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2)-정세균과 정치금도(政治襟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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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42)-정세균과 정치금도(政治襟度)
  • 강신업
  • 승인 2019.12.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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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는 그 직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역사상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국무총리로 입각한 적이 아직 없다.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의 국무총리 행이 자칫 민주주의의 기본질서인 ‘삼권분립’을 해칠 수 있고 국회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세균은 사실 이번 총리 지명 직전까지 종로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다. 그런 그의 처신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고, 자칫 그는 국회의원 공천을 받지 못할 처지에 있었다. 그런 때문인지 국회의 위상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그는 이번에 국무총리 지명을 덥석 물어 버렸다. 그동안 총리 하마평에 오를 때마다 “국회의장 출신이 어떻게 총리직을 맡느냐”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은 모두가 연막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세균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고 물결 처신을 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자리를 탐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06년 초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임시 당 의장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이때도 “여당 의원 144명을 지휘하던 집권당 대표가 일개 장관으로 격을 낮췄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의 문제는 정세균만이 아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서열 2위이자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통령을 지시를 받는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로 지명해 버렸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는 했다. 그러나 겉치레일 뿐이다. 그동안 삼권분립 등 민주주의 원칙을 매번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정세균을 지명한 것은 어떤 변명을 갖다 대든 자기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법원의 강제노역 판결에 대해 “삼권분립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사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왕적대통령제다. 대통령제에서의 대통령 권력은 물론 의원내각제에서의 수상 권력까지 갖고 있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이런 권력을 백분 활용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당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식으로 마치 하수인 부리듯 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여당대표를 지낸 5선 의원 추미애를 법무장관으로, 여당대표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세균을 국무총리로 지명하면서 의회를 확실히 대통령의 졸(卒)로 만들어 버렸다. 국회가 민주주의의 요람이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번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이 ‘정교하게 계산된 선거용’이라는 것이다. 정세균 지명을 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니, ‘경제통’이니 하며 온갖 포장을 하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남 출신 이낙연 총리를 총선 전면에 간판으로 내세우고 전북 출신 전직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내세워 전라도 민심을 잡겠다는 흑심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이것은 얼마 전 여당 대표를 지낸 대구 출신 5선 의원 추미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해 대구 민심을 잡겠다는 시도와 함께,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대통령의 내각 구성권을 남용한 것이다.

정치에도 금도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문 대통령이 정세균을 끝내 총리로 고집한다면 분명 이번 인사는 ‘총선을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가장 천박하게 사용한 경우’로 남게 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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