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 ‘행동’으로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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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 ‘행동’으로 보여줘야
  • 법률저널
  • 승인 2019.10.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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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에 관한 설명과 대(對)국회 협조 요청이 주목적이었지만 가장 강조한 대목은 ‘공정’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국론 분열로 이어진 현실을 고려한 듯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 요구에 대해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 내자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경제뿐 아니라 사회, 교육,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시 비중 확대 등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고,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조치도 약속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조국 정국’으로 인한 광장정치에서 표출된 ‘공정’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왠지 공허하고,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작금의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 데는 문 대통령 자신의 아집에서 비롯됐다는 반성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칙과 특권, 위선과 거짓으로 점철돼 가장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나라를 두 동강 낸 대통령이 진솔한 사과 메시지도 없이 공정 사회를 만들겠다니 공감하기 어렵다. 제도 개혁이 미진한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협치와 통합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반성 없는 공정은 허구이고 기만이다.

조국 정국을 지나며 문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비판 중 하나는 ‘독선적’이라는 거였다. 문 대통령 스스로 ‘소통’을 강조했지만, 그것은 지지자들에게만 유효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화와 협치를 이끌어낼 리더십은 찾을 수 없었다. 국회와 다수의 국민 반대에도 불구,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의 선례를 아예 무시하고 드라마틱하게 결함투성이의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오기를 부렸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많은 임명 강행 사례라는 독주의 기록을 경신한 대통령이다. 앞으로 그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심히 염려스럽다. 권력에 의한 권력의 견제원리는 간단히 무시당했고, 국민 주권은 이름만 남아있다. 대의제는 무너지고 거리에 진영 대 진영의 세력 싸움만이 그 자리를 메웠다.

공정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채용 비리와 병역 비리, 탈세, 입시제도 등 사회 전반의 불공정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등 채용비리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병폐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화 과정에서 불거진 고용 세습은 취업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대다수 20‧30세대에게 깊은 불신과 좌절감을 안기는 적폐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요즘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취업준비생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고용세습은 기회균등이란 사회 정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일이다. 최근 공공기관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표가 무색할 지경이다.

기회균등이 ‘공정사회’ 실현의 근간이다. 공무원 시험의 공채는 ‘공정한 사회’의 요체다. 따라서 공무원 공채는 더욱 확대해야 한다. 최근 공직사회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점차 많아지고 있는 공무원 특채는 기회의 균등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공무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 특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공채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무의미한 스펙 경쟁, 학벌과 배경이라는 유리천장 아래 청년들이 실력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공정한 도전, 투명한 도전, 금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정직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의 가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행동으로 받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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