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재해도 업무상 재해’ 시행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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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재해도 업무상 재해’ 시행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은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10.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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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소급적용 경과규정 둬야”…헌법불합치 결정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업무상 재해에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포함하도록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법이 시행 이후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9월 29일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에 대해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2017년 10월 24일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도록 개정됐다. 다만 부칙 제2조를 통해 개정된 내용은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제한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인 A는 2014년 7월 9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갓길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양쪽다리 마비와 척추손상 등의 진단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2017년 7월 19일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다.

A는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 계속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8년 5월 25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병합 선고된 또 다른 사건의 원고 B는 2016년 11월 12일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입은 부상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2018년 3월 8일 요양불승인처분을 받고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청법원은 같은 해 7월 14일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부칙 제2조 중 ‘제37조의 개정 규정’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 A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입법자는 단순히 자유재량에 따라 시혜적으로 산재보험법을 개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이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함에 따라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신법 조항을 입법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소급적용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같은 전제에 따라 헌재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며 구법 조항으로 초래되는 비혜택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혹은 경제적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기존 제도에서 배제된 집단이 받는 중대한 불이익이 이미 확인된 이상 막연히 재정상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취급의 합리성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함으로써 산재보험에 미치는 재정상 부담과 그로써 회복할 수 있는 합헌적 상태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최근 산재보험 재정수지와 적립금 보유액,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인상된 보험료 등을 살펴보면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게 이미 위헌성이 확인된 구법 조항을 계속 적용하면서까지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헌재는 개정법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 인정에 따른 책임보험과의 구상관계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 통상의 출퇴근 사고 중에서도 출퇴근 경로 이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거나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통상의 출퇴근 재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점 등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개정법의 부칙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신법 조항을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일까지 소급적용한다고 하여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염려도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이 신법 조항의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개정법 시행일 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다한 비혜택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등 실무적 여건이나 경제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일인 2016년 9월 29일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칙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이행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이 중지되더라도 산재보험법 부칙 제1조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개정법 조항이 시행되므로 그 이후 발생한 통상의 출퇴근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즉 청구인 A의 경우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요양급여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선 입법이 이뤄지기 전에는 여전히 2018년 1월 1일 이후 사고부터 신법 조항이 적용되고 개선 입법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범위를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뤄진 2016년 9월 29일 이후에 발생한 사고에 한해 소급적용하도록 제한하는 경우 2014년 7월에 발생한 A의 사고는 적용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2016년 11월 12일 사고를 당한 B는 개선 입법을 통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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