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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9)-인간의 조건, 자유와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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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9)-인간의 조건, 자유와 평등
  • 강신업
  • 승인 2019.09.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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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에게 빵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다. 자유는 빵과 더불어 인간의 존재 조건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다. 비록 인간의 자유가 천부적인 것이고 불가침적인 것이라고 강변한다 해도, 그것은 지구상에 인간이 단지 한 명만 있을 때만 성립 가능한 얘기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동물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없는 까닭에 인간의 자유는 사실상 사회 의존적이고 상호 제한적이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멋대로 대굴대굴 굴러도 보고 이리 저리 팔 다리를 휘둘러보고도 싶은 인간은 적어도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공동체라는 굴레를 쓰고 공동선이라는 고삐에 매여 한 평생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최대 목표는 ‘더 많은 자유’가 된다.

인간이 빵만큼이나 양보할 수 없는 또 하나는 평등이다. 평등은 인간인 이상 그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똑같이 대우받는다는 의미다. 여자와 남자, 젊은이와 노인, 아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 생김새와 성격, 태어난 장소와 가문이 다르더라도 ‘인간’인 이상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평등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자연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sollen)개념일 뿐 존재(sein)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어느 사회의 구성원 간 평등의 구현은 고도로 민주화된 법치 공동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공동체는 크든 작든 모두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고 개인의 이익이라는 자유개념을 공동선이라는 평등개념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럼에도 대개의 경우 평등이 이념적 목표에 그치고 실천적 현실로 승화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체 내에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할 것인가, 공동의 선을 우선할 것인가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라는 오래된 논쟁을 낳았다. 사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오래된 대립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는 반면에, 공동체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권리만큼이나 인간은 공동선에 대해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이런 대립은 때로는 화해 불가능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공동선에 대한 강조가 결국은 자유주의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이라는, 또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지 않는 공동체 내에서는 평등의 실현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왔다.

그런데 매우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히 공존 가능한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이상한 가면을 쓰고 마치 양립 불가능한 대척개념으로 치환되어 나타나고 있다. 자유주의는 마치 보수주의자들의 전유 이념이고 이를 신봉하거나 추구하는 사람들은 공동선이라는 공동체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부정한 사람들로 매도된다. 그러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이미 상호 양자를 포괄하는 개념인 까닭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척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공동체 주의에 의해 수정되어 수정자본주의가 되고, 다시 공동체주의가 반영된 이론인 수정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신자유주의가 나타났듯이 개인의 자유권 대 공동체의 공동선이라는 개념은 정반합을 거쳐 변증법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보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식으로 자유이념을 폄훼하는 것은 매우 불순한 것이다.

어떤 국가든 국가권력을 시장에 개입시켜 인위적 평등을 도모할 경우 시장의 자유가 억압되고 그러한 억압은 다시 국가경쟁력의 쇠퇴를 가져온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작금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 즉 국가권력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경제의 활력과 효율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은 실패했고 일본과의 갈등을 겪으며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이라는 자유주의의 모토 역시 위기에 처했다. 자유가 없는 곳에는 평등도 없다. 자유는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시장은 풍요로운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빈곤한 평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시장과 자유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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