물던 안철수 전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귀국했다. 공항 도착 후 카메라 앞에서 큰 절을 한 그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퇴진 요구를 거부하자 곧바로 탈당 후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 그는 양대 정당을 비판하면서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비전으로 한 공유정당, 혁신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발표된 신당 이름이 ‘안철수신당’이었다. 그러나, 이 당명 또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안철수신당’ 명칭은 정당지배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고, 정당 명칭으로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되며 투표현장에서 유권자가 안 전 의원과 후보자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명칭 사용을 불허했다. 앞서 ‘비례자유한국당’은 정당법의 유사명칭사용금지 규정에 근거하여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지만, ‘안철수신당’은 정당법이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8조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59조 등을 근거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낸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고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당제도이다. 그렇기에 헌법은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국가가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한 정당법을 두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일부 당원에 의해 조직된 ‘비례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만을 위한 소위 위성정당으로 그 설립과정부터 민주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논란이 있고, 자유한국당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은 기성 거대양당의 폐해를 지적하며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신당을 표명했지만, ‘안철수신당’이라는 당명은 오히려 지향하는 이념이 없는 1인 독재의 비민주적 모습으로 비칠 뿐이고, 특정인이 당명으로 표시됨으로써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도 해당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자유비례한국당’, ‘안철수신당’의 당명사용을 불허한 선관위의 결정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존재의의에 비추어 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비례자유한국당’은 또 그와 비슷한 ‘미래한국당’으로, ‘안철수신당’은 ‘국민당’으로 명칭을 바꾸어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정당들이 급하게 생겨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을 일으키지 않고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당명사용불허의 우여곡절까지 겪은 정당들이 이번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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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b6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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