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3)-정치개혁과 정치인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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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3)-정치개혁과 정치인 육성
  • 강신업
  • 승인 2019.12.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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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공자의 교육 목표는 군자(君子), 즉 정치 담당자를 육성하는 것이었다. 공자가 살던 시대 정치는 전통적인 신분 질서에 따라 귀족들이 세습하여 담당하고 있었는데, 공자는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갈고닦은 능력과 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출신 성분이나 사회적 지위를 상관하지 않고 제자들을 받아들였다. 이는 유교무류(有敎無類), 즉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는 생각과 ‘군자는 신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달성되는 것’이라는 사상의 발로였다.

사실 공자는 지독한 이상주의(理想主義)자였다. 그가 덕과 예에 의한 정치, 즉 덕치주의를 표방한 것부터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오로지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자 목적이라고 보고 정명론(正名論)과 대동사회(大同社會)를 현실개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명은 각자가 그 이름에 걸맞은 본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고, 대동사회는 재물과 권력이 왕이나 귀족에게 독점되거나 세습되지 않고 백성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사회다. 그러나 공자는 이런 사회의 달성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해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즉각적이고 현시적인 제도개혁 대신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형성된 공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은 ‘정치는 인간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공자 정치사상의 핵심이다.

플라톤의 교육 목표 역시 우수한 정치인의 육성이었다. 플라톤은 정의로운 국가와 개인은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보았다. 플라톤에게 국가란 ‘큰 글자로 쓰인 인간’과 같은 것이었다. 인간은 지혜, 용기, 절제라는 세 가지 덕이 갖춰져 내적 질서가 잡힐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데, 국가 역시 통치자 계급, 수호자 계급, 생산자 계급이 각기 제 질서를 찾을 때 비로소 정의가 실현된다. 즉 통치자는 지혜의 덕, 수호자는 용기의 덕, 생산자는 절제의 덕을 이루어 개인과 사회가 온전히 제 기능을 다하게 되면 정의로운 국가가 된다.

플라톤은 사회가 부패하는 이유를 인간의 욕심에서 찾았다. 때문에 욕심의 싹은 아예 뿌리부터 잘라 버려야 사회 정의를 이룰 수 있고, 이를 위해 적어도 위정자만큼은 사유 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가족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다 하더라도 낳는 즉시 부모로부터 분리돼 공동탁아소에서 양육되어야 한다.

이런 플라톤의 정치사상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매우 급진적이고 독재적인 요소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플라톤의 정치철학은 당시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욕심에 눈먼 정치인들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것을 보고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개혁안을 구상했고, 이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철인정치라는 이상적 개혁안을 내놓았다. 플라톤은 어떤 행동이 정의로운지 아닌지는 이익을 계산하거나 투표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정의로움의 이데아를 따르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마찬가지로 국가도 선(善)의 이데아를 알고 있는 사람, 곧 철인(哲人)이 통치할 때 비로소 정의로워진다고 보았다.

공자나 플라톤 시대로부터 2000년이나 더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안타깝지만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권력을 쥔 소수가 무리를 지어 패도에 가까운 정치를 일삼고, 민주주의라는 허울 아래 자신의 이익밖에 못 보는 어리석은 다수가 그 소수에 편승하는 기형적인 정치가 횡행한다. 소수의 왕과 제후가 권력과 재물을 독점하며 백성의 삶을 도외시한 공자시대나 타락한 정치인이 시민을 선동하여 정의를 도외시한 플라톤 시대와 다를 게 없다. 정치개혁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타락한 기득권 정치인들에 막혀 제대로 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또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이고도 지속가능한 개혁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다면, 군자(君子)와 철인(哲人)을 길러 그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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