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김선태 시인의 “통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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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김선태 시인의 “통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 오시영
  • 승인 2019.09.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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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김선태 시인이 10여 년 전 ‘현대시’에 발표한 “통발”이라는 시를 본다. “통발이라는 그물이 있다/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 없는/ 버젓이 문이 뚫려 있는데도 못 나오는/ 그래서 한 번 들어간 물고기는/ 눈 뜬 봉사가 되고 마는, 영영/ 갇힌 포로가 되고 마는// 아,/ 너라는 통발/ 치명적인.” (전문, 현대시 2008. 9. 발표)

2019년 9월, 대한민국은 “통발의 사랑”에 빠진 이들이 편을 갈라 “투쟁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통발은 ‘가는 댓조각이나 싸리를 엮어서 통처럼 만든 고기잡이 도구’이다. 댓조각이나 싸리로 듬성듬성 엮어 만들기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런데 물고기는 뒤로 물러설 줄을 모르는 속성이 있어서 계속 앞으로만 전진하다 보니 한번 통발 입구 속으로 들어가면 되돌아 나올 줄을 몰라 그냥 통발 속에 갇혀서 통발을 친 천렵꾼에게 붙잡히기 마련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오늘 열리게 되어 있다. 조국의 입각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인사청문회 기간(20일간)이 종료되는 지난 9월 2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러저러한 사건들에 의혹을 받고 있어 가족들을 증인으로 내세워서는 가족청문회 내지 가족 내 여러 문제가 노출되어 부적격자로 판정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인사청문회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려고 하지 않아 역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법정기한이 경과하자 다시 4일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9월 6일까지 인사청문 결과를 회신해 줄 것을 재구하였고, 부랴부랴 여야는 마지막 날인 9월 6일, 오늘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초 9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여야가 합의하고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90여 명의 증인을 채택하자고 제안하면서 그 증인에 처와 자녀, 조카 등 후보자의 가족들을 증인으로 포함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족들을 증인으로 세울 수 없다며 거절하는 등 각 당은 서로 자기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다 결국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하는 황당한 결과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2차 요구기한인 9월 6일에 “증인 없는 하루짜리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으니, 개악도 이런 개악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비율의 미학”일 수밖에 없다. 독재국가라면 일방적 100%라는 천편일률적 결의가 가능하겠지만,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민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 즉 합리적 비율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여든 야든 자신들이 100%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서로 타협을 패배로 인식하고 있는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이전투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모든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천문(天文)의 지혜로 가득 찬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인간의 지혜가 더 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버려서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일반인들이 입에 입(口)을 더하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니, 그 상상력의 끝은 “발생할 일의 끝”과 “그 끝에서 이어지는 발생하지 않을 일에 대한 예측”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단순히 후보자의 신상과 과거의 잘잘못이 발가벗겨지는 정도가 아니라,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이 벗겨지는 단계에 이를 정도로 온 국민의 상상력이 거대한 탑을 쌓아 버린 것이다. 그 상상의 탑에 갇힌 조국 후보자는 김선태 시인의 통발 속 물고기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위 시의 마지막 연처럼 “아,/ 너라는 통발/ 치명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발 속 물고기”를 향해 일방적 짝사랑에 빠지거나 일방적 미움에 사로잡혀, 스스로 통발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물고기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국 후보는 후보대로 통발 속에 갇혀 있고,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 역시 통발에 갇혀 그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은 통발문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누군가에 붙잡혀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통발의 조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후보의 딸 입학의 문제나 장학금 수혜 문제는 사실 그리 법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상당성 결여의 부당성 여부가 문제 될 수 있겠지만, 불법적 문제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입학제도를 숙지하고, 맞춤형 입시 대응을 한 것으로, 그때 당시 그 제도를 활용하여 대학에 입학한 이가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지금 와서 문제 삼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새로운 대학입학제도가 “창의적 인간”을 육성하여 “21세기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선진국형 대학입시제도라고 자신의 치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오렌지” 아닌 “어린쥐”라고 발음해야 한다며 영어 발음의 정확성을 강조하여 우리를 웃게 했던 숙명여자대학교 이경숙 총장 역시 이러한 대학입학제도를 자랑스럽게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당시의 입학제도로 모두가 새롭게 적응해야 했던 방법대로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종류의 인턴과 사회봉사활동 실적 등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였던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팀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사모펀드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영사인 프라이빗에쿼티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비리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사모펀드의 