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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5)-‘나베’와 모욕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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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5)-‘나베’와 모욕죄
  • 신종범
  • 승인 2019.08.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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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얼마전 나경원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나베’ 등의 댓글을 단 사람들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베’는 일본어로 냄비 또는 냄비음식을 뜻하지만, 여기서 ‘나베’는 ‘나경원’과 일본 총리 ‘아베’의 합성어를 말한다. 나경원 의원의 친일 행태를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붙인 멸칭인 것이다. 이러한 멸칭을 얻게 된 것은 그녀의 언행과 무관하지 않다.

나의원은 초선 의원시절인 2004년 당시 일본의 역사왜곡 등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던 시기에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2015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굴욕적으로 이루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하여 그녀는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한 협상”이라는 말을 하여 또 한번 친일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올 2019년 1월에는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사건 등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한일관계를 문재인 정부가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있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3월에는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들이 분열했다” 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하더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해 국민들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는 현 시국에 국회에서 급기야 “우리 일본이...” (‘우리’라는 표현이 그의 언어적 습관이라는 변명을 믿고 싶다) 라는 표현까지 하고 말았다. ‘나베’는 이러한 연유에서 나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만든 말인 것이다.

나의원이 모욕죄로 고소한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제311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다(제312조). 나의원은 작년 12월 원내대표로 당선된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들을 지난 6월 고소하였다고 하는데, 친고죄의 고소기간이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모욕죄에서 있어서 ‘공연히’라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인터넷 기사의 댓글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으므로 나의원의 고소는 이러한 공연성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소된 사람들이 쓴 댓글 내용이 ‘모욕’에 해당하느냐와 모욕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느냐 하는 점이다.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모욕죄 또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모욕 행위를 명예훼손과 마찬가지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독일에서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모두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적용을 거의 하지 않아 사문화 되었다고 한다.

우리 법원 또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모욕죄에 있어 모욕의 의미를 축소해서 해석하고 있있다. 즉, “모욕죄에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면서 모욕의 의미를 제한해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모욕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지위, 상대방의 과거행적, 표현의 정도, 표현의 경위, 사회의 건전한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탈사이트 내 ‘甲, 곧 특정 정당에 입당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제목의 기사에 스마트폰으로 접속하여 “참 국민을 열받게 만드는 ㄱ같은 녀석... 국민을 우습게 보는게 대통령과 비슷하구나.”라고 댓글을 작성함으로써 甲을 모욕하였다고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그 표현이 甲의 과거 행적 등에 기초하여 甲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 표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ㄱ’의 의미가 ‘개’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표현의 정도, 국회의원 후보에 출마하려는 甲의 지위, 甲의 과거 행적에 비추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나의원이 댓글의 어떤 표현을 가지고 고소를 하였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보더라도 나의원의 지위, 과거행적 등을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나베’(‘나경원 베스트’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친일파’ 정도의 표현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 물론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표현에 있어서는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그러한 국민들의 감정표현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그녀를 과대평가한 것일까?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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