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6)-진영논리와 망가진 국가운영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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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6)-진영논리와 망가진 국가운영시스템
  • 강신업
  • 승인 2020.01.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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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위기와 그 성질에서나 정도에 있어서 크게 다르다.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우리가 그동안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보편적 잣대가 더는 기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데 있다.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의 구별이 인간 이성과 도덕률이 아닌 피아(彼我)와 우적(友敵)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행위의 준칙을 잃고 몰염치와 몰상식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요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위기의 진원지는 정치다. 집권세력이 국론분열을 통해 자기편을 결집시키고, 여기서 동력을 얻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좌(左)가 되고 또는 우(右)가 되어 서로 돌팔매질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조차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갇혀 진실과 정의의 등대 역할을 포기하면서 국민은 정치인이 만든 허위 프레임에 갇혀 자신도 모르게 진영논리에 부화뇌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여론이 하부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어 상부로 전달되는 사회다. 지역 주민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모으고, 그것이 중앙 정치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건강한 사회의 징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안타깝게도 지방이 중앙에서 만들어진 진영 논리나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대면서 국가 전체가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이념 논쟁에 휩싸이고 말았다. 진보가 뭔지, 보수가 뭔지도 모르면서 서로 진보라고 욕하고 보수라고 욕하는 ‘이념 지상 국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작금의 국가위기는 진영 논리가 파생시킨 두 가지 시스템 고장에서 찾을 수 있다. 고장난 시스템 중의 하나는 ‘국가 행정 시스템’이다. 국가 경영 철학이 부재한 집권세력이 관료조직에 진영 논리를 주입하면서 행정시스템이 붕괴됐다. 오로지 진영논리에서 국가 운영의 동력을 얻는 이념 지향 정권은 중앙관료는 물론이고 지방의 말단관리까지 모두 정치로 끌어들였고, 공무원이 실력과 업무 성과에 따라 승진이나 보직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권이나 권력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그 미래가 결정되면서 본연의 임무인 행정보다는 정치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관료의 생명인 공공성에 대한 헌신과 애민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중앙관료들은 공공성을 도외시한 채 사사로운 이익에 몰두해 있고 지방 관료들은 또 타성과 관성에 젖어 세금 축내기에 바쁘다.

고장난 또 하나의 시스템은 ‘감시 및 견제 시스템’이다. 국가 기관 간 감시 및 견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청와대가 모든 국사를 독점적으로 좌지우지하면서 다른 국가기관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대통령의 국가 운영방식이 그 적실성을 잃어버리자, 국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고, 대소 공무원의 기강도 무너졌다. 모든 관직에서 내적 역동성이 사라지고 밖으로는 관민협력시스템이 붕괴되었다. 관료조직은 복지부동과 줄서기에 몰두하게 되었고, 군대마저 진영 논리가 침투하면서 잔약하여 혹시라도 사변이 나면 반드시 오래된 흙담이 무너지듯 허물어지고 말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 기관 간 감시 및 견제 시스템의 붕괴는 수단과 절차의 적정성이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붕괴시켰고, 이로 인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절차 어기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인식을 만연시켰다. 현재 민주주의의 토대인 삼권분립이나 국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면서 실질적 법치주의 이념이 퇴색하고, ‘국가의 건강’마저 위험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단연코 대한민국의 위기다. 그리고 그 원인은 ‘국가 행정 시스템’과 ‘국가 기관 간 감시 몇 견제 시스템’의 붕괴다. 모든 국가기관이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실체조차 분명한 진영싸움에 가담하면서 국가 경영의 적실성을 담보하는 운영 시스템과 감시 시스템이 고장 났고, 그로 인해 국가 재정의 방만한 경영과 국가 기관의 견제 없는 독주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다시 국가 기관이나 제 세력 간 극한 대립을 부르면서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해법은 망국의 녹, 진영 논리를 우리 사회에서 빨리 벗겨내는 것뿐이다. 한시가 급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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