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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강희산 시인의 “박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인식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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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강희산 시인의 “박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인식 차이
  • 오시영
  • 승인 2020.02.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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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강희산 시인의 “박제”라는 시를 본다. “돈 주고 산 것 중에 쓰레기가 안 되는 것이 없는// 오늘도 쓰레기를 생산하기 위해 새벽에 길에 들면// 큰길가에 널브러진 돈의 사체를 긁어모으는// 환경미화원의 쓰레기 줍는 소리에 어제의 후회가 재생된다.” (전문, 시집 ‘지리산 간다’에 수록, 책만드는집, 2009년 간). 경남 진주 출신의 강희산 시인은 산을 좋아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도 하고, 백두대간 관련 글을 많이 쓰시기도 하였다. 시인의 작은 기쁨은 서재에 꽂혀 있는, 오래된 시집을 꺼내 그대로 서서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위해 얼마나 많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른다. 겨우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 하는 짧은 시의 경우에도 그 산고는 마찬가지이다.

노시인은 꿰뚫는다. 돈 주고 산 것 중에 쓰레기가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헛것에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있다. 강희산 시인의 또 다른 시 “즐거운 불편”은 “그냥/ 산다는 것은/ 쓰레기만 보태는 일/ 자알/ 산다는 것은/ 쓰레기를 더는 일/ 혹은/ 쓰레기를 먹어버리는 일”이라고 갈파한다. 잘 사는 일이 많은 것을 가지고 축적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덜고, 나아가 아예 쓰레기를 먹어 치워 버림으로써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시인의 치열함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같은 시집에는 유독 쓰레기, 청소부 같은 이야기가 서로 상관적으로 연결되면서 시인의 환경과 삶에 대한 관조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쓰레기 양산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더 많은 쓰레기를 생산해내지 못해 안달이 난 듯, 쓰레기 양산의 경쟁시대인 양 모두들 쓰레기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구매가 일상화되어 가는 현대사회는 포장지가 내용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주 작은 물건 하나도 배달과정에서 너무 커다란 포장지가 이용되고 있고, 결국은 쓰레기를 사기 위해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비극이 존재한다. 모두들 좋은, 유익한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고,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결국은 모두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그 인간마저도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현실을 관통하는 시인의 생각의 칼은 그래서 시퍼렇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로부터 최근 기소된 울산시장 선거 관련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검찰권 행사를 둘러싸고, 검찰권 행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대한민국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오래 전 사법시험 준비할 때 형법 교수님께서는 “1리사건(一厘事件)”을 예로 들어 형벌권의 한계를 설명하고는 하였다. “1리”는 전체 수량의 1000분의 1로, 1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계량단위이다. 쌀 한 되의 10분의 1이 한 홉이고, 한 홉의 10분의 1이 1리인데, 이 1리를 훔친 도둑을 과연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해야 하느냐 여부이다. 쌀 한 되가 약 1.8리터 되니까 1리면 18미리리터 정도 되는 분량으로 재산적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소액이지만, 그래도 재산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처벌하여야 한다는 겱론에 이르게 되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남의 집 감나무에 달린 감을 하나 따 먹어도 형사처벌해야 하고, 남의 콩밭에서 콩알 하나를 따먹어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형벌만능주의에 사로잡히게 되어,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법감정이 무너지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 형법 교수님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그런 경우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가벌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범죄의 성립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추면 처벌할 수 있다. 위 셋 중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 그런데 위 가벌성은 위 구성요건해당성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제한 원리로 작동하게 되고, 그 경계에 법과 도덕, 또는 법과 윤리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권 행사가, 스스로 적법한 법집행을 하였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이유는 부지불식간에 국민들의 의식 속에 “1리사건의 한계” 안으로 들어와 버린 가벌권의 확장이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검찰권이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러한 자제력을 상실하고, “1리사건”에 불과할 수도 있는 조국 교수 딸의 표창장 발급사건이나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의 인턴증명서 발급사건을 직접 범죄해당사실이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허위사문서위조죄의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 자리 건너 뛰어 “대학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업무집행방해죄”라는 죄목으로 확장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너무 심하잖아” 하는 “1리사건의 가벌성 확장”과 동일시하면서, 이건 아니지 하는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서초동촛불시위가 발현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조 장관의 부인인 조경심 교수에 대한 표창장 위조 및 사모펀드 관련 사건은 공판진행과정을 지켜볼 때 무죄 판결 개연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무슨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그런 극적 반전이 없다면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볼 때 무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윤석열 검찰이 머쓱해질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번 검사 정기 인사와 관련하여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훈시가 아주 대조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윤 총장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전체 검사가 일사불란하게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을 강조한 반면, 추 장관은 “검사동일체의 원칙 폐지”를 강조하면서 이미 위 원칙은 2004년에 검찰청법 개정으로 폐지되었으므로 이미 죽어버린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함몰되지 말고 모든 검사가 독자적 판단에 의해 수사권을 독자적,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을 주문하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03년 이전의 5공 군사정권 이래의 독재권력 체제 하에서 독재권력체제를 수호하던 검찰권의 행사에 여전히 갇혀 있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참여정부 이후의 민주적 검찰통제의 새로운 체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주 칼럼에서 밝혔듯이 “검사동일체의 원칙(구 검찰청법 제7조)”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정권말기의 불안한 시국을 검찰권력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1986년에 검찰청법을 개정하여 신설한 조항이다. 