속성상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약정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위 프라이빗에쿼티가 조국 후보자의 처와 자식들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모 기업체에 투자하였는데, 그 기업체가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로등설치공사를 수주 받아 영업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조국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아이엠에프 시절을 간신히 지난 2003년경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되었고, 론스타는 주가조작을 통해 약 2조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수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맡아 수사했는데, 그 수사과정에서 사모펀드의 구조적 문제들을 잘 알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 프라이빗에쿼티에도 론스타와 유사한 문제가 있지 않나 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국 후보자가 투자기업의 공사 수주 관계에 직접 관여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표 직함으로 활동해 온 그의 오촌 조카가 “호위 호가”하며 조 수석의 이름을 자신의 사업 과정에 활용하였거나, 이를 전해 들은 지방자치단체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받았거나, 혹시라도 일정한 사례금 등이 교부되었거나 하는 비리가 적발될 우려는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 경우에도 조국 후보가 직접적으로 직권을 남용한 사례가 없다면 조국 후보자로서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가정이지만), 임명 후 문재인 정권에 상당한 치명타가 될 우려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까지 인사청문 결과를 송부해 달라고 재요청한 것으로 보아 조국 후보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의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의 임명을 보류하거나(이렇게 될 경우 상당한 레임덕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 아니면 깨끗함을 믿고 임명하거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그 판단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만에 하나 깨끗함을 믿고 임명하였다가 친인척 관련 비리가 발견될 경우 그 후폭풍을 뒷감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어서 이 경우에는 임명 보류보다 더 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조국 후보는 “적어도 자신이 저질렀거나 알고 있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비리를 없었다고 거짓말할 정도의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 자진하여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후보의 그러한 점을 믿고 임명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우리 헌법은 연좌제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국 후보자가 직접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대사회가 어찌 된 일인지 서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분리하지 못하고 더욱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의 동일시 현상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임질 줄 아는 이는 법적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사항에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다음이나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실시간 이슈 검색어” 순위 올리기 운동이 일상화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국 후보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슈를 “짧은 조합어”로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올라온 것으로 “조국 힘내세요”,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정치검찰아웃”, “나경원자녀의혹” 등의 조합어가 올라오더니 이제는 “법대로조국임명”이나 “언론검찰광기”나 “생기부불법유출” 등의 조합어가 올라오고 있다. 반대로 “조국사퇴하세요” 같은 조합어가 올라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김선태 시인의 “통발”이라는 시가 이러한 현상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 “통발”을 함께 읽어보자고 한 것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발, 들어갈 수는 있는데 나올 수는 없는, 버젓이 문이 뚫려 있는데도 못 나오는 그 기막힌 어리석음, 그래서 찬성 측이 되었든 반대 측이 되었든 한 번 들어가면 눈 뜬 봉사가 되고 마는(시각장애인이라 표현해야겠지만, 원문대로 표기한다), 그래서 서로의 진영 논리에 갇혀 영영 갇힌 포로가 되고 마는, 서로 자기편에 대한 짝사랑에 사로잡혀 상대방과 자신에게 치명적 가해를 반복적으로 가하는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하지만 증인이 채택되지 않아 “객관적 증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모순을 가지고 전개될 인사청문회에서 아마 “고성이 난무”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조국 후보자는 이미 지난 9월 2일자 국회에서의 “11시간에 걸친 기자간담회 경험”을 통해 오늘 개최될 인사청문회의 전초전을 치렀고, 답변의 방향을 정립하였고, 답변 태도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였다. 물론 각종 증거서류 등을 제시하며 압박을 가해올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은 어설펐던 기자간담회에서의 기자들 질문과는 다른, 송곳 같고 채찍질 같은 혹독함이 있을 것이다. 과연 조국 후보자가 그 시련을 잘 견디고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자유한국당도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청문회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려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사법 전문가로서 형법적 질문사항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잘 알고 있는 형사법학자로서의 지식과 경험, 강의 등의 경험을 살린 설득력,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언어 습관, 침착함과 민정수석 경험을 통한 인사청문절차에 대한 포괄적 지휘 경험 등으로 무장된 조국 후보자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과 무례”가 난무하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말고, 차분하고 내실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를 바란다. 비리사실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여,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법무조직과 행정에 대한 진취적 발전 계획을 제대로 가졌는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청문회가 되었으면 한다. 통발에 갇힌 물고기 신세에서 우리 모두 벗어나 대한민국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선한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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