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4)-정경심 교수 사건과 공소제기 후 수사의 적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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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4)-정경심 교수 사건과 공소제기 후 수사의 적법성
  • 신종범
  • 승인 2019.12.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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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대학에서 형사법을 강의하는 교수다. 그런데, 그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 형사사건에서 형사소송법 관련 어려운 쟁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무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들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이다. 아마 판결이 확정되면 형사소송법 중요 판례로 교과서에 실릴 가능성이 크다.

먼저,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얼마 전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와 관련된 사문서위조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공소장 변경시 필요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법정에서 강력 반발하더니 기존 기소를 취소하지 않고, 변경하려던 공소사실을 추가로 기소하는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하여는 필자의 시사와법(43) “정경심 교수 표창장위조 사건의 공소장 변경”. 참조]

다음으로는, ‘공소제기 후 수사의 적법성’이 문제되고 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미 사문서위조로 기소를 한 후 해당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로 얻은 증거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소 제기된 후 (동일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로 취득한 내용은 빠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소제기 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인한 것도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소 후 검찰에서 이루어진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그 참고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검찰에 증거제출시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소 전까지는 수사기관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하지만, 기소 후에는 검사와 피고인은 대등한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원칙적으로 수사는 기소 전까지 가능하고, 기소 후에는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지위를 가지고(당사자주의), 법정에서(공판중심주의), 직접 주장과 증거를 제시하여(직접주의) 법관의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소 후 추가 또는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이를 허용할 것인지 문제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도 공소제기 후에는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고, 판례의 태도이다. 우리 판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그 피고사건에 관한 형사절차의 모든 권한이 사건을 주재하는 수소법원의 권한에 속하게 되며, 수사의 대상이던 피의자는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으로서의 지위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되므로, 공소제기 후 구속·압수·수색 등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강제처분은 원칙적으로 수소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따라 기소 후 압수, 수색을 통해 수집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기소 후 추가 또는 보완 수사를 위해 피고인을 신문하는 것은 어떨까? 구속된 피고인을 강제로 소환하여 이루어진 신문은 앞에서 본 것처럼 기소 후 강제수사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신문이 강제가 아닌 임의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허용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즉,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가 공소제기 후에 작성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자 검사가 항소 후 참고인을 소환하여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하고, 그 참고인이 항소심 법정에 나와 증언한 사건에 있어서, 참고인진술조서는 “참고인이 나중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 참고인이 법정증언에 대해서는 “참고인이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은 증인신문 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진술조서를 작성한 경위, 그것이 그후 참고인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와 관련하여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조사도 없이 기소를 하였고, 기소 후 수사를 통해 기소된 사실과 다른 사실을 확인한 후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였지만 불허되었다. 그 이후 기존 기소는 유지한 채 변경하려던 공소사실을 추가로 기소하였다. 기존 공소사실은 검찰이 스스로 확인한 사실과도 다르니 입증할 수 없을 것이다. 추가로 기소한 사실은 공소제기 후 수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다. 검찰은 재판부가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기소 후 수사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하나의 ‘표창장 위조’ 사실로 기소한 이후 그 기소 내용에 대해 이루어진 수사임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기소 후 이루어진 구속과 그에 따른 피고인신문의 적법성, 참고인조사의 적법성 등과 그에 따른 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다른 사건들처럼 정상적인 수사절차를 밟아 기소를 하였다면, ‘공소장 변경’이니 ‘공소제기 후 수사의 적법성’이니 하는 통상적인 경우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 쟁점이 재판과정에서 불거질 일이 없었을 것이고, 여러 명의 검사들이 나서 법정에서 법관에게 항의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법무부장관에 임명될 사람과 관련이 없는 사건이었어도 동일하게 처리하였을 것인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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