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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권력의 어느 부분이 문제일까? : 국회와 정부형태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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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권력의 어느 부분이 문제일까? : 국회와 정부형태의 관계
  • 신희섭
  • 승인 2019.12.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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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1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성탄절 저녁은 따뜻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국회는 달랐다. 밤 12시까지 필리버스터로 시끄러웠다. 다수파를 견제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말하는 필리버스터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필리버스터는 또 하나의 쓸모없는 권력투쟁일 뿐이다.

20대 국회가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준연동형’으로 변경하는 합의로 이번 국회는 그 역할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제도만 더 복잡하게 만드는 선거법 개혁으로 몇 몇 정당들은 ‘비례 OO 정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작태는 국회 무능론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국회에 실망을 많이 한 시민들은 이번에도 국회를 바꿔보려고 한다. 시민운동을 조직하기도 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넣기도 한다. 과거에도 ‘총선시민연대’나 ‘매니페스토 운동’과 같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마치 시지프스와 같다. 힘들게 돌을 굴리지만 다시 제자리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과연 국회 자체가 문제일까? 국회와 국회의원과 같은 개별적인 제도나 정치인이 문제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 국회에 들어가기 전 예비 국회의원들은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유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가면 유권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국회보다는 정당이 더 눈에 들어온다. 지역과 이념에 기초한 채 기율(discipline)이 강한 정당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국회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오갈 때 의원 개개인들은 국회의사당 안에서 자신들의 모습에 회의감이나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이 밀어붙이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다면 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가장 문제일까?

정당 역시 한국 정치가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행태의 원인보다는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구조 차원에서 문제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 국회의원과 정당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개인 차원의 문제를 덮어버리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행위자들을 압박하는 더 구조적인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문제의 핵심은 ‘권력 구조’다. 과거에도 여당과 야당이 있었다. 국회와 국회의원들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과는 다르다. 지금의 정치는 사활을 건 투쟁만이 남았다. 세 번의 정권교체를 통해서 학습한 것은 정치가 ‘모든 것을 가지거나 아무것도 없는 것(all-or-nothing)’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권력 대부분을 가지기 때문에 모든 권력 투쟁은 대통령을 향한다. 총선, 지방선거도 오직 중앙정부의 대통령직만을 바라본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만약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권력 구조 때문이라면 우리는 권력 구조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은 영국으로 대표되는 의원내각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다.

내각제를 반대하는 몇 가지 논리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의 대통령제를 고수해야 하는 근거들이 될 것이다. 첫째, 제도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크지 않다. 국민들이 내각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인지성(identification)’차원에서 대통령제는 누구를 뽑는지 알고 투표하지만 내각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를 인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한국인들에게 최고 권력자를 자신이 뽑는다는 심리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정당 수준에서 한국정당들은 ‘제도화’가 약하다. 대통령제가 상대적으로 ‘인적’인 통치라면 내각제 운영의 핵심은 정당이라는 ‘제도’이다. 그러나 한국 정당들은 이런 제도운영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넷째, ‘정치문화’가 내각제를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토론과 합의를 이룰 수준이 안되어있다. 다섯째, ‘위기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필요하다. 분단국가 한국은 책임을 지고 위기를 해결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각제도를 거부하거나 대통령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들이 아주 강력하지는 않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약점이 있다. 첫째,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있다. 내각제도를 도입하면 ‘의원내각제도’가 정당을 제도화하거나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다. 제도변경에 따른 ‘제도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정부 형태와 직접 관련되기보다 대통령이나 수상의 개인적 스타일과 관련될 확률이 높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내각제의 수상이었다. 둘째, 대통령제도와 의원내각제에 대한 호불호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변경을 보수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적다는 논리나 인지성의 논리가 그렇다. 이는 제도의 효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의원내각제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제도가 더 중요한지는 아직도 비교 정치학에서 논쟁 중인 주제이다. 다만 이제는 권력구조를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 구조변경은 제반 상황들을 고려해야 한다. 핵심은 정당체계와의 관계이다. 한국은 2016년 선거 이후 다당제가 자리 잡았다. 또한 정당간 이념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런 조건은 대통령 제도의 운영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더해 정권교체 경험은 각 정당들에게 정치를 점차 생사 문제 즉 영합적(zero-sum)상황으로 이해하게 한다.

만약 이념적으로 분극화된 다당제 아래서 정치경쟁의 영합적 성격이 더욱 강해진다면 한국의 권력구조는 ‘권력 공유’를 향해가야 한다. 기존 제도가 통합을 거부하는 성격이 있다면 통합 지향적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게다가 제도변경은 운영 주체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독일에는 보수적인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CDU-CSU)’과 진보적인 ‘사회민주당(SPD)’의 사이에서 제 3 당인 자유민주당이 있다. 자유민주당은 1949년 최초로 정부를 구성한 선거 이후 집권 여당의 지위를 줄곧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유민주당은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을 번갈아 가면서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은 연립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보수주의나 극단적인 진보주의로 갈 수 없었다. 다당제와 내각제의 조합이 거대 정당 간의 권력경쟁을 중화시킨 것이다.

그렇다. 제도는 행위자들을 규정한다. 그런 점에서 권력구조는 실망스러운 국회와 정당을 고쳐볼 수 있는 한 가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물론 우리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2공화국에서 잠깐 사용해본 경험밖에 없어서 제도변경의 결과에 대해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안 해봐서 걱정도 있지만 역으로 기대해볼 수도 있다.

이번 20대 국회도 실망스럽게 끝이 날 것이다. 신년에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는 권력 구조논의를 기대해본다. 2023년에도 국회를 개혁하자는 시민들의 노력이 시지프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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