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김민수 기자] 국가직, 지방직 등 공무원 면접에서 평정하는 “우수” “보통” “미흡”은 면접위원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러한 기조는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처나 각 지자체의 인사과 모두 동일이 적용된다.
하지만 면접을 앞둔 수험생 사이에서는 ‘미흡병’이라는 말이 자주 화자된다. 미흡병은 말 그대로 필기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미흡을 받으면 최종관문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최종발표 기간까지 자신이 면접위원들로부터 미흡을 받은 한 명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 면접에서 미흡을 받기란 가뭄에 콩 나듯 적다. 면접위원들도 사람인 이상 단 한 명이라도 미흡을 준다는 것은 해당 수험생의 인생을 끝없는 구렁에 빠트리는 것임을 알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흡병’은 치유되지 않고 면접시즌 때만 되면 ‘오늘은 뭐 먹지?’처럼 자주 등장하는 손님이다. 특히 미흡병은 공무원 카페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주 오르내리기 때문에 행여나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그 기간에는 커뮤니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삼인성호(三人成虎)’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세 사람이 거짓된 말로 호랑이를 만드는 것처럼 각종 커뮤니티에서 면접 때 등장하는 미흡 공포증이 나 자신도 미흡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국가공무원 면접을 담당하는 인사처 관계자도 “종종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하는데 사실과 다른 각종 유언비어가 모여 있다”며 “커뮤니티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고 허황된 사실 하나하나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면접시험은 우수, 보통, 미흡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등급 판정은 전적으로 면접위원들의 몫으로 인사처는 등급 판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
각 지자체의 인사과에서도 지방공무원을 뽑기 위한 우수, 보통, 미흡 판정이 면접위원들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미흡병’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과도 같다.
그렇다면 왜 ‘미흡병’과 같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한 지자체의 인사담당자는 2017년 시행한 한국사 한 문제가 ‘정답 없음’으로 처리됨에 따라 합격선을 넘은 수험생들에게 ‘우수’를 받아야만 최종합격할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내면서 ‘당시 우수 비율 10% 미만을 준수’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해당 내용은 사전에 할당제로 정해진 것이 아닌 그 당시 최종 결과로 나온 비율이다. 때문에 어쩌면 ‘미흡병’이란 결과로 나온 비율이 과정상의 혼동으로 발생한 심술꾸러기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