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재단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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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재단법인?
  • 송기춘
  • 승인 2019.10.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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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법인에는 적지 않은, 때로는 막대한 기본재산이 있게 마련인데,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사학의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그 재산의 귀속 주체에 실질적인 변경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서 재산권 침해의 문제도 야기된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 재단법인도 법인격을 가지니 그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하고 그 재산이 법인 이외의 어느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데도, 법인의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지는 이사들이 바뀌는 것이 재산권의 침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대법관과 대법원장까지 지낸 그가 법인의 법리를 모르지 아니할 터, 그는 이렇게 부연한다. “비록 그 재산의 소유자가 형식상 동일한 학교법인이라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귀속주체가 달라진 것에 다름없다 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결국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에 관한 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양승태다. 과연 법인 재산의 ‘실질적’ 소유자라는 것은 있는가?

법인이라는 제도는 매우 유용하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지만 법적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그 이름으로 권리를 얻고 의무를 부담한다. 법인의 주된 유형의 경우 책임의 범위가 제한되어 위험을 일정하게 분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부분을 노려 사기 파산 등과 같이 타인의 또는 사회적 비용으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법인은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들에 의하여 이익추구수단의 하나로 사용된다. 주식회사의 경우 주식 소유를 통한 회사 지배에 의하여 그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에 법인격이 인정되는 재단법인의 경우는 재산출연자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본래 재단법인이라는 제도는 이익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닌 탓이다. 재산의 출연자가 재단운영을 위한 이사를 당연히 맡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경우 대체로 재단의 이사로서 재단운영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재단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러한 이사로서의 지위는 법적으로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재단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재단의 설립자나 이사장이 재단운영과 관련하여 재단을 자신의 재산인 양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가 재단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단을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재단법인의 임원이 급여를 받지 않지만 건축공사나 직원의 채용 등과 관련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대표적인 수익모델(?)이다. 그 결과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재단에 대한 실질적 소유를 통하여 수익을 올리는 기회로 인식된다. 그리고 그런 게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재산 바쳐 재단법인을 설립하겠느냐 한다. 이런 인식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법적인 개념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지만 법률가들 가운데도 재단이라는 것도 주인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에서 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도 그에 해당한다. 다른 대법관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건 다행이다.

법인의 불법적인 이익추구행위가 나타나는 것은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감독관청의 부패와 무관하지 않다. 제대로 된 지도·감독권을 행사한다면 법인의 위법행위를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의 잘못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법인에는 주인이 있고 주인은 웬만한 잘못이 있지 않고는 그 지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이를 반영한 법률가의 법해석이 그 배경을 이룬다. 학교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자를 다시 법인의 이사로, 심지어 총장으로까지 복귀하는 길을 열었던 게 앞의 대법원 판결이다. 법인의 설립자나 이사장이나 이사는 법인의 주인이 아니다. 선량한 관리의무를 지는 이들이고 이를 위반하면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법리이다. 법인이 이익추구수단일 수는 없는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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