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악마’와 ‘전쟁’ 중인 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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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악마’와 ‘전쟁’ 중인 시진핑 주석
  • 신희섭
  • 승인 2020.02.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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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시진핑 주석은 악마와 전쟁 중이다. 2020년 1월 28일 시 주석은 중국을 거칠게 공격 중인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한폐렴은 악마다.”라고 했다. 이번 전염병을 악마로 규정하고 전력을 다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월 4일 시주석이 이번 사태를 ‘인민 전쟁’으로까지 규정한 것 또한 그 연장선이다.

그렇다. 중국은 ‘전쟁’이라 할 만 사태와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명명한 ‘악마’가 과연 무엇인지에 있다. 가장 단순하게 단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이러스 자체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빠르게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사망 수를 통제해야만 한다.

이것이 중국이 싸우는 ‘악마’의 핵심일까? 그렇지 않다. 중국은 ‘불신’이라는 더 큰 악마와 싸우고 있다. 이 불신은 중국인들 스스로가 가진 불신과 외부에서 보는 불신 두 가지이다. 게다가 이 ‘불신’과의 전쟁은 이번 사태 이후에도 장기전화할 것이다.

우선 중국은 중국인 자신들이 가진 ‘자아 인식’과 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인 스스로 가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전체 경제 규모로 세계 2위의 국가이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생산 거점을 차지하는 국가이다. 중국인들은 과거 ‘가난한 농경 국가’에서 ‘강대국’이 된 자신들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게다가 화려한 역사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기 위상이 이번 바이러스로 인해 공격받고 있다. 바이러스 발생과 동시에 중국인들의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나 위생관이 국내적으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2003년 사스 역시 중국 작품이었다. 당시의 발병 상황이나 이번 바이러스 발병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년 동안 개선된 것이 있는가! ‘중국’의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생활 수준과 인식 수준은 아직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중국인’은 자신들의 실체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자존감의 약화. 이런 자기 불신은 확대될 여지가 많다. ‘치욕의 100년’을 넘어서려면 중국은 자기 극복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바이러스 사태는 장기화할 여지가 많다. 사태의 장기화는 중국경제 위축과 중국 중앙정부의 상황장악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자기 극복’을 통한 자존감 확보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사태의 장기화는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다른 국가들로 대체하게 할 것이다. ‘차이나 엑소더스’의 심화.

자기 불신의 끝은 정치 즉 위정자를 향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 정부만이 역사상 유일하게 중국 인민들을 굶기지 않았고, 이들에게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지방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가 확대된 측면이 크다. 시진핑 주석이 ‘인민전쟁’까지 선포한 것도 인민들의 불신이 지방정부를 넘어 중국 중앙정부까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비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취약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른 대안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가 무능력하게 비치는 것은 정권뿐 아니라 체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중국은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세계가 가진 ‘불신’이란 악마와 싸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지 않도록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용어를 수정한 것이 방증 사례이다. 외부세계에 퍼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번 사태로 더 굳어질 것이다. 혐오 음식을 먹는 중국인. 위생관념이 부족한 중국인. 흔히 ‘더러운 OO인’ 딱지의 국제적 비하는 신흥 국가들에게는 성장통과 같다. 하지만 중국에 이런 불신의 딱지는 신흥국가의 성장통으로 단순히 넘기기 어렵다. 이는 중국의 오랜 관습과 세계관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급성장한 중국의 국력이 이런 비난과 비하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중국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지는 ‘환경’이다. 2003년 사스 때, 미국 한 매체가 중국 생물무기가 유출되어 사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미국의 한 매체가 신종 바이러스가 우한에 있는 중국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중국이 싸워야 할 악마는 이런 식의 추측이나 음모설- 설령 그것이 가짜 뉴스가 되었더라도-이 자라나고 부풀려질 수 있는 인식적 토대와 환경이다. “설마 그렇겠어?”라는 합리적 의심을 무시하고, “중국은 그럴 수 있어!”라고 받아들이게 하는 그 ‘인식’ 말이다.

최근 바이러스로 중국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내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독감으로 사망하는데 올해만(2월 4일 기준) 벌써 1만 명이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와 비교할 때 미국의 독감 사망자 수는 실로 엄청나다. 2017년~2018년 시즌에만 6만 1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 독감은 이미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원인과 감염경로에 대한 정보가 있다. 예방 백신도 있다. 치사율도 0.05%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아직 감염경로나 치사율 등에서 정보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뉴스를 뒤덮고 있는 것은 중국이지 미국이 아니다. 실제 일상에서 우리가 더 감염될 확률이 높은 것은 독감인데도 말이다.

대외적 불신이 향하는 최종 종착지가 어디겠는가! 중국이 볼 때 그곳은 중국의 국제적 지도력이 될 것이다. 국제관계를 지배하게 될 중국의 권력과 권력의 정당성 말이다. 결국 대외적 불신은 ‘중국몽(中国梦)’이 꿈꾸는 패권이라는 국제적인 위상을 장기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중국이 어떻게 세계무대를 주도하겠는가?” 중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외부세계가 중국인들에게 묻는 이 의문이야말로 시진핑 주석이 이번 전쟁에서 싸우는 가장 큰 악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2003년 사스 때 중국이 싸운 것과는 다르다. ‘현재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과거의 재연’이란 점에서만 봐도 그렇다. 과연 시진핑 주석은 이 전쟁에서 악마에게 승리할 수 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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