즉 전국의 모든 검사들이 검찰총장의 지휘하에 “통일된 조직으로 상명하복의 부품”이 되도록 개정된 악법인 것이다. 헌법적으로 각자가 독립 수사권을 갖는 개별 검사들이 위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해 모두 상급자가 시키는 대로 복종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적 가치를 말살한 것이 위 검사동일체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검찰총장이 지시하면 말단 지청의 검사들조차 그 명령에 그대로 따라야 했기 때문에 시국사건이나 공안사건의 학생, 노동자, 민주화운동 주체들이 모두 교도소로 잡혀가는 일이 일상화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검사동일체의 부당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자 이 법을 고쳐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폐지하려고 노력하였고, 집권 1년이 마무리될 때쯤인 2004년초에 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라는 구 검찰청법 제7조를 폐지하고 최근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부하 검사의 이의제기권” 조항을 신설하여, 상급자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하여 하급 수사 검사가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폐기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2004년도에 폐지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2020년 2월 인사발령된 검사들 앞에서 여전히 강조하는 “시대착오적인 훈시”를 하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16년 전에 폐지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아직까지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후배 검사들에게 강조하는 후안무치함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가 현 민주주의 체제에 부적합”한지를 스스로 드러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기껏 돈을 들여 새 것을 샀는데, 모두가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강희산 선생의 “박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박제된 검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검찰청법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자.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의 권한에 대하여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라고 하여 “대검찰청의 사무, 검찰사무,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의 사무는 크게 행정사무와 수사사무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동 조항은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하여 그 지휘 대상을 “수사검사”로 표시하지 않고 “공무원”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즉 행정사무를 지휘할 때는 검사와 검찰청 일반공무원 모두를 지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제21조 제2항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하고 하여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독자성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제22조 제2항은 “지청장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명을 받아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라고 하여 지청장의 경우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명을 받도록 하여 종속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고등검찰청 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의 명을 받아 소관사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 않고 독자성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제19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고등검찰청의 검사로 하여금 그 관할구역의 지방검찰청 소재지에서 사무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하여 고등검찰청 검사의 경우 법무부장관이 지방검찰청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바, 법무부장관의 이러한 처분이 없는 한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이나 고등검찰청이라고 하더라도 지방검찰청이나 지청의 사무를 처리하게 할 수가 없다.

특히 검찰청법 제7조의2(검사 직무의 위임·이전 및 승계) 제1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을 결정(제34조 제1항)에 “검사의 소속”은 대통령이 정하게 되어 있다. 검사는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 중 어느 하나에 소속하게 되어 있고, 그 소속에서 보직을 부여받는다. 즉 대검찰청 소속의 검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고, 고등검찰청 소속 검사는 고등검사장의 지휘를 받고,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지방검사장의 지휘를 받고, 지청 소속의 검사는 지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청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제22조 제2항)에 지청 소속 검사는 지방검사장의 지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검찰총장이라고 하여 지방검사장이나 고등검사장을 건너 뛰어 지방검찰청이나 고등검찰청 소속의 검사를 직접 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검찰청 소속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사무는 총괄적 지휘를 할 수 있겠지만, 수사 사건에서는 소속 검사만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검사의 소속(보직)까지 결정하도록 한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취지라고 하겠다. 일반적인 공무원의 경우, 예를 들어 학교 교사의 경우 교육청에서 학교까지만 발령을 내면, 학교장이 교사에 대해 “몇 학년 몇 반 담임”으로 보직을 내는 것과 달리 검사의 경우는 대통령이 “갑이라는 검사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형사부장으로 보직”한다고 하여 보직까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검찰총장이더라도 검사의 소속을 바꿀 수 없음을 의미하며, 검찰청법 제21조 제2항이 “소속 검사”에 대한 지휘권을 소속 검사장(검찰총장이 아닌)에게 부여하고 있음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나 울산시장 선거 관련 사건에서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소속이 아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인 검사들과 상의하여 서울지검장의 소속 검사 지휘권을 무력화시킨 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희산 시인의 “그냥 산다는 것은 쓰레기만 보태는 일, 자알 산다는 것은 쓰레기를 더는 일 혹은 쓰레기를 먹어버리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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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ㅋ 2020-02-08 08: